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 청주시장이 지난달 30일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통합만 전제된다면 지금 당장 시장직을 사퇴하겠다. 통합이 실무적으로 구체화된다면 내가 시장직에서 사퇴한 후 오효진 청원군수가 통합 청주시장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한 부분이 예상대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전보다 진일보한 한시장의 발언에 대해 살림을 합치려면 청주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야 한다는 통합론자들은 환영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오효진 청원군수는 “고맙게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만일 한시장이 사퇴를 한다고 하더라도 보궐선거를 해야지 내가 청주시장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그런 결심을 했다고 쳐도 시장 임기가 끝난 뒤 밝혔어야 했다. 만일 양 지자체가 통합에 합의해도 주민투표를 비롯해 시·군·도의회, 도지사, 행자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지금부터 순풍에 돛단 듯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임기중에는 안될 것”이라고 매우 흥분해서 말했다. 따라서 한시장의 발언에 대해 오군수는 별로 무게를 두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지방분권, 쪼개는 추세”

   
그런 만큼 오군수는 올해 연초 밝힌 청원시 승격에 대해 변함없는 소신을 피력했다. 군은 현재 실무선에서 4개 팀 9명으로 시승격을 위한 실무추진단(단장 강준식 행정과장)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추진위원회도 만들 계획이나 여건이 된 뒤 하겠다는 게 군 관계자의 말이다.

청원시 승격을 추진하는 이유로 오군수는 “나는 군의 수장이기 때문에 청원군 발전을 꾀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동안 군청이 청주시에서 더부살이를 해왔는데 곧 오창과 오송의 인구가 늘고 도시화가 60% 이상 진행되면 시승격 요인을 갖추게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승격 추진을 안하면 나는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승격이 돼서 좋은 점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예산과 공무원 수가 늘어나고 행정적인 서비스가 나아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시승격을 하되 청주시와 함께 해서 청주·청원의 공동발전을 이룩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NO’로 일관했다. 왜냐하면 통합이 됐을 경우 청원군은 좋아지는 점이 한 가지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군수는 63만의 청주시와 13만의 청원군을 합치면 ‘흡수통합’이 될 것이 뻔한데 그것을 왜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시장은 지난 1월 오군수가 청원시 승격 계획을 발표 한 뒤 “청원군이 주도해서 시군통합을 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했으나 여전히 흡수통합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계속해서 오군수는 “청주시 1년 예산 6000억원, 청원군 3000억원해서 총 9000억원인데 통합하면 줄어든다. 이것은 이미 통합한 충주와 제천시가 입증한다. 처음에는 예산이 감소되지 않았으나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현재 청원군의 1인당 예산액이 청주시보다 많은데 통합하면 이것도 줄어든다. 그 다음으로는 청원군의 독자성이 없어진다. 예를 들어 청원생명쌀을 전력투구해서 이 만큼 올려놓고 출산장려정책, 방문보건사업, 농촌여성을 위한 이화청원아카데미 같은 것을 독자적으로 추진해 왔는데 시와 합치면 이런 것을 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시군통합이 되면 시중심의 행정을 펼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항간의 우려대로 더 큰 것에 밀려 농촌은 소외되고 말 것이라며 지금은 미원, 옥산면 농민들이 애로사항을 하소연하면 즉시 예산과 사람이 투입되지만 통합되면 그렇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94년에는 통합이 대세를 이뤘지만 현재는 지방분권,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쪼개는 것이 추세라는 그는 군(郡)단위도 커서 읍·면 중심의 행정을 해오고 있다고 피력했다. 자꾸 합쳐 크게 만드는 것은 대물주의 혹은 물신주의와 다를 게 없다며 작아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항변했다.

“통합 안돼서 불편한 것 없어?”

이어 오군수는 청원군의회, 충북도의회, 충북도가 통합을 반대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오군수의 말이다. “청주·청원이 합치면 인구 약 76만명에 1조 7000억원의 도 전체 예산 중 절반이상인 9000여 억원을 차지한다. 이렇게 되면 청주시가 너무 커져 충북도는 할 일이 없어진다. 도 폐지론이 나올 수도 있다. 청원군의회에서는 나에게 통합을 할거냐 말거냐 라며 통합반대에 대한 다짐을 받기도 했다.” 지난 94년 전국적으로 통합 바람이 불었을 때 충북도의 반대 때문에 청주·청원 통합이 실패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충북도에서는 부인하지만 그 이유가 청주시의 급격한 성장 내지 확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오군수 역시 이를 확인시켜 주었다.

광역쓰레기장, 도시계획, 시내버스 운영 등 청주와 청원의 광역행정이 아무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어 통합이 안돼 불편한 사항이 없다고 주장하는 그는 자신의 임기안에 청원시를 만들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계속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통합을 주제로 한 토론회 같은 자리에 왜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나가지 않을 것이다. 궁금한 사람은 내 방에 와서 일대 일로 이야기하자”고 일축했다. 또 만일 군민들의 여론이 통합을 원한다면 따르겠다고 말해 94년 군민들의 생각과 지금은 다를 수 있으니 군민 여론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오군수는 “그렇다. 하지만 군에서 여론조사를 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청주시, 청원군이 아닌 제3의 신뢰성있는 기관에서 청주시 및 청원군 주민 여론조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굳이 오군수의 이같은 발언이 아니더라도 양 지자체는 통합 당시에서 10년이 지난 지금 주민여론을 들어봐야 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고, 실제 여러 가지 상황도 변했다. 결론적으로 오군수는 한시장의 시장 사퇴론도 다른 뜻이 있어 내놓은 안으로 해석하며 전과 다름없이 통합반대를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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