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계급의 값비싼 취미’라는 인식 벗고 대중적인 콜렉터 문화 만들어가야…

콜렉터(collector)는 한마디로 적극적인 문화소비자요, 문화수집가다. 유년시절 방학숙제에 늘 빠지지 않았던 우표수집, 곤충채집, 식물채집등의 기억처럼 콜렉션은 우리와 늘 가까이 있었다. 등산용품이 좋아서 등산화를 남들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것, 주방용품을 모으는 것 등의 일상속에서 콜렉션과 콜렉터들은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이러한 콜렉터의 세계에선 수집기간과 얼마냐 모았냐는 양적인 부분보다는 자신의 콜렉션에 얼마나 열정을 담고 있느냐는 질적인 부분이 더 중요한 지표이다.

#1미술품 콜렉터는 ‘가뭄에 콩나듯’

그러나 콜렉터 문화가 결코 대중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요즘 한창 ‘매니아’라는 용어와 맞물려 콜렉터들의 개성있는 수집품들이 뉴스거리가 되지만 콜렉터의 특성상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수일 수 밖에 없다.
그 중 미술품 콜렉터들은 더 적은 숫자다. 무심갤러리 엄은숙 관장은 “미술품을 고가의 사치품, 돈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대부분 미술품 관람에서 그치지 콜렉션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아직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 경제적으로 비싸다는 인식과 작품을 사는 것은 나와 먼 이야기라는 고정관념이 깔려있다. 한마디로 구매력이 있는 40·50대 층에게 있어 문화소비는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생경한 것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암갤러리 김향숙관장은 콜렉터문화에 대해 “아파트 문화가 생겨나면서 벽에 그림을 걸고 싶다는 30대 층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얼마짜리로 추천해 달라는 식이다. 또 이들은 자신의 구미에 맞는 그림을 요구하다가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쉽게 포기하고 만다”고 말했다. 한편 갤러리 신 나신종 관장은 “미술도 교육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단시일내에 콜렉터들이 확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콜렉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갤러리 신의 맵버쉽카드는 이러한 점을 염두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술관계자들은 “그나마 갤러리에 드나드는 인구가 30대층으로 낮아지고 있고, 자라나는 다음세대가 미술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어서 10년후면 미술시장도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 나도 콜렉터가 될수 있다(?)

미술품 콜렉터들에 대한 고정관념은 ‘고상한 취미를 누리는 일부 부유한 계층’이라는 것. 이러한 배경뒤에는 작품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무심갤러리의 엄관장은 “젊은 작가의 판화작품은 계절마다 사입는 옷 한벌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경제수준에 맞게 구입할 수 있는 여러 경로가 있음에도 무조건 비싼것을 구매하는 것이 콜렉터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령 박수근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몇 억을 호가하는 진품이 아닌 모조품을 소유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고 의견을 피력했다.
진정한 콜렉터는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사람, 문화를 옆에두고 살 수 있는 사람이다. 분평동 사상당 한의원 원장 심규헌·신현수 부부(41)는 96년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판화미술제에서 우연히 판화작품을 산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을 모으게 된 지역의 몇안되는 콜렉터 중의 한명이다. 이들은 백남준, 박영하, 한묵, 살바토레 달리, 쇼냐, 박서보, 오윤, 이유환씨 등 장르도 국적도 다양한 40여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30여점의 작품은 한의원 곳곳에 전시를 해놓아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공간을 선사하고 있다.
신현수 씨는 “갤러리에서는 미처 다 보지 못할 것 같아 두고 두고 감상하고 싶어서 모으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콜렉터라고 불리게 됐다. 작품을 사는 마음이 꼭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작가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작가의 삶 또한 옆집아저씨 이야기처럼 들려오게 된다. 이러한 감흥은 작품을 사본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희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는 것이 힘들었을때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이제 마음의 정화를 선물한 작품들을 한의원내에 전시함으로써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는 “콜렉터들은 작품수집을 위해 일정부분 소비를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사람, 작품을 가족같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3 “미술도 시장이다”

미술도 엄연한 시장이다. 즉 소비자, 생산자, 중계자가 맞물려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시장구조로 풀자면 작가는 작품을 생산하고 갤러리는 전시·판매를 중계하고 관객은 작품을 소비하는 셈이다.
작품가격이 비싸다는 관객들의 목소리에 대해 미술관계자들은 “작품의 가격을 형성하는 것은 작가의 인지도, 작품의 노련미, 관객의 선호도, 개인전·수상경력 등이 합쳐져서 갤러리측과 작가간의 합의하에 결정된다”며“미술도 일종의 계급사회처럼 서열화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의 판매구조가 지연·혈연관계에만 의존하고 있다면 가격의 거품을 빼고 투명한 유통구조를 만드는 일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작품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경제수준에 맞는 주체적인 문화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미술품 콜렉터들의 확산은 미술시장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키워드로 보인다.
콜렉터 문화에 대해 엄관장은 “작가들이 무슨 우주에서 떨어진 사람들이냐, 현재를 살고있는 사람들이다. 무엇이 그리 멀고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왜 계절마다 옷을 사입으면서 작품을 사는 것은 사치라고 여기는 지 답답하다. 작품을 소유해보자, 자주 볼수 있는 부엌에 걸어도 좋고 책상머리위에 놓아도 좋다. 그 다음에 콜렉터가 부유한 계층의 비싼 취미인지 논하자”며 답답한 현실을 토로했다.
미술계에선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 금값, 골동품 그리고 미술품이라는 속담이 있다.
미술품 콜렉터가 되는 시작은 먼저 나만의 감각을 찾고 그 다음 자신의 경제수준에 맞게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그것이 한 점이든 모조품 이든 무명작가의 것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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