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인력·시설 늘리고 지자체 관심 더 가져야
청소년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 더 만들어야

지난달 20일 옥천군 청소년수련관 별관 준공식 때 축하공연 모습. <사진 옥천군 제공>

충북 청소년들은 갈 곳이 없다.

친구들과 안전하게 놀 곳을 찾아 이리저리 찾아다니다 결국 포기하고 학원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우리 지역에서 청소년만을 위한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충북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은 어디인지, 무엇이 부족한지, 또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지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소년들이 갈 곳은 어디?>

<1> “PC방, 노래방, 커피숍이 더 좋아”

<2> "청소년 공간! 이제는 청소년이 직접 만들어야"

 

‘청소년 전용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지역 청소년수련관 및 청소년문화의집 운영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애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운영방식, 프로그램, 예산 등 다방면에 있어서 개선 및 보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전에 비해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수와 기회는 많아졌으나 여전히 아쉬움은 있다.

 

실제 충북의 청소년시설 19곳올해 두 곳 더 문열어

현재 충북지역에서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은 청소년수련관 6곳, 청소년수련원 7곳, 청소년문화의집 13곳 등 27곳이다.

청소년수련관은 청주시, 옥천군, 영동군, 증평군, 진천군, 단양군 등 6곳에 있고, 청소년수련원은 △충북자연학습원 △청주시 △충주시 △제천시 △진천군 △음성군 △괴산군에 있다. 또 청소년문화의 집은 13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청소년수련원은 숙박시설을 겸비한 곳이고 도심권보다는 외곽에 위치, 접근성이 크게 떨어져 개인이 방문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충북 청소년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수련관 6곳, 문화의집 13곳을 포함해 19곳이다.

최근 들어서는 청소년수련관보다 규모가 작은 청소년문화의집 두 곳이 음성군 대소면과 청주시 청원구에 각각 문을 열 예정이다.

 

“지자체장 마인드가 문제”

청소년수련관과 청소년문화의집 운영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민간위탁, 직영과 위탁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별도의 재단이나 기관에 의한 운영이다.

청소년수련관의 경우 청주시와 증평군 두 곳을 제외하고 옥천·영동·진천·단양군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한다. 또 청소년문화의집은 △청주시상당 △제천 △금왕 3곳을 제외하고 10곳이 지자체에 의해 운영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간위탁은 운영방식에 있어서 자유롭지만 반면에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주시청소년수련관의 한 관계자는 “예산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열정 페이만을 강요하고 있다. 주말에 근무를 해도 수당이 전혀 없다. 아이들이 좋아서 이 일을 하고는 있지만 근로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시청소년수련관은 청주시에 2018년 대비 6000만원 증액을 요구했지만 올해 청주시로부터 책정된 예산은 3000만원이 증가한 5억 5000만원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자체에서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어쩔 수 없다는 의견만 계속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에 대한 마인드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청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청주시가 원가계산을 실시했다. 그 결과대로 집행했다”며 “기관에서 원한다고 다 해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냐.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인력과 공간부족은 위탁운영 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직영으로 운영되는 청소년수련관과 청소년문화의집 관계자들도 인력부족과 협소한 공간은 고질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청주시청소년수련관 전경

 

충북 청소년시설, 전국에서 인정받기도

청소년수련관과 청소년문화의집 관계자들은 청소년들의 동아리활동을 독려하는 한편 청소년들이 많이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각 수련관에서는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축제운영, 자유학기제 연계, 복지사업(한부모가정 및 다문화가정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기관은 그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별도의 팀을 꾸려 청소년수련관을 운영하고 있는 옥천군은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청소년 정책분석평가에서 서울시 서대문구와 함께 전국 최고기관으로 뽑혔다. 지난해 7월 청소년업무 전담팀을 신설한 옥천군은 전담공무원 2명과 함께 상담사 등 17명을 배치해 효과높은 청소년 정책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음성군 청소년문화의 집도 여성가족부가 주관한 ‘2017년 전국청소년수련시설 종합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음성군에 따르면 문화의집 하루 평균 청소년들의 방문은 100여명에 이르며 댄스, 보컬, 난타, 우쿠렐레 동아리 학생들의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진천군 청소년수련관도 1일 평균 200여명의 청소년이 방문, 호응을 얻고 있다.

학교법인 주성학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주시청소년수련관은 진로봉사동아리연합 'Wi-Fi', 늘찬학교, 지니스 캠프,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등을 직접 운영한다.

지난 11월 19일 열린 ‘옥천도서관 리모델링과 청소년 복합문화 공간 조성을 위한 주민 토론회’ 모습 <사진출처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 밴드>

 

"성인이 디자인한 프로그램은 가라”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청소년들에게 청소년시설은 여전히 낯설고 재미가 없다는 평가다.

지난 11월 19일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에서 주관한 ‘옥천도서관 리모델링과 청소년 복합문화 공간 조성을 위한 주민 토론회’에서 오수민 양은 “옥천에 살면서 깨달은 것은 청소년들이 여가시간이 나면 갈 곳이 노래방 아니면 PC방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 장재원 사무국장은 “대다수 청소년시설은 뭔가를 해야 하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된다. 특별히 뭘 해야 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 편하게 친구를 만나고 놀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며 “성인이 디자인한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에서 이제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 '청소년 삶 디자인센터' 홈페이지 캡쳐

이와관련 광주광역시 청소년직업체험센터 ‘삶디자인센터(이하 삶디)’는 최근 모범적인 청소년 전용공간으로 회자되고 있다.

충장로에 위치한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을 리모델링해 지난 2016년에 새롭게 문을 연 삶디는 설계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인 청소년들이라는 생각을 고수해오고 있다.

2014년 안전점검실시 단계에서부터 청소년들의 의견을 반영했으며 청소년 간담회, 설문조사, 전문가들과 청년활동가들의 공청회 등을 거쳤다. 설계단계에서도 청소년들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6개월이나 걸렸다고.

현재 삶디는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이자 청소년 전용공간으로 지역사회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삶디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삶디를 이용한 청소년은 1만 8953명, 일반인은 1만2921명에 이른다.

장재원 사무국장은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고 기획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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