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복대2구역주택재개발 일부 원주민, ‘사업중단’ 요구
330여 가구 중 140여세대 분양포기…보상 감정평가액 이견

재개발 사업이 인가돼 사업이 추진중인 청주시 복대2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배경사진 : 충청리뷰 육성준기자. 배경은 복대2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계없음)
지난해 겨울 청주시 복대2구역재개발정비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주민제공)

“아파트를 공짜로 준다는 말에 재개발 찬성에 동그라미를 쳤는데 집과 땅을 다주고도 1억원 가까운 돈을 줘야 한대요.”

“조합 가입에 찬성했던 애꿎게 아들만 질책했는데... 갑자기 아들은 쓰러지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어요.”

재개발 사업이 인가돼 사업이 추진중인 청주시 복대2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복대2구역재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보상받은 금액으로는 아파트 분양은커녕 전셋집 조차 얻기 힘들다며 원주민들 내쫓는 재개발사업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330여 세대 중 40%가 넘는 140여 가구는 분양을 포기해 조합원에서 청산자 신분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복대2구역재개발추진조합 측은 “아파트를 공짜로 준다고 현혹한 사실이 없다”며 “개발 이익에 대한 기대심리가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고 보상가액에 대한 이견이 돌출될수 있다. 사업시행에 대한 인가가 마무리 된 만큼 절차대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왜 아우성을 칠까?

 

재개발을 반대하는 원주민들의 목소리는 단순했다. 재개발 사업이 원주민들에게 삶의 편의를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라는 것이다.

대지 50평형 건평 25평형에 살고 있는 A(71) 씨는 "2년 전 찾아온 조합직원이라는 여성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여성이“아파트가 지어지면 25평형 정도는 당연히, 아무 문제없이, 그냥, 공짜로 들어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고 했다. 더 나아가 “25평형은 물론이고 잘하면 34평형 대도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들어 ‘이제 깨끗한 아파트로 이사만 가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조합원 가입 찬성’에 동그라미를 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A씨는 최근 “집과 땅을 다 주고도 24평형에 들어가려면 1억이 넘는 돈을 줘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주택조합에 찾아가 당시 집으로 찾아왔던 여직원을 아무리 수소문 해봐도 그녀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이런 사실을 알고 조합원 가입에 적극적이었던 아들만 질책했어다”며 “그래서였을까? 지난해 12월 직장 잘 다니고 멀쩡하던 아들이 갑자기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재개발? 그건 원주민 그지 만드는 일이야”

 

청주시 복대동에서 나고 자란 B(68‧여) 씨. 그녀는 요즘 “억울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B씨는 아파트 두 채는 아무문제 없이 받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한 채도 못 받는다니 억울하다는 말이 떠나지 않는다.

그는 현재 210평형의 꽤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땅이 넓으니 당연히 아파트도 큰 평 수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B씨는 “당시 집으로 찾아온 조합 관계자에게 ‘땅이 크니 아파트 두 채는 받을 수 있겠지’라고 물었다”며 “조합 관계자는 ‘당연하죠. 두 채 받고도 남는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그는 이 말 말만 믿고 25평형, 34평형 아파트를 신청했는데 결과는 34평 하나도 버거웠다. B씨에 따르면 “나의 땅에 대한 공지시가 평가액은 150만원. 보상금 3억원을 조금 넘게 받게 될 상황”이라며 ““재개발? 그건 원주민 그지 만드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올해로 청주시 복대동에서 6년째 탁구장을 운영하는 C(75‧남) 씨의 설명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C씨는 “40년 동안 안 입고, 안 먹어서 모은 돈으로 2013년 탁구장을 차렸다”며 “4차선 교차로와 횡단보도를 접한 코너 건물로 평당 830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었지만 탁구장 주변에 늘 좋은 사람들이 북적였고 그래서 행복했다”며 “탁구장 한 켠에 만든 머루 덩굴은 여름철에 동네주민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C씨는 “재개발을 위한 보상금을 보는 순간 그야말로 넋을 잃고 말았다”며 “6년 전 평당 830만원을 주고 샀는데 6년이 지난 현재 평당 평가액은 317만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소한의 보상은 받아야 하는데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보상처리를 요구하니 너무나 억울하다. 지금껏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온 보람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됐다”고 절규했다.

 

“20평형 아파트에도 못들어 갑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대지 69평형에 건평 38평형 이다. 넉넉하진 않지만 집안의 종손으로 가족을 이끌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던 D(71‧남)씨.

그는 “명절 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친척들이 집에 많이 모였다”며 “그런데 보상금으로 받은 돈 가지고는 20평형에도 못 들어갈 처지”라고 한탄했다.

D씨는 “조합원 가입할 당시엔 무조건 집(아파트)을 줄 테니 가입하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턱없이 적은 돈을 준다니 도대체 이럴 수가 있는 겁니까?”라고 울먹였다.

하지만 일부 반대주민들의 주장에 주택조합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주택조합 관계자는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데 누가 공짜로 집을 준다고 할 수 있냐?”며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주택조합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개발이 추진되면 사람들마다 상당한 이익이 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가진다”며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아 그런 말을 할수도 있지만 조합에서 사업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선 절대 그런 말을 할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합원 중 40% 가까이 분양 포기해

 

원주민들에게 헌 집을 받아 새집을 제공할 것이라는 취지와 달리 복대2구역재개발사업 조합에 가입된 세대 중 상당수가 분양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조합측에 따르면 현재 331세대 중 40%가 넘는 140여 세대가 분양을 신청하지 않고 청산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청산자 신분으로 전환한 세대는 주택조합과 충청북도, 청산자 측에서 추천한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최종 보상액이 결정되게 된다.

현재 청산자 신분으로 전환한 주민들은 재개발 사업이 중단됐으면 좋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이 어려울 경우 보상금액이 더 높게 나오길 희망한다. 이것에 대해 이들은 “명확한 기준을 통해 제대로 땅값을 쳐주었으면 좋겠다”고 표현했다.

반면 주택조합의 입장은 다르다. 주택조합 관계자는 “감정평가액에 대해 다들 불만이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주관적인 희망가격이 다르다. 그래서 감정 평가를 통해 보상액을 결정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은 사업대상 가구의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에 철거를 완료하고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개발사업마다 등장하는 주민들의 찬반 갈등. 한 푼이라도 더 많은 보상금을 타내려는 주민들의 외침인지 아니면 원주민들을 소외시키는 주객이 전도된 사업인지 복대2구역에서도 해묵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청주시 복대2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추진 지역

<복대2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 경과>

위치 :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229-20번지 일대 800여세대

추진위 승인일 : 2007-02-22

구역지정일 : 2008-12-26

조합설립 인가일 : 2009-12-03 / 808세대 / 인구 2052명

계획층수 : 25층

용적률/건페율 : 230%/20%

최현주/김남균 기자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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