[충북인뉴스와 친구들 ②] 강성호 청주 상당고 교사

강성호 교사가 아사히신문 홈페이지를 보여주고 있다. ⓒ 충북인뉴스
강성호 교사가 아사히신문 홈페이지를 보여주고 있다. ⓒ 충북인뉴스

먼저 얘기를 꺼낼 시간이 없었다. 만나자마자 강성호 씨는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청주 상당고에서 일본어 교사로 일하는 그는 ‘하루 지나면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신문’에 분개했다. 매일 같이 학교 교무실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지역 일간지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게 다 세금인데…. 학교에서 보지도 않는 신문이 맨날 쌓여 있어요. 대부분의 학교가 이럴 거예요. 학교를 포함한 관공서에 신문 구독료가 얼마인지 파악해보세요. 이거 진짜 문제야, 문제. 인터뷰는 내 실명으로 내도됩니다!” 

그는 목에 핏대까지 세워 가면서 말했다. 충북도교육청과 보도자료 스크랩북을 펼쳐 기자에게 내밀었다. 오히려 쩔쩔 매면서 말리는 쪽은 기자였다. 하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는 “교육은 현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학교와 사회가 따로 가는 시대는 끝났다”고 받아쳤다. 

정갈하게 넘긴 머리카락, 목까지 꽉 채운 셔츠 단추 그리고 서글서글한 웃음…. 그를 알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 좋은 선생님’이라고만 생각했다. 과거를 알고 나면 그가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강 씨가 북침설 교사로 해직 됐을 당시 모습 ⓒ 조선일보
강 씨가 북침설 교사로 해직 됐을 당시 모습 ⓒ 조선일보

강 씨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해직 교사들의 복직 투쟁을 도왔고, 그 이전에는 학내 부정을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지금도 30년 전 ‘북침설 교사’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 재심에 발 벗고 나섰다.

30년 전 그가 교단에 처음 섰을 때 교탁이 없어 책상으로 대신할 정도로 학교 재정은 어려웠다. 학교는 열악한 재정으로 인한 피해와 책임을 학생들에게 돌렸다. 야간자율학습 감독 교사 수고비, 적십자회비, 학교 운영 시설비 등 명목은 있으나 쓰임새는 알 수 없는 돈들이 걷혔다. 당시 강 씨는 학내 문제를 고발하면서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학생의 목소리를 담는 언론 

이날 그는 <충북인뉴스>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아사히신문 홈페이지를 보여줬다. ‘목소리’(こえ)라고 적힌 오피니언란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강 씨는 “여기서 초·중·고등학생 이야기가 정기적으로 실린다”며 “이번에 18세 선거권이 주어지면서 학생들도 유권자가 됐으니 그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장을 <충북인뉴스>에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라는 ‘업’ 때문일까. 그는 학생 인권에 관심이 많다. 최근 <충북인뉴스>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기사로 계희수 기자가 쓴 ‘충북 스쿨미투 기획보도’를 꼽았다. 그는 “이 기사를 읽고, 학교 현장의 성인지감수성을 높일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현직 교사로서 이 기사는 정말 가슴 아파하면서 읽고 있어요. 여전히 교사들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됐고요. n번방 사건도 그렇고, 포항에서도 이번에 안타까운 일이 있었잖아요. 이건 돌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교육 과정에서도 학생과 교사가 늘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방안을 만들어 가야 해요.”

참여하는 독자가 좋은 언론을 만든다 

강 씨와 그의 아내가 재심 결정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충북인뉴스
강 씨와 그의 아내가 재심 결정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충북인뉴스

“지역에서 아주 작은 단위 소식부터 전해지면 좋겠어요. <옥천신문>이 지역 밀착형 언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잖아요. 군 단위에서도 하는데 청주 지역에서도 더군다나 충북 인구가 얼마입니까. 3분의 1은 다 (청주) 여기에 거주하고 있잖아요.” 

그의 쓴 소리가 다시 시작했다. 취재기자 4명이 전부인 작은 회사가 가지는 한계점과 더 좋은 기사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기자로서의 미안함 등 변명을 늘어놓자 그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쓴 소리 들은 김에 ‘독자위원회에 모시고 싶다’는 부탁도 전했다. <충북인뉴스>는 3개월에 한 번이라도 기자들과 독자가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강 씨는 “실제로 얼마나 <충북인뉴스>가 어려운 지, 내지는 종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이 어떤 건지 알고 싶다”며 “무조건 우리가 요구한다고 해서 될 것도 아니고, 처해진 상황을 알면 상보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화답했다. 

그는 <뉴스타파>와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왔다. 그러다 지역 언론과도 함께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충북인뉴스>에도 지갑을 열었다. 강 씨는 “참여하는 독자가 좋은 언론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우리가 언론의 현실을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좋지만 좋은 언론을 만들려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1+1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후원해주는 분이 한 사람이라도 더 늘면 좋겠어요. 함께 하는 작은 실천이 따라야만 제대로 된 언론이 자리 잡고, 잘못된 언론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이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요. 함께 뚜벅뚜벅 걸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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