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 운영위원단 시장실 면담 불발 뒷담화

2014년 청주 시립미술관 착공식에서 축사하는 한범덕 시장. 전임 이승훈 시장 때 취임한 공모 관장이 임기 중 사퇴하면서 청주시의 '문화긍지'에 상처를 입게 됐다.

청주시립미술관장의 항의성 사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지역 미술인들의 청주시장 면담이 불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방문 미술인과 시청 담당국장간의 의사전달에 착오가 생겨 시장실에서는 '사전 약속이 안돼 곤란하다'며 거절 한 것. 이에대해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최근 가장 중대한 현안인데 사전 약속을 내세워 시장이 미술인들을 대면도 안하고 돌려보낸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역 미술계는 지난달 25일 홍명섭 관장(70)의 돌연한 사퇴서 제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1월 공모를 통해 취임한 뒤 임기가 8개월이나 남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퇴 배경으로 담당 국장과 불화설과 함께 한범덕 시장의 홀대론이 나돌았다. 실제로 미술관내 관리팀과 학예팀간의 업무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시본청 감사가 진행되기도 했다는 것. 최근에는 미술관 전시회장을 방문한 한 시장이 작품설명한 학예사와 악수도 하지 않았고 홍 관장에게도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

결국 홍 관장은 친분있는 지역 미술인 A씨에게 사퇴의사를 밝혔고 A씨가 시청 담당국장에게 알려줬다. 이후 담당국장이 연락을 취했으나 홍 관장은 전화를 받지 않고 직접 시장실을 방문해 사퇴서를 제출하려 했다. 하지만 부속실 직원이 "여기서 접수할 수 없으니 인사부서에 제출하라"고 돌려보냈다는 것. 결국 청주시립미술관의 미술전문가 공모 1호 관장이 시장 면담 한번 없이 인사부서에 사직서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대해 청주시립미술관 운영위원회 위원 8명이 지난 3일 청주시장실을 방문했으나 면담이 여의치 않았다. 담당국장과 시장면담을 사전협의한 모위원은 '국장 안내로 시장 면담'으로 알고 있었고 담당국장은 자신이 면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 결국 시장부속실 직원들이 "사전 약속이 없었다"며 후속 일정을 이유로 면담을 거절했다. 이에대해 부위원장 A씨는 "사전 약속에 문제가 있었다 치더라도 시립미술관의 위기상황에 대해 운영위원들이 대화하자며 찾아간 자리인데 어떻게 그냥 돌려보낼 수가 있는가? 참담한 심정으로 위원들이 시청 인근 커피점에 자리를 잡았고 배석한 담당국장에게 '이런 상황에서 운영위원들이 직을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며 집단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운영위원들이 집단사퇴 배수진을 치자 시 담당국장은 미술인 A씨를 통해 "홍관장님이 사퇴서를 반려하고 원대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는 것. 현재 청주시는 출근거부 중인 홍 관장에 대해 연가처리한 상황이며 다음 주중 기한 만료된다는 것. 이에대해 시 담당국장은 "시장님 면담 약속 과정에 차질이 생겼고 도청 일정 때문에 운영위원님들을 만날 틈이 없었다. 홍 관장님도 시장님 면담을 요청했다면 언제든 사전 대화가 가능했을 것이다. 운영위원님과도 가능한 빠른 시일내 일정을 잡아 면담하시겠다고 했다. 부디 홍 관장님이 정상 복귀해 미술관의 현안문제를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 미술계 일부에서는 "시립 미술관장과 담당국장간에 의견이 다르면 양측을 경청하고 해결점을 찾는 게 시장의 역할이다. 국장의 일방적인 보고만 받고 미술관장의 의견을 따로 듣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사퇴서를 들고 시장실로 갔다가 퇴짜맞고 인사부서에 제출했을 때 그때라도 시장이 한번 불렀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더구나 이번 사태를 해결해 보자고 찾아간 운영위원들까지 되돌려보낸 상황은 '제왕적 단체장'의 불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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