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노동대학, 수련원 없애기 위한 행태…'유령기관' 입찰 막아야
영동교육청, 입찰과정 행정절차 및 서류상 아무런 문제 없어
천덕영농법인, 세금 제대로 내는 정상적인 법인…마을주민 원해

천덕초등학교 임대계약 만료를 앞두고 ‘전태일노동대학’이 영동교육지원청 및 충북도교육청의 행정을 강력 규탄하고 있다. 사진은 전태일노동대학 측의 항의집회 모습.
천덕초등학교 임대계약 만료를 앞두고 ‘전태일노동대학’이 영동교육지원청 및 충북도교육청의 행정을 강력 규탄하고 있다. 사진은 전태일노동대학 측의 항의집회 모습.

 

1999년 폐교된 영동군 매곡면 천덕초등학교 부지 임대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곳을 16년째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전태일노동대학)’이 영동교육지원청 및 충북도교육청의 행정을 강력 규탄하고 있다.

3년마다 재계약이 이뤄지는 천덕초 임대에 있어서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전태일노동대학과 새로 임대해 사용하길 희망하는 ‘천덕영농법인’, 이를 관리하는 영동교육청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전태일노동대학은 10일 영동교육청부터 영동역, 영동군청까지 교육청의 부실행정을 규탄하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전태일노동대학은 10일 영동교육청부터 영동역, 영동군청까지 교육청의 부실행정을 규탄하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전태일노동대학은 2003년부터 천덕초등학교를 수련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전태일노동대학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상 ‘유령’조직인 ‘천덕영농법인’이 임대 입찰에 참여하는데도 영동교육청이 이를 수수방관, 비호하고 있다”며 “요식적인 서류검토가 아니라 내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태일노동대학은 지난달 26일 충북교육청에서 도교육청의 무책임한 행정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김병우 도교육감과 면담도 했었다. 영동교육청에서는 천막농성과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10일에는 영동교육청부터 영동역, 영동군청까지 교육청의 부실행정을 규탄하는 가두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전태일노동대학 측은 ‘천덕영농법인’의 입찰 참여 배제를 주장하고 있다.

영동군 매곡면 소재 전태일노동대학이 운영하는 마음수련원 전경
영동군 매곡면 소재 전태일노동대학이 운영하는 마음수련원 전경

 

전태일노동대학 측에 따르면 천덕영농법인의 실체는 막걸리 제조 및 판매사업체다.  2013년 '영농법인천덕'에서 '천덕영농법인'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당시 영농법인천덕에 1억원을 출자했던 막걸리 공장 대표 A씨는 법인 이사에서 빠졌다. 현재 사무실은 마을회관으로 되어 있지만 간판도 없고 상주하는 사람이나 연락처도 없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천덕영농법인은 한마디로 전태일노동대학 수련원을 가로채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유령법인이다. 영동교육청은 이러한 실체를 명확히 인지하고 천덕영농법인의 입찰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동교육청 측은 “‘천덕영농법인’이 제출한 서류와 절차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천덕영농조합과 전태일노동대학은 동등한 자격을 갖추고 있어 입찰에서 어느 한쪽을 배제할 경우 공정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영동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행정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기관을 입찰에서 배제하라니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 천덕영농법인 측은 정당하게 경쟁해서 승복하면 되는 것이지 입찰에 참여조차 할 수 없게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천덕영농법인의 한 관계자는 “천덕영농조합은 5개 마을 이장님이 공동으로 설립한 것이다. 주민들이 원하고 있다. 정당하게 경쟁해서 결과에 승복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전체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천덕초등학교 자리를 사용하려고 하는 이유는 참여자들이 모두 천덕초등학교 권역에 살고 있다. 예전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연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곳을 활용하고 싶어 한다. 정당한 방법으로 세무서에 세금도 내고 있는 정상적인 법인이다”라고 전했다.

 

계약 때마다 갈등 매번 반복

전태일노동대학과 영동교육청, 천덕영농법인의 ‘악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란간다. 폐교 임대계약이 3년 마다 이뤄지기 때문에 재계약 때마다 갈등이 빚어졌던 것.

전태일노동대학에 따르면 2013년 당시 영동교육청 담당자가 전태일노동대학에 임차권 포기를 종용하고 다른 폐교로 이전할 것을 권고했었다. 전태일노동대학 한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천덕영농법인과 수의계약을 해야 할 것 같으니 재임차권을 포기하고 인근 폐교로 이전해줄 것을 권고했었다. 당시 영동 군수가 교육청에 협조공문을 보내기도 했다”며 “공정성은 이미 그때부터 훼손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시 영동군은 영동교육청에 천덕영농법인이 원만하게 임차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6년 계약 때는 천덕영농법인의 대표이자 영동군 매곡면 모 마을 이장 A씨가 “전태일노동대학이 (북한) 삐라를 뿌린 것 같다”고 주장, ‘빨갱이’ 논란이 있었다. 전태일노동대학 측은 “A이장이 전태일노동대학을 빼앗아 자기들 돈벌이로 사용하겠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대학을 빨갱이도 덧씌워 쫓아내려고 했다”며 “폐허로 방치되어 온 폐교를 16년동안 가꾸고 관리해 왔는데 이런 식으로 매도하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올 12월 31일자로 옛 천덕초등학교 임대차 계약이 또다시 종료됨에 따라 영동교육청과 전태일노동대학, 천덕영농법인의 갈등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

전태일노동대학은 천덕영농법인은 유령법인으로 영동교육청은 이를 세밀히 검토하고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영동교육청은 행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업체를 입찰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영동교육청은 11일 공유재산심의회를 개최하고 여기에서 통과한 참가자를 대상으로 수의계약방식으로 또는 임대료 최고가 낙찰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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