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성폭력ㆍ갑질 SNS 제보계정 신설
"학교에 문제 해결 의지 있는지 의문"
여교수회도 진상규명 촉구 성명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예술계열 학과 교수에게 성폭력과 갑질을 당했다는 제보가 SNS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 SNS에 ‘위드유 건국(withyou_konkuk)’이라는 계정이 생겨났다. 학생들의 피해 제보를 받기 위해 개설된 것이다.

현재 이 계정에는 ‘도와주세요’, ‘함께해주세요’, ‘파면’ 등의 해시태그가 붙어있으며, 제보 내용 일부도 함께 공개돼 있다. 계정을 통해 현재까지 들어온 제보는 20건 안팎이다.

내용을 종합해 보면 A 교수의 행위는 심각한 범죄 수준이다. 학생에게 결혼하자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며 “원래 결혼하면 우리 집 가서 같이 살아야 하는데 지금은 상황이 그럴 수가 없지?”라는 등 성희롱을 일삼았다. 또한 “내가 너랑 왜 안 하고 싶겠어”라는 말과 함께 차 안에서 학생의 손을 잡는 등의 신체 접촉도 있었다.

계정주 "학교 대신 직접 피해 사례 수집 중"

건국대 재학생인 ‘위드유 건국’ 계정주는 2일 충북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보 내용을 보면 이런 교수가 아직 학교에 다닌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를 믿지 못해 신분이 노출될까 걱정하고 제보를 망설이는 학생들을 위해 익명의 공간을 만든 것”이라고 계정을 개설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교내에 A 교수의 성폭력과 갑질을 고발하는 포스트잇이 붙고 난 후, 건국대 측은 ‘직접 방문’과 ‘이메일’을 통한 제보를 받겠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누가 학교를 믿고 제보를 하겠느냐”며 학교의 문제 처리 방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위드유 건국’ 계정주는 “일이 진행되는 걸 언론 기사 내용이나 들리는 이야기를 통해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피해 학과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는커녕, 방학 중이라 학교에 사람도 없는데 학교 게시판에 붙은 종이로만 제보 방법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라고 학교 측을 비판했다.
 

건국대 글로컬캠 도서관 공지 게시판에 학교 측이 붙인 제보 방법 안내문
건국대 글로컬캠 도서관 공지 게시판에 학교 측이 붙인 제보 방법 안내문(독자제공)

이 때문에 현재 학생들은 학교가 A 교수 성폭력·갑질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 학생들의 의문에는 이유가 더 있다. 문제가 공론화되기 전부터 학생들이 성희롱 피해 사실을 강의평가에 적어 학교 측에 제출했으나 바뀐 게 없었던 것이다.

‘위드유 건국’ 계정 제보글에는 “강의평가에 ‘교수가 성희롱을 한 적이 있습니까’ 항목에 예라고 응답했고 서술문항에도 성희롱 사실을 적어서 냈다“며 “그동안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강의평가를 비슷하게 했을 거라 추측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오히려 교수로부터 ‘강의평가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다’는 겁박을 받았다는 게 제보를 한 학생의 설명이다. ‘위드유 건국’ 계정주는 익명의 피해사실을 취합해 직접 학교 측에 전달하고, A 교수에 대한 징계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건국대 글로컬캠 여교수회 진실의 편에 서겠다 지지 뜻 표명

이 대학 여교수회도 사건 해결에 대해 힘을 보탰다. 여교수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대학본부의 조속하고 정의로운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며 “진상 규명의 결과에 따라 우리는 진실의 편에서 함께 하겠다”고 지지의 뜻을 밝혔다.

이어 “재발방지를 위해 갑질, 성희롱에 대한 대학 내 숙의와 공론의 장이 마련되길 희망하며, 그 과정에서 여교수회의 역할과 참여가 필요하다면 논의를 거쳐 행동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건국대 글로컴캠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A교수에 대한 고발 내용이 담겨있다. (독자제공)
건국대 글로컴캠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A 교수에 대한 고발 내용이 담겨있다. (독자제공)

지난달 20일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에는 이 대학 A 교수의 성추행과 갑질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학생 휴게 건물 게시판에 고발성 내용이 담긴 메모지가 붙은 것. 내용을 보면 “퍼포먼스를 빌미 삼아 성적인 행위 시키지 말아 달라”거나 “제가 교수님 집에 왜 가야하죠”, “제 속옷이 왜 궁금하죠?” 등 A교수의 문제적 행태와 발언을 고발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A 교수는 “학생들이 불편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면 겸허하게 다시 생각해 보겠다”며 입장을 전했고, 학교 측은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학교 측이 학생들이 붙여놓은 메모지를 모두 수거한 것. 학교가 ‘직접 방문’과 ‘이메일’을 통한 제보를 받겠다고 한 사실도 논란이 됐다. 익명의 고발만으로는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없어 행정 절차 진행이 불가하다는 이유다.

학교 측은 이메일 접수 방법을 전하는 안내문에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 제보해 달라”며 ‘접수 가능’ 기간까지 명시해 학생들의 비판을 샀다. ‘누가 학교를 믿고 제보를 하겠느냐’는 학생들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최용준 기획예산팀장은 지난달 2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원 노출 걱정을 하는 학생들이 있어 교내 성평등상담소 연계 등 여러 제보 채널을 열어뒀다"고 밝혔다.

건국대는 피해 학생들이 가해 교수 이름을 특정해 제보해야만 진상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이 붙인 메모를 통해 해당 교수가 누군지 유추할 수 있지만, 정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용준 팀장은 "학생들이 남긴 메모에는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익명의 내용과 정황만 가지고 조사를 하기에는 부담스럽다"며 "확실한 제보가 모이면 진상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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