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군 건설과장이 조경석 납품업체 감사로 등재돼
업체대표 “인척관계 비상임 무보수, 단가경쟁력 입찰”

지난 5월 본보가 보도한 괴산군 하천 제방 석축공사의 석재 납품 회사의 감사가 괴산군 전 5급 공무원 출신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충주에 본사를 둔 A사는 지난 4월부터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밀재천 소하천정비사업 석축공사에 석재를 납품했다.

하지만 납품된 석재가 가공을 거친 조경석이 아닌 발파석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본보가 1차 보도한 바 있다. 또한 괴산군은 해당 석재의 규격에 대해 하자가 없다며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 전직 괴산군 안전건설과장이 A사 감사로 재직중인 사실을 들어 감사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5월 중순 괴산군에 밀재천 축대 공사와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하천정비사업에 일반적으로 쓰는 가공된 조경석이 아닌 거친 발파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괴산군은 밀재소하천 공사에 필요한 조경석 1만7000t(1차분)을 조달청을 통해 제한경쟁입찰로 구입했다. t당 단가는 2만2000~2만3000원으로 총 4억여원의 예산이 편성됐고 충주 A사가 조달청 입찰을 통해 납품했다. 조경석의 경우 가공 정도에 따라 가격차가 있지만 괴산군이 요구한 곡률규격 R5~R15(R:곡률 반지름, R값이 클수록 자연석과 같이 표면과 모서리가 매끄럽다)의 경우 t당 시중가격이 2만5000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재의 크기는 500·600·700mm로 제한해 너무 크거나 작은 돌은 배제시켰다.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밀재천 소하천정비사업 석축공사 현장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밀재천 소하천정비사업 석축공사 현장

 

밀재천 현장에 납품 시공된 조경석
밀재천 현장에 납품 시공된 조경석

 

군 건설과 “전임 과장이 감사인 줄 몰라”

하지만 당시 주민제보로 취재진이 현장확인한 결과 가공되지 않은 날카로운 단면을 가졌거나 700mm 이상의 규격외 석재가 상당수 눈에 띄었다. 역시 A사가 납품한 인근 송면 관평천의 조경석도 육안상 일부 규격외 석재가 보였다. 하지만 군이 한국석재공업협동조합을 통해 밀재천 표본석재를 검수한 결과 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표본 석재 검수를 참관했던 현지 주민은 “석재조합에서 나온 직원 얘기를 들어보니 석재 크기와 면처리에서는 오차범위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군에서 내게 보내준 석재조합 검수결과는 석면 검사에서 합격했다는 내용이다. 크기와 면처리에 대한 언급은 한줄도 없다. 현장에서 상호 검수확인 절차도 없었기 때문에 정식으로 검수의뢰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불량 자재 납품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A사의 감사가 전직 괴산군 건설과장이란 사실이 새롭게 불거졌다. 취재진이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지난 2017년 3월에 취임한 박모 이사는 2016년까지 군 건설과장으로 재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임각수 괴산군수 부인 밭에 군비로 석축을 쌓도록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건설과장직에서 물러났다. 건설과장 재직시 2차례에 걸쳐 군비 1900만원을 들여 칠성면 외사리에 위치한 군수 부인 소유의 밭에 길이 70m, 높이 2m 규모의 석축을 쌓도록 지시한 혐의(업무상 배임)다.

특히 태풍 피해로 농로가 유실돼 농기계가 통행할 수 없다는 민원이 발생했던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으로 드러나 2016년 청주지법 항소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박 감사의 뒤를 이어 건설과장이 된 김모씨는 지난 6월 군 환경사업소장 재직시 업자로부터 1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현직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괴산군 건설과장 두 사람이 잇따라 관재수를 겪고 해직된 것이다.

결국 괴산군 인사를 보면 토목직인 박-김 두 사람이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닌 셈이다. 박씨가 환경사업소장을 하다 건설과장으로 갔고 김씨가 그대로 바톤을 받아 건설과장을 한 것이다. 임각수 군수 시절 신임을 받았던 박씨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후문이다. 그리고 해직된 박씨는 처남매부 지간 회사인 A사에 취임했고 김씨가 과장을 맡는 동안 괴산군의 하천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에 대해 군 안전건설과 담당자에게 “혹시 박 전 과장이 A사 감사란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군 담당자는 “감사가 누구인지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하천정비사업 석축공사는 수해가 생기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연 해당 과의 전임 과장이 납품 관련사 대표와 처남매부 사이이고 취업까지 한 사실을 몰랐을까? 문제가 된 A사 대표는 박 감사 취임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우리 회사는 비영리법인이고 감사직은 비상임 무보수다. 애초 공직에서 물러나신 뒤 우리 회사의 쌀가공 분야에 정식 취업을 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퇴직공무원 취업제한 규칙을 위반했다고 해서 검찰에서 벌금 처벌까지 받았다. 현재 박이사님은 개인적으로 다른 사업을 동업식으로 하고 계신다. 우리 회사 일에 신경 쓸 시간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다만 인척관계라서 법인감사를 맡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무원 재취업 제한규정을 어겨 사법처리까지 당한 전임 과장의 취업 회사가 어디 인지 몰랐다는 직원들의 증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석축쌓기 대신 보강토 블럭 공법으로 마감한 현장
석축쌓기 대신 보강토 블럭 공법으로 마감한 현장

 

납품업체 “조달물량 많아 괴산군서 역차별”


A사는 괴산군이 2021년까지 추진할 재해예방 하천정비 사업 가운데 조달청 발주 관급자재(석재) 납품입찰에 가장 많이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사업비 187억원이 책정된 성황천·관평천·안민천 등 3개 재해위험개선지구 중에 성황천, 안민천의 석재를 납품하게 됐다. 또한 34억원이 책정된 4개 지구 소하천 정비사업에서 밀재천 등을 낙찰받았다.

이에 대해 A사 대표는 “우리 회사의 단가 경쟁력이 타사에 비해 앞서 있고 조달청 납품가도 우리가 최저 수준이다. 조달청 물량이 많다보니 괴산군 입찰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역차별을 받기도 한다. 최저가 낙찰제로 하면 우리와 경쟁이 안되니까, 우리를 배제한 채 다른 업체들만 입찰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연매출 40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은 타 도에서 입찰해서 따낸 실적이다. 우리가 도내 지자체에서 특혜를 본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골재업계 관계자는 “조달청의 입찰은 전자입찰이기 때문에 공정하게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경석의 경우 제시규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불량석재 납품민원이 종종 발생한다. 제대로 가공한 조경석에 비해 발파석의 가격이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업체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발파석의 가공방법에 대한 지침이 없다보니 대부분 포크레인으로 일일이 굴려서 날카로운 각과 면처리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균일한 규격대로 만들기가 힘들다. 수마식이라고 해서 물을 채운 통에 넣고 굴려서 다듬는 방법도 시도했는데 세척수가 토양오염 원인이 되기 때문에 그것도 금지된 상태다. 최근 하천정비공사의 추세는 과거 석축쌓기 보다는 보강토 블럭이나 옹벽쌓기 공법이 많이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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