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여성이 있습니다. A씨(60), B씨(26), C씨(28), 나이는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충북의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 14학번입니다. 사회복지사의 꿈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복지 분야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보리라 다짐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다짐은 3년 만에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A씨는 현재까지도 학교와 법정다툼을 이어가고 있고 C씨는 졸업을 하기는 했지만 사회복지와는 무관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B씨는 학교 근처만 가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울렁거려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었고 정신과를 전전하다 결국 졸업 1년을 앞두고 스스로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지금은 ‘사회복지’, ‘대학’만 생각하면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말합니다. 사회복지사의 꿈을 버리고 모교를 지긋지긋하다고 표현하는 사람들. 지난 5년 동안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눈과 귀를 의심했다”

시간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 B씨, C씨 그들은 모두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기 위해 충북에 있는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학교가 집과도, 도심과도 떨어져 있어 외롭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큼 선후배 사이가 돈독했고 열심히 공부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C씨는 “D교수가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전공교과 내용을 설명하면서 했던 말인데 5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똑똑히 기억이 나요. 친구들 모두 이건 아니지 않나 생각했었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못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가 △△를 강간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날씬하고 예쁜 □□랑 건강한 △△랑 누가 더 좋겠냐? 누가 더 상품성이 있겠냐?”

 

C씨는 "D교수는 강의시간에 학생을 지목하고 실명까지 들어가며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충격적이었고 눈과 귀를 의심하기에 충분했다고. C씨는 “굳이 그렇게까지 설명을 했어야 했나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분명히 부적절한 발언이었고 사과받아야 할 말이었어요. 강간의 대상이 되었던 그 여학생은 그 이후로 정말 많이 울었고 트라우마처럼 힘들어했었어요”라고 말했다.

더욱이 D교수로부터 학점특혜를 받았다는 학생들의 제보가 쏟아졌다. 개인사정으로 시험에 불참한 학생에게 자신의 집 근처에서 재시험을 치르도록 한 뒤 A+학점을 줬다는 제보부터 시험채점을 ‘입 무거운 애들’ 3명에게 시키고 보상을 해줬다는 제보까지 여러 건의 특혜시비가 불거졌다. 점입가경으로 교수들간의 법정다툼도 일어나고 있다는 소문도 들렸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소문은 소문을 더해 눈덩이처럼 커졌다. 하지만 이를 수습하는 사람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A씨, B씨, C씨를 비롯해 십여 명의 학생들은 직접 나서서 학교 측에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학교 관계자들과 수차례 면담을 했으며 급기야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라는 것까지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학교는 매번 “알았다. 조치하겠다.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뿐 실제 아무런 행동도 해주지 않았다고.

이들은 문제와 증언들을 모았고 D교수가 해임되길 원한다는 탄원서까지 만들었다. 탄원서에 서명을 한 학생은 전교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500여명에 이른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또 학생들의 주장은 주관적인 판단이라고 치부됐고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학교와 교수에 대한 불신과 선·후배들간의 갈등이 커졌다는 것 뿐. ‘누가 누구를 모함해 억울하다’,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사주를 받고 불법단체를 만들어 쓸데없는 짓을 한다’, ‘주도한 사람이 누구냐?’, ‘이런 말이 밖으로 퍼지면 취업길이 막힌다’ 수많은 말들이 그들의 귓가를 스쳤다. 그러는 사이 사회복지사라는 꿈은 눈 녹듯 사라지게 된다.

 

“누구의 사주를 받고 비대위 활동을 하냐고 하는데 정말 아니에요. 저희가 원하는 것은 교수가 학생들에게 했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사과받는 것이에요. 그리고 학점특혜와 관련해서도 투명한 조사와 방지대책을 요구하는 것이에요. 그냥 저희들은 학습권을 보장받고 싶었어요.” - B씨.

 

경찰조사를 방불케하는 ‘면담’

결정적인 사건은 2017년 7월 학교 측에서 진행한 ‘면담’이라는 것이었다. 전화로는 부총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사회복지학과 사건의 전말을 확인하기 위해 일대일 면담을 진행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알고 보니 징계를 주기 위한 절차였다는 것.

