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매년 나눔행사 이어

“여러분들이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꽃동네의 가장 큰 기쁨입니다. 서울역에서 힘겹게 사시는 분들이 자활의 의지를 갖고, 가정과 사회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우리의 모든 노고는 기쁨의 노래가 됩니다”

도시의 가장 어두운 곳, 서울역 노숙인들과 인근 쪽방촌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2,000여 명의 행렬이 서울역 지하도를 가득 메운 가운데 꽃동네 ‘2019 노숙인과 함께하는 송년의 밤’이 지난 27일 저녁 6시 30분부터 10시까지 진행됐다.

갑자기 많은 인파가 몰려들면서 대혼잡이 우려됐지만 단지 기우에 불과했다. 이들은 꽃동네 자원봉사자와 수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질서를 유지해 나갔다.

단 한 사람도 이 귀한 행렬을 방해하지 않았다. 꽃동네가 보여준 기적같은 나눔의 현장이다.

꽃동네는 매년 설립자 오웅진 신부의 세례명(사도요한) 축일인 12월 27일, 서울역 지하도를 찾아 노숙인들을 위로해 왔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서울역으로 모여든 어려운 이웃을 위로하기 시작한지 올해로 22년째.

특히 꽃동네는 그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화요일 서울역 인근의 노숙인 및 쪽방 사람들을 대상으로 음식, 의류, 의료, 상담 등 다양한 봉사를 이어 왔다.

또한 매주 일요일에는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등 따뜻한 손길도 펼쳤다.

이날 송년미사가 봉헌되기 전 꽃동네 수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노래와 율동을 선사하며 서울역 지하도의 세찬 한파를 녹여 냈다.

꽃동네가 후원하는 노숙인들로 구성된 ‘채움합창단’도 이 소중한 자리를 빛냈다. 이날 행사에는 채호, 태연아 등 트로트 가수들도 동참했다.

채움합창단은 지난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음성꽃동네 방문 시 환영 합창을 선사하기도 했다.

예수의꽃동네형제회 부총원장 신상현 수사는 이날 꽃동네 故최귀동 할아버지의 일대기를 소개하며 나눔의 정신을 함께 하자고 간구했다.

오웅진 신부는 송년미사 강론을 통해 “우리도 사랑할 수 있다. 최귀동 할아버지는 병든 걸인이었지만 40년 넘게 죽어가는 걸인들을 보살폈다”면서 “부자는 돈이 많고 재산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어려운 가운데 내가 가진 것을 이웃을 위해 내어줄 때 바로 그 사람이 부자”라고 말했다.

노숙인 송년미사에는 꽃동네 후원자 및 신자들도 참석해 함께 사랑을 나눴다. 미사 후 꽃동네는 준비해 간 1,500여 벌의 방한용 잠바와 음식 등을 정성껏 전달하며 이들을 위로했다.

이날 노숙인들은 시종 질서를 유지한 채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며 주위를 숙연케 했다. 나누면 나눌수록 더 넉넉해 지는 것일까?

꽃동네 사랑의 영성이 만들어 낸 ‘서울역 작은 기적’의 현장을 지난해에 이어 다시 전한다. /사진제공=꽃동네·음성타임즈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