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청주시의원 "시민들 간에 갈등을 야기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조례"
변은영 시의원 대표 발의한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 부결
보수 기독교 단체 "조례가 동성애 조장" 주장 이슬람 차별금지도 문제삼아

지난 11일 입법예고된 ‘청주시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안’이 상임위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부결된 것과 관련 뒷말이 나오고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는 별다른 논의 없이 안건을 부결시키는가 하면 보수 기독교 단체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변은영 청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해당 조례는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추진됐다.

이 조례안은 청주시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정책수립 및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 이를 통해 청주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다양성에 기초한 사회통합과 문화도시 실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앞서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등 전국 14개 자치단체에서 해당 조례안을 제정해 활용 중이다.

대표 발의자로 나선 변은영 시의원은 “14개 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시행 중에 있다”라며 “청주시에서도 조례 제정을 통해 문화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이를 보호ㆍ증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문화다양성에 기초한 사회 통합과 새로운 문화 창조에 이바지하고자 조례안을 발의하게 됐다”라고 조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조례안에는 변종오, 김은숙, 임정수, 이재길, 김병국, 유광욱, 안성현, 신언식, 전규식, 윤여일, 김영근, 정태훈, 최충진, 양영순, 박미자, 최동식 의원 등 17명의 시의원이 발의자로 나섰다.

청주시의회 소속 의원 절반 가까이 가 조례안에 동의했지만 상임위에선 별다른 논의 없이 부결됐다.

청주시의회
청주시의회(충북인뉴스 DB).

별다른 논의 없이 부결시켜

청주시의회가 공개한 ‘제47회 제 1호 행정문화위원회 임시회의록’에 따르면 박정희 청주시의원(자유한국당)은 “조례 목적에도 보면 사회 통합에 기여를 위해서 이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하지만 의회에 제시된 의견 제시를 보면 251건이 접수가 됐는데 다 반대 의견으로 접수가 됐다”라며 “타 기초지자체에서도 이 조례안이 상정됐을 때 부결돼서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조례를 통해서 우리 시민들 간에 갈등을 야기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조례에 대해서는 굳이 우리 위원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느냐”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후 박 시의원의 요청대로 비공개로 진행된 논의 결과 행정문화위원회는 해당 조례를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7명에 달하는 시의원이 조례안 발의에 동의했음에도 공개적인 토론과 논의 없이 부결한 셈이다.

반면 행정문화위원회 전문의원실은 “청주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다양성에 기초한 사회 통합과 문화도시 실현에 기여하기 위한 조례안”이라며 “절차상의 문제점이나 상위 법령상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조례안 반대에 나선 GMO연합.
조례안 반대에 나선 GMO연합.

기독교 단체 집단 반발 의식했나?

조례안이 부결된 것과 관련 보수 기독교 단체가 집단 반대운동을 벌인 것이 이유로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동성애 등 성소수자를 배척하고 있는 기독교단체 GMO연합(God Man Woman)은 단체 홈페이지를 통해 “성별정체성 및 급진 이슬람주의까지도 문화로 인정해 보호 및 재정적 지원이 가능해진다”라며 “동성애나 이슬람에 대한 차별금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변은영 시의원의 연락처를 공개하는 등 ‘항의전화 및 반대의견서 제출을 부탁드린다’며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청주시 문화다양성 조례제정’과 관련 시민공청회를 여는 등 제정에 앞장섰던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측은 “의원님들이 조례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해 부결한 것으로 별다른 입장은 없다”며 “시청과 시의회에 기독교단체의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조례안을 재추진하는 것은 현재 논의 중인 사항이지만 시일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권연대 숨 이은규 활동가는 “현상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다.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문화적 차이에 대한 존중을 기초로 진행되는 문화다양성을 무시하는 차별적 폭력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