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4개월 단위 4차례 고용계약…총 근로 기간만 26개월
'쪼개기 계약'으로 기간제법 피해…노동자는 퇴직금도 못 받아
청주시 "근로계약 사이 공백 기간 존재, 계속 고용관계 아니야"

[충북인뉴스 박명원 기자] 청주시 산하기관인 청주시차량등록사업소가 지난해까지 진행했던 기간제근로자 채용방식을 두고 이른바 '쪼개기 계약 꼼수' 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차량등록사업소에서 11개월씩 2번, 1개월 1번, 3개월 1번 등 4차례에 걸쳐 총 26개월을 기간제근로자로 일한 A씨는 지난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반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명시됐다. A씨의 근무기간을 보면 「2015년 1월1일~11월30일」, 「2016년 5월23일~2017년 4월22일」, 「2017년 12월1일~12월31일」, 「2018년 1월2일~3월31일」로 이에 해당됐지만 지난해 3월 계약 만료를 이유로 사직처리 됐다.
 

청주시, 무기계약 피하려 의도적 공백 기간 뒀나?

A씨는 "2014년 12월, 차량등록사업소에서 기간제근로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 2015년 11월 30일까지 근무를 했다.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시에서 내부 상황 상 11개월 이상 계약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이후 당시 같이 근무했던 공무원이 '다시 일할 수 있겠냐'고 전화를 걸어왔고 지난해 3월까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중간에 공백 기간을 두고 같은 일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근무했던 기간 내 공백 기간은 청주시의 사정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고 이후 시 관계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 재고용을 의사를 확인하는 등 공개채용 절차는 형식에 불과했다는 것.

하지만 A씨의 주장과는 달리 청주시는 문제가 없단 입장이다. 청주시가 지난해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시는 "당시 A씨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했지만 전 근로계약과 후 근로계약 사이에 5개월 이상의 시간적 간격이 있는 등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재계약 과정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한 공개채용을 통해 근로자를 채용했으므로 각각의 근로관계는 단절됐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청주시가 배포한 내부공문 '기간제근로자 채용 절차 관련 공지사항 알림'

청주시 공문에서 드러난 기간제법 피하기 비법(?)

실제로 취재진이 확보한 청주시 내부공문을 살펴보면 기간제법을 피하기 위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시가 기간제근로자 채용당시 작성한 공문(기간제근로자 채용 절차 관련 공지사항 알림)에 따르면 '기간제법에 의하면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는 사용하는 경우, 2년을 초과한 시점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고 있는 바, 총 사용기간에 2년을 초과하더라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지 않는 경우를 아래와 같이 알려드리니 업무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간제근로자 채용과 관련한 근무경력은 겅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징구 등의 방법으로 확인하여 주시기 바라며 타부서에 기간제 근로자 경력조회 협조 공문을 발송하는 것은 지양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앞서 쟁점이 된 전후 계약기간 내 공백을 두고도 '근로관계가 단절된 경우의 예'를 들며 '전 근로계약과 후 근로계약 사이에 6개월 이상의 시간적 간격이 있고, 후 근로계약이 공정한 공개경쟁에 의한 채용인 경우'라고 표시했다.

이와 관련해 A씨가 근무했던 청주시차량등록사업소 관계자는 "현재는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올해 1월 담당자가 바뀌면서 관련 사항에 대해선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 2017년 작성된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기간제근로자 모집 공고.

모집 공고에도 '기간 쪼개기' 고용 꼼수

청주시의 이런 채용방식은 기간제근로자 채용공고에도 드러나 있다. 시는 지난 2017년 차량등록사업소 한 부서 업무보조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면서 기간제법을 피하기 위해 신청요건에 '청주시 산하기관 근로경력자의 경우 전 근로계약 종료일이 공고일 기준 6개월의 간격이 있는 자'로 한정했다.

A씨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지난해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중앙노동위위원회에서도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 당했다.

당시 중앙노동위원회는 "A씨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할 수 없고,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도 인정되지 않아 이 사건 근로관계는 계약기간 만료로 당연히 종료한 것이므로 부당해고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26개월 일했는데…퇴직금도 없어

결국 무기계약 전환에 실패한 A씨는 이와 같은 이유로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11개월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한 탓에 1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만 지급되는 퇴직금 지급자격에 미달되기 때문이다.

청주시가 올해 채용한 기간제근로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청주시 등 산하기관이 이달 고시한 기간제근로자 채용공고를 보면 계약기간이 1년(12개월)이상인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짧게는 7개월 길게는 11개월로 근로계약기간을 한정해 근무 종료 이후에도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 
 

오는 14일까지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는 청주시 청원보건소 채용공고 일부.

'쪼개기 계약' 청주시 곳곳에 만연해

청주시 청원보건소의 경우에는 청주시차량등록사업소 사례와 마찬가지로 기간제법을 피하기 위해 응시자격 조건에 '청주시 산하기관 전체 근무기간 합산하여 계속근로연수 12개월 이상 근무 경력자 제외’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무기계약 전환을 피하기 위해 해당 응시요건을 넣은 것이냐'는 물음에 청원보건소 관계자는 "그런 이유도 있다. 채용공고에 적시된 응시용건은 청원보건소 자체적으로 만든 규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017년, 대법원은 십여 년간 1년 미만 단위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어온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해고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또 고용노동부 역시 기간제 근로계약 사이에 일부 단절기간을 두고 공개채용절차를 거치더라도 이런 절차나 단절이 2년의 사용기간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볼 수 있다면 전후의 근로관계는 단절 되지 않고 계속성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용노동부 2013.12.6. 회시, 고용차별개선과-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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