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호소 노동자, 병원 구내식당 위탁업체 대표 고소
피해노동자 및 퇴직자 진술 "회사측, 개선 의지 없어"
"갑질과 괴롭힘 호소하다, 돌아온 것은 폭언과 욕설뿐"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는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윤준 실장.(사진제공=음성타임즈)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본격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음성군 내 수많은 노동자들이 음성노동인권센터에 괴롭힘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음성노동인권센터는 16일 오전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노동자와 함께 해당 업체 대표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위반으로 고소하고, 충주지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지난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딱 두달 만이다.

음성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해당 업체에서는 신고식 명목의 회식비 강요. 화장품 강매, 일감 몰아주기, 근무편성 권한을 이용한 차별 등의 갑질과 폭언이 수년째 이어졌다는 진술이 접수됐다.

음성군 생극면 소재 한 병원 구내식당에서 벌어진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이번 고소건은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에 첫 번째로 접수되는 사건으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실효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센터 박윤준 실장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피해노동자의 입장과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될 때 작동 가능한 법령”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유사한 괴롭힘 피해사례가 계속해서 터져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두달만인 16일 고용노동부 충주지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두달만인 16일 고용노동부 충주지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사진제공=음성타임즈)

 

[기자회견문 전문]

괴롭힌 관리자는 벌점 2점, 피해노동자는 타지역 사업장으로 인사발령!

2019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직장 상사, 중간 관리자의 갑질, 인격모독, 따돌림 문화에 고통 받으며 의지할 곳 하나 없던 노동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법 시행 후 지난 2달 동안 많은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호소하며 음성노동인권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D사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음성군 생극면 소재 한 병원 구내식당에서는 최소 5년 이상 관리자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어왔다.

7월 25일 괴롭힘 사건이 인권센터에 접수되었고 8월 20일 인권센터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간담회'를 비공식적으로 가졌다.

이때 스무명이 넘는 피해노동자 및 퇴직자들이 찾아와 진술하였다. 진술들에 따르면 관리자 A씨는 신입사원을 상대로 많게는 40~50만원 상당의 회식비를 신고식 명목으로 강요해왔다.

또 개인사에 쓰일 비용을 상납하도록 하였으며, 화장품 강매, 일감 몰아주기, 근무편성권한을 이용한 차별 등 괴롭힘의 정도가 심각했다.

인권센터를 찾아온 피해노동자 B씨 역시 관리자 A씨로부터 신고식 등 갑질과 괴롭힘을 당해왔다. 그는 7월 10일 직원 3명과 함께 관리자 A씨의 문제를 건의하고자 본사 관리이사와 면담을 하였다.

그러나 면담 이후 관리이사와 관리자 A씨는 B씨를 더욱 괴롭히기 시작했다. 함께 본사에 찾아간 직원들은 회사가 개선 의지가 없고, 도리어 자신들이 차별을 당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는 판단에 퇴사하였고 남은 B씨가 타겟이 되었다.

관리자 A씨는 자신을 자르려고 본사에 찾아갔다며 B씨에게 폭언과 욕설을 2주 동안 퍼부었다.

한편 면담을 하러 본사에 찾아갈 즈음 구내식당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를 인근 돼지축사에 준 사실과 무등록 이주노동자를 취업하게 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회사에 과태료가 부과되는 일이 있었다.

관리이사는 B씨가 고발 건에 연루가 되었다고 보고 7월 24일 B씨에게 감곡면에 있는 타 사업장 새벽근무를 발령내면서 B씨에게 통화내역 제출을 강요하였다.

통화내역 제출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관리자 A씨는 B씨에게 또다시 폭언을 하였고, 제출을 못하겠다면 사직서를 쓰라며 강요하였다. 그 날 B씨는 회사를 도망치듯 나와 현재까지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며칠 뒤 B씨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내용증명을 사측에 보냈으나 3주간 회사는 묵묵부답이었다. 반응이 없는 회사에 인권센터가 전화를 걸어 확인한 사실은 B씨가 무단결근으로 해고되었다는 것이었다.

16일 오전 고용노동부 충주지청 근로개선지도과 관계자와의 면담이 진행되고 있다.
16일 오전 고용노동부 충주지청 근로개선지도과 관계자와의 면담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음성타임즈)

이후 인권센터와 병원 관계자의 중재를 통해 피해노동자 간담회를 열었고 진술을 들은 대표이사는 일주일 뒤 관리자 A씨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사측은 징계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부인사들을 포함하였다고 하였지만 징계 결과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관리자 A씨는 벌점 2점에 시말서 작성, 피해노동자 B씨는 감곡사업장으로의 전근이었다.

해당 사업장으로 출근하기 위해서는 거주지를 옮기던지 기숙생활을 해야 했으므로 피해노동자에게 매우 불리한 처분이었다. 게다가 노령에 거처를 옮긴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징계위원들은 피해노동자의 진술과 객관적 증거가 없으므로 신빙성이 부족하고, 관리자 A씨가 사실관계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징계사유가 없거나 경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성범죄사건에서와 같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은 유일한 '직접증거'일 때가 많다.

그러나 회사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을 무시하였으며, 인사위원회 과정에서 피해자와의 문답을 통해 진술을 확보하지도 않았다.

한편 괴롭힘 행위자 A씨가 완강히 부인한다는 '태도'만을 가지고 위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매우 편향적인 판단이었다.

이에 인권센터는 피해노동자와 함께 해당 업체 대표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하고, 충주지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피해노동자의 입장과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될 때 작동 가능한 법령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와 같은 괴롭힘 피해 사례는 계속해서 터져 나올 것이다.

인권센터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실제 사업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 지도감독을 모니터링 하고, 개별 사건에 적극 나설 것이다.

2019년 9월 16일

음성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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