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유물전시관, 민간위탁 종료되면서 직원 사실상 ‘해고’
청주시·문화원, 서로 책임 떠넘기며 ‘내 일 아냐’ 주장
위탁기간 종료되도 업무연속성 인정되면 대부분 고용승계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주장

청주백제유물전시관 전경
청주백제유물전시관 전경

 

청주백제유물전시관(전시관)에서 학예업무를 담당했던 A학예사가 청주시로부터 사실상 ‘해고통보’를 받았다고 반발해 논란이 되고 있다.2004년부터 전시관에서 근무한 A학예사는 전시관의 청주문화원 민간위탁 계약기간이 오는 12월 31일 종료되고 전시관이 청주시 직영(청주고인쇄박물관 분관)체제로 전환되면서 십수년간 다녔던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짤렸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A학예사는 전시관의 청주문화원 민간위탁 이전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관리하던 시절부터 근무, 청주문화원 위·수탁 관계와 자신의 고용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로 책임 떠넘기는 청주시와 청주문화원

청주문화원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전시관을 민간위탁 계약을 맺고 관리해 오고 있다. 그동안 전시관의 민간위탁이 적당한지, 또 청주문화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등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청주문화원은 10년 이상 위탁관리를 해온 것이다. 그러다 올 초 전시관 직원들의 내부갈등문제가 불거지자 청주문화원은 전시관을 위탁관리하는 것이 더 이상 문화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청주문화원은 계약기간(올해 말)까지만 위탁관리하고 내년부터는 하지 않겠다는 거부의사를 밝혔었다. 이에 따라 전시관은 내년 1월 1일부터 청주시 직영체제이자 청주고인쇄박물관 분관 형태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전시관에서 15년 이상 근무하던 직원들의 고용은 불투명해졌다. A학예사는 “청주시는 지난 4개월 동안 확실한 이야기 없이 시간만 질질 끌다 최근 들어 사실상 해고통보를 해왔다. 청주시 직원이 와서 전시관 직원들을 보고 이제 나이도 많이 드셨으니 그만 두라고 이야기했다. 그때부터 직원들이 크게 동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올 초부터 이미 계약기간이 종료됐음을 전시관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통보했고 계약이 종료됐다는 우편물을 등기로도 보냈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시관 직원들의 고용문제는 위탁받았던 청주문화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못 박고 있다. 또 청주문화원과 위·수탁 계약이 종료되는 만큼 직원들의 고용관계도 자동으로 종료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주시 한 관계자는 “위탁을 준다는 것은 건물이나 운영 뿐 아니라 직원들을 선발하고 관리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직원들의 고용문제는 당연히 청주문화원이 알아서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청주문화원은 그 책임을 청주시에 돌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저희 입장에서는 청주시에서 다 알아서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논의 중에 있지만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청주문화원이 위탁을 받았다 해도 사실상 이제까지 전시관의 거의 모든 사항은 청주시에서 결정했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청주문화원과 청주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다.

청주백제유물전시관에서는 12월 6일부터 12월 29일까지 ‘쇠를 다루는 마한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다.
청주백제유물전시관에서는 12월 6일부터 12월 29일까지 ‘쇠를 다루는 마한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다.

 

당장 열리고 있는 전시는 어쩌라고…”

불투명한 고용승계로 전시관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사기가 저하된 일부 직원들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연가를 연말을 맞아 한꺼번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6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는 '쇠를 다루는 사람들' 기획전시 유물의 보관 및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이 연가를 장기간(3~4일) 신청, 사실상 유물보안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경비 업무는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을 쉬는 형식으로 운영됐었다. 교대로 경비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한명이 연가를 사용하면 또 다른 한명은 24시간 근무 후 휴식을 취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그동안 전시관 경비담당자들은 연가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대체 인력을 고용할 여유도 없어 직원들의 장기간 연가사용은 전시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연가를 한꺼번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를 쓰겠다는데 사용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다. 예산결산도 이미 다 마무리되어 대체인력을 고용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고용의 주체는 누구인가?

현재 청주시는 전시관을 포함해 청소년 문화의 집 등 복지기관의 상당부분을 민간위탁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위탁받은 기관의 직원은 일반적으로 위탁받은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선발, 채용 및 관리를 하고 있다. 위탁기관이 변경될 경우에는 사업 성격에 따라 고용이 승계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직원을 선발하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특별한 규정 없이 사업에 따라 협의에 의해 결정한다는 얘기다. 청주지역 복지기관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원칙은 없다. 같은 사업은 대부분 고용승계가 된다. 물론 민간위탁에서 시나 도 직영으로 운영될 경우에는 많은 변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노무사는 “원래 A학예사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 2004년부터 근무했었다. 청주문화원이 고용한 직원이 아니다. 업무의 연속성 때문에 재단 관리 하에서 근무하다가 청주문화원 위탁기간까지 근무를 해온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A학예사 고용의 주체는 청주시다. 청주시는 이를 부인하고 청주문화원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12월 31일자로 부당해고를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기간제로 입사했더라도 기간제법에 의해서 2년 이상 근로를 했으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되어야 한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4조 2항에 보면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되어 있다. 청주시의 이번 결정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개월 임시직 학예사가 업무 시작할 판

한편 청주시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시관 운영을 담당할 학예사를 3개월 임시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청주고인쇄박물관 홈페이지에 내년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전시관의 학예업무를 담당할 학예사 선발을 위해 ‘기간제근로자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서류접수는 13일부터 19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5일 동안이고 1차(서류) 심사결과는 12월 20일에, 2차(면접) 심사결과는 12월 24일에 각각 발표될 예정이다.

청주시에 따르면 3개월 임시직을 채용하는 이유는 지난 10월에 전시관 학예사 채용과 관련 인사과에서 열린 채용심의위원회에 보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1월 1일부터 근무할 직원채용에 ‘3개월짜리’ 기간제근로자 임시직 고용이 불가피하게 됐다.

청주시 한 관계자는 “올 12월 31일 안에 학예사를 채용해 전시관은 차질 없이 운영할 것이고 내년부터는 고인쇄박물관 분관으로 고인쇄박물관 학예사들과 협의해서 전시관을 운영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내년 4월 이후에는 시간선택제 공무원 1명이 학예업무를 담당하고 전시관 운영은 고인쇄박물관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또 그동안 경비원 2명이 교대로 담당했던 경비업무는 청원경찰이 대행하고, 시설설비와 청소·미화업무에 1명씩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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