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대기질 속 공원 허물어 아파트 짓겠다는 청주시
'대기오염 해결 총력 기울여도 모자른데' 비판
환경적·사회적 기능보다 '경제성' 택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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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해제되는 청주시 공원은 38개, 548만㎡ , 청주시가 지불해야 하는 토지매입비는 8513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중 사유지는 6692억 원(79%)이다. 시와 시민단체는 6692억 원을 두고 지난한 갈등을 빚고 있다. 청주시는 돈이 없어 민간공원 조성 특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도시공원 민간개발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6692억 원의 40%(개발적성사유지), 즉 2600억 원이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다고 주장한다. 2600억 원이 청주시에게 그리 큰 부담은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 청주시 도시공원의 민간개발, 아파트 건설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다. 2016년 잠두봉공원과 매봉공원 등 7개 공원이 민간개발 되었거나 민간개발하기로 결정됐다. 매봉, 원봉, 월명, 잠두봉, 홍골, 새적굴, 영운공원 총 면적 145만 5204㎡ 중 41만 2205㎡가 아파트로 바뀐다. 여의도 면적 14배에 해당하는 도시공원에 아파트 8412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동남지구(1만5000), 방서지구(3700), 테크노폴리스(2913) 등과 맞물려 향후 3만 세대 이상의 아파트들이 지속적으로 공급된다. 청주시 주택보급률은 전국 주택보급률 102.3%를 훌쩍 뛰어넘은 117%로 청주시 아파트 과잉공급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충북인뉴스> 창간 15주년을 맞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청주시 도시공원 문제에 대해 총4부 9회에 걸쳐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충북의 대기질이 전국 최악 수준으로 나빠졌다는 건 이제 누구나 인지하는 사실이다. 특히 청주시는 미세먼지 '나쁨' 경보 조치가 서울보다 잦았던 때가 많았다. 미세먼지가 심한 탓으로 지형적 요인 등 여러가지 원인이 제기됐지만, 산업단지와 소각장 밀집 등 도시 자체 오염물질 배출원이 주범으로 지목됐다.

청주에는 현재 15개 산업단지가 조성 중이거나 가동 중인 상태다. 여기에 13개의 산업단지가 신규 추진되고 있다.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해 충북에서 지난해만 SKC·SK이노베이션·LG화학 등 93개 기업이 환경법규를 위반해 적발됐다는 소식도 최근 알려졌다.

소각장 문제도 심각하다. 청주에는 전국 최대 6개의 소각장이 밀집해, 전국 폐기물 처리량의 18%에 달하는 양을 소각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소각장은 처리량을 늘리기 위한 시설을 증설하고 두세곳의 소각장은 새로 추진되고 있다.

입자가 작은 미세먼지는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우리 몸 속에 고스란히 쌓인다. 이 때문인지 충북은 유독 중증 호흡기 질환이 많다. 2016년 통계청이 공개한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충북의 호흡기 질환 사망률은 전국 평균보다 30%가량 높았다. '숨 좀 제대로 쉬고 살자'는 시민들의 볼 멘 소리를 더이상 흘려들어선 안 되는 현실이라는 게 지역민들의 인식이다.

지난 3월 11일과 13일 오전 9시 경, 청주시 복대동 <충북인뉴스> 본사 옥상에서 가경동 방향으로 찍은 사진. 미세먼지 '나쁨'과 '보통'인 날의 가시거리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올 인' 해도 모자를 판인데, 이게 최선입니까?

청주시도 이에 답해 2025년까지 미세먼지 30% 저감(2017년 기준)을 과제로 삼았다. 수소·전기차 보급,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 대기배출사업장 지도·점검 강화, 천연가스 시내버스 도입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각종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소각장과 산업단지 오염물질 배출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안이 없다. 

또한 청주시는 가장 지속가능한 대기오염 해결 방법인 도시공원을 지키는 일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도시공원이 도심에 부유하는 먼지를 빨아들이고 신선한 산소를 내뿜는 거대한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숲에서 미세먼지는 25%, 초미세먼지는 40%까지 감소한다. 1ha의 산림은 1년 동안, 사람 44명이 1년간 숨쉬는 양에 해당하는 12톤의 산소를 방출한다.

때문에 2020년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둔 도시·환경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도시공원이 절실하다고 제언한다. 이같은 시각에서 오히려 현재 조성된 도시공원 면적이 확충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런 배경에서, 대기오염도를 낮추는데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를 청주시가 도시공원을 민간에 넘겨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환경·시민사회 단체와 진보정당들은 미세먼지가 가장 심각한 도시인 청주에서 최대 규모의 도시공원을 개발해 아파트를 짓겠다는 시의 발상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일제히 내놨다.

지난달 15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충북도내 28개 단체로 구성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충북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룡산 도시공원 민간개발 허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대책위는 “한범덕 청주시장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해제에 따른 대응 방안으로 민간공원개발(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제라도 한범덕 시장이 정신(을) 차려 도시공원을 지키겠다고 하면 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시는 시민의 건강권을 높이기 위해 도시공원을 지키자는 시민사회단체와 격렬하게 각을 세우고 있다. 자치단체는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의무가 있는데, 참으로 이상한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예산 마련할 수 있다 VS 없다' 경제성만 고려된 도시공원

청주시도 도시공원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는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치를 때부터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이번 도시공원 민간특례제도 논란에서도 "일몰제 대상 도시공원을 모두 시가 매입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시의 재정 여건상 전체를 매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시숲의 중요성을 스스로 인정하고서도 예산을 문제로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한범덕 시장이 민선7기 출범 이후 공원녹지 관련 사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새로 만든 '푸른도시사업본부'의 홈페이지.

 
그간 한 시장의 시정 방향성도 도시공원의 필요성과 맞닿아있다. 한 시장은 민선7기 출범이후, 분산된 공원녹지 사무를 통합해 집중 운영하기 위해 '푸른도시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이후 안전도시주택국 소속의 '공원조성과', 농업정책국 소속의 '산림관리과'를 '푸른도시사업본부'로 이전하고 별도로 '공원관리과'를 새로 만들어 분산됐던 공원녹지 관리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한범덕 시장은 일몰제가 해제된 도시공원 부지를 매입할 예산이 부족하다며 도시공원 민간특례제도를 택했다. 실제 예산이 부족한 지 여부도 논란이지만, 환경적·사회적 기능보다 경제성을 우위에 둔 선택을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도시공원을 지키지 못할 바에야 대기업에게 넘겨 부지의 30%에는 아파트를 짓고, 70%의 공원을 조성하게 해 기부채납을 받겠다는 발상은 언뜻 유일한 대책인 것마냥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러나 시의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푸는 격'인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일몰제로 주어진 지난 20년의 시간동안 시가 공공의 자원인 도시공원을 지키지 못한 댓가는 오롯이 시민들의 악화하는 건강과 삶의 질로 치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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