 

“우리말을 들어주려나 생각했고 기쁘기까지 했어요. 방학 때라 각자 집에 있었는데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학교에 갔었죠. 10명 정도 갔었는데 참여한 아이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어요.” - C씨.

 

하지만 이 역시 기대와는 정반대였다고. 면담은 그야말로 “처참했다”고 전한다. 면담실 입구에서 핸드폰을 제출해야 했고 면담 내용을 외부로 발설하면 안된다는 서명도 했다. 면담실 분위기는 경찰조사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고.

 

“큰 강의실에 두 명이 앉아 있었는데 한명은 질문을 하고, 다른 한명은 아무 말 없이 제 대답을 타이핑했어요. 예, 아니오 식으로만 대답할 수 있었고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 같은 질문을 했어요. 저는 3시간정도 진행했는데 성명서 작성을 누가 했느냐는 질문만 1시간동안 했어요. 앞서 면담한 다른 학생이 저와 A가 성명서 작성을 주도했다고 말했다면서 계속 물어봤어요. 사실대로 말하면 선처해 주겠다고도 했어요. 화장실까지 따라왔어요.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고 울고 싶었어요. 그냥 나중에는 그렇게 하세요라고 했어요.” - B씨.

 

면담 이후 비대위 활동을 한 학생들은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A씨는 제적, B씨는 근신, C씨는 주의처분을 받았다. 이유는 ‘학생으로서 본분을 위반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 B씨는 징계도 징계였지만 ‘면담’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대답을 한 자신을 탓하며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더욱이 그동안 받았던 장학금을 다 토해낼 수도 있다는 학교 측의 전화까지 받게 되면서 정신과를 다니게 됐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일련의 일들을 거치면서 B씨와 C씨는 더 이상 학교에 다녀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모든 정이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학교와 멀어졌다. B씨는 결국 등록거부를 했고 C씨는 간신히 졸업은 했지만 현재 사회복지와는 무관한 분야의 기술을 배워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제적처분을 받은 A씨는 현재까지도 법정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제적처분 직후 학교를 상대로 제적처분 무효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승소했다. 이후 또다시 내려진 30일 유기정학, 이 또한 유기정학 처분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으로 맞섰다. 결과는 또 승소, 현재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정다툼을 이어가면서도 A씨는 지난해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현재 3학기 째 다니고 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우리 학교 학생이니까 받아들였다. 더 이상 문제 일으키지 말고 잘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에게도 물었다. 제적처분까지 한 학교에 다시 다니는 이유가 무엇인지.

 

“당당해지고 싶어서요, 정말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비대위 활동할 당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학교에 가서 빌어라, 그래도 니가 잘못했으니까 벌을 주는 거지라는 얘기였어요. 너무 억울했어요.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정말 알리고 싶어요.” - A씨.

 

“우리가 정말 그렇게 잘못한 건가요?”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기쁘지 않다. ‘우리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확인만 했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 ‘확인’과 맞바꾼 것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대학시절 기억은 여전히 우울하고 꿈이었던 사회복지사는 이제 남의 일이 됐다.

 

“누구에게도 사과한마디 듣지 못했어요. 갈등과 불신만 가득했던 대학시절 기억은 제 인생에서 완전히 단절됐어요. 보상이요? 그 어떤 걸로도 보상받지 못해요.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 받고 학습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이었나요? 기자님, 우리가 정말 그렇게 잘못한 거예요?” - A·B씨.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무엇보다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학교는 왜 그런 방식으로 ‘면담’을 했어야 했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학교 측에선 이미 다 해결된 옛날 문제이고 특히 제적을 준 학생까지 다시 대학원생으로 받아들였는데 취재하는 것이 오히려 의아스럽다고 합니다. D교수에게는 십여 통의 전화와 카톡을 남겼지만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일들은 과연 다 해결된 옛날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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