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시신훼손 사실아냐…혐오시설에 일하는 직원들 상처”

청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청주시화장장(목련공원) 시신훼손 의혹을 거론한 것에 대해 청주시시설관리공단노동조합 “시신훼손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청주시 목련공원 화장장 화장로 전경. 화구입구(붉은 색 원안)가 매우좁다. 청주시시설관리공단노조는 "저 좁은 입구로 유골수습대(쇠막대)를 넣어 사용하는데 어떻게 저 좁은 공간에서 시신을 찍을수 있냐"고 반문했다.(사진 충북방송 캡처)

 

 

“사실이 규명 되지도 않은 시점에 일부 후보자가 의혹이 진실인 것처럼 이슈를 만들고 있는 것에 안타깝게 느껴지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청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청주시화장장(목련공원) 시신훼손 의혹을 거론한 것에 대해 청주시시설관리공단노동조합(위원장 황인철‧이하 노조)이 발끈했다.

1일 노조는 성명을 통해 “청주시화장장 시신훼손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노조는 “청주목련공원 화장장에서 ‘화장시간 단축’을 위해 시신을 훼손했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 달 노조 자체 인력으로 진상조사를 실시했다”며 “문제가 제기된 부분이 사실과 달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이 아닌데도)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은 사실이 규명되지도 않은 시점에 일부 후보자가 의혹이 진실인 것처럼 이슈를 만들고 있다”며 “의혹을 이슈로 만들어 정치인이 얻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청주화장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공단내부에서도 인사이동을 꺼리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어 “직원 간에도 농담이나 커다란 웃음을 자제하며 유족 및 망자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를 지키며 묵묵히 일하고 있다”며 “위로나 격려는 못해줄망정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혐오시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나 사건의 진실은 져버린 채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화부(작업자)들이 쓰고 있는 긴막대를 ‘유골수습봉’이라고 부른다. 유골수습봉의 용도는 기계적인 이유로 화장되지 않은 시신을 화구쪽으로 옮기는 용도로 쓰여진다”며 “토론회에 나온 모 후보자는 아직도 ‘쇠막대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신 정치인들께 다시 한 번 간곡하고 정중히 부탁드린다”며 “청주화장장 의혹과 왜곡된 일들로 인해 또다시 상처받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청주화장장, 무슨 일 있었길래?

 

청주화장장 시신 훼손 의혹은 지난 4월 30일 충북의 한 언론사가 “한범덕 청주시장 후보가 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목련공원 화장장에서 시간을 단축하기위해 쇠막대를 이용해 시신을 훼손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화장장 직원들에게 작업을 강요했고 한 직원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다 퇴직한지 3개월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의혹이 제기되자 노조는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10일 노조는 자체조사 결과

“화장시간 단축을 위해 시신을 훼손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시신을 훼손하는데 사용됐다고 보도된 쇠막대의 정식 명칭은 ‘유골수습대’로 화장로에서 화장되지 않은 발치부분(발)을 화구쪽으로 옮기는 용도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유골수습대가 필요한 이유는 기계적인 부분에서 기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목련공원에 설치된 화장로는 화구가 한 개뿐이고 고정식이다. 화구가 한 개뿐이다 보니 화장로에 모셔진 시신을 전체적으로 화장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수습대로 사용된다”고 해명했다.

화구가 있는 곳에 머리가 안치되다 보니 멀리 떨어진 시신의 다리와 발 부분이 늦게타게 되면서 발 부분을 화구 방향으로 이동시킬 때 유골수습대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세종시 화장시설의 경우 화구가 5개로 화구를 조종할 수 있지만 목련공원 화장장의 경우 화구가 한 개뿐이고 고정식이어서 유골수습대 사용이 불가피하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대로 화장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시신을 이동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노조는 “시신을 찍어 복수가 터지고 시신이 훼손됐다는 언론보도는 이와 직접적으로 연관 없는 인터뷰 내용을 이어 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골수습대가 화구에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매우 좁다”며 “그 좁은 공간에서 유골수습대로 시신을 찍는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작업지시를 거부하는 직원에게 청주시시설관리공단이 “상부에 도저히 못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전했지만 '하기 싫으면 그만둬라', '일할 사람 많다'는 식으로 번번이 묵살했다”는 언론의 보도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해당 내용은 당시 시와 공단의 급여 차이로 인한 급여 인상을 요구하는 직원에 대해 공단 모 관리자의 몰지각한 답변이었다”며 화장장 업무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스러워 하던 한 직원이 퇴직 후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고인은 개인적 금전관계가 있었던 것이지 업무로 인한 것은 아니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청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정치공방으로 비화됐다.

지난 달 30일 한국당충북도당은 성명을 통해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목련공원 화장장 시신훼손 혐의로 당시 관련자 2명이 유족 측으로부터 고소당한 것과 관련, 한 후보를 당시 관리감독 책임자로 지칭하고 그가 TV토론에서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의혹을 부인하며 자신을 음해하는 세력의 모략으로 치부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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