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청결고추축제’ 판매량, 지난해 대비 60%에 그쳐
“개선 방안 건의해도, 위로 올라가면 반영 되지 않아”
"고추농사 포기 농가수 ↑, 판매시장 돌파구 마련 시급"

축제장에 나온 음성고추, 전국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던 음성청결고추가 기로에 서 있다. (사진제공=음성타임즈)
고추축제 판매장에 나온 음성청결고추, 지난해 기준 판매량에 60%에 그쳤다. (사진제공=음성타임즈)

지난 12일부터 4일간 개최된 ‘제23회 음성청결고추축제’가 종료된 가운데 행사기간 판매된 건고추량이 지난해 기준 6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음성군에 따르면 축제기간동안 직판장 판매물량과 대형거래처 주문량을 합쳐 판매된 물량은 총 16,000근(약 2억 7천만 원)으로, 지난해 판매물량 25,000근에 비해 약 60% 수준이다.

이 같은 판매량 저조는 올 여름 폭염으로 고추가격의 폭등을 우려한 대도시 소비자들이 미리 구입했고, 김장철을 앞두고 가격 하락의 기대심리가 겹치면서 발생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1억 9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고추축제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고추축제가 설성문화제에 가려 제대로 된 홍보 및 판매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목소리다.

음성고추축제에 지원되는 예산이 적절하게 운용됐는지 여부를 재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지난 15일 축제 마지막 날 현장에서 만난 음성군고추영농조합원들은 “이번 축제 기간 중 저조한 판매 결과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며 다양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 판매 농민은 “애초부터 판매장소가 잘못됐다. 특설무대 옆에 매장이 설치되다보니 시끄러워서 소비자와 대화하기도 어렵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소비자 초청 행사로 온 타 지역 사람들도 구입을 안 한다"며 "구경만 하고 그냥 나가는 경우가 많다.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대부분이 지역민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은 “과거에는 소비자 초청 행사로 온 타 지역 사람들에게 주최 측에서 별도의 사은품 등을 서비스해 주었는데 이번에는 그것조차도 없다. 한마디로 이번 축제는 망했다”며 주최 측의 홍보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축제장 인근에서 괴산고추가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판매 농민들은 “축제장 입구 사거리에 보따리 상인들이 대거 자리를 잡고, 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괴산고춧가루를 할인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입구에 들어서면서 미리 구입해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3일 (오른쪽)종합운동장 특설무대 공연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왼쪽)특설무대 바로 옆 한산한 고추 판매장. (사진제공=음성타임즈)

“2개의 행사,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 없어”

음성군의 영농정책을 비난하는 질타도 이어졌다.

이들은 “그동안 음성군이 인삼, 화훼 작물을 집중 육성하면서, 전국 최고 브랜드를 자랑하던 음성고추농사는 바닥을 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음성고추의 명성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현재 영농조합에 가입해 있는 읍면별 50~60명의 조합원들의 수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판매시장 확보가 시급하다.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는 계속 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37회째 이어져 온 설성문화제가 외부인들을 흡수할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를 개발하지 못하면서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설성문화제 프로그램 중 음성고추와 관련된 행사는 매년 진행되는 음성청결고추아줌마 및 미스터고추 선발대회를 제외하면 부대행사는 고추 직거래 판매장, 고추화분 테마전시관, 고추음식 시식, 음성청결고추 매운맛 무료 체험장 등 4개에 불과하다.

"홍보는 물론 판매 전략마저 부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음성군은 설성문화제에 2억2천2백만 원, 고추축제에 1억9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설성문화제 예산은 문화홍보과에서, 고추축제 예산은 농정과에서 각각 지원하는 구조이다.

고추축제 예산은 '음성고추축제추진위원회'에 지원된다. 그리고 이 위원회의 위원장을 이한철 음성문화원장이 맡고 있다. 결국 약 4억 원이 넘는 예산들이 모두 음성문화원에 의해 일괄 집행되는 셈이다.

음성군 관계자는 “2개 행사를 위해 각각 다른 2개 부서에서 지원하고, 집행은 음성문화원 단독으로 진행되는 구조로는 ‘음성청결고추축제’의 개선은 요원하다. 지원부서를 한 부서로 통합해야 한다”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수년 전부터 개선 방안을 수차례 건의했으나, 기득권 단체의 압력으로 인해 바뀌지 않고 있다”며 “판매장소 문제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위로 올라가면 반영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직자로서 이렇게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잘못된 문제점을 드러내지 않은 채 쉬쉬 넘어가는 현실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전국 최고 브랜드를 자랑하는 음성청결고추가 그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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