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27일 서울 마포서 ‘2018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열려

<2018문화예술교육 국제심포지엄에 다녀와서>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선보였던 ‘드론쇼’를 기억할 것이다.

비둘기 모습으로 하늘을 날던 1218대 드론이 스노보드를 탄 사람의 형상으로 변신하더니 스노보더, 스키선수 100여명과 함께 슬로프를 내려온 뒤 오륜기의 형상으로 변화했다.

이 드론쇼는 한마디로 전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드론이 오륜기로 변신해 전 세계의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인상적이었다"고 보도했고, 미국 경제지 포츈은 "드론이 평창 개회식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드론쇼를 하기까지는 최첨단 과학기술이 이용됐다. 인텔은 수십명의 개발자들을 투입해서 무선통신과 위성위치확인 기술로 원하는 색상과 모습을 유지하도록 드론을 제어하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원하는 이미지를 입력하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에 걸쳐서 필요한 드론 수와 각각의 드론이 언제, 어디서 비행해야 할지를 자동으로 계산해 준다.

드론쇼를 본 후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드론쇼는 과학기술인가? 아니면 예술작품인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4차 산업혁명, 문화예술교육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2018 문화예술교육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기술과 예술이 만났다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차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하는 ‘2018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알게 됐다.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23일 개막해 27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는 ‘4차 산업혁명, 문화예술교육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 전국 각 지역에서 시민들이 직접 표현하는 ‘예술로 피크닉’, 워크숍, 세미나, 마라톤 경진대회 해커톤 등이 열린다.

당연히 눈길이 갔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 미래의 문화예술교육 방향을 모색한다니 기대감이 더욱 컸다. ‘미래 세대에게 적합한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코딩로봇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빚어질 미래기술 환경에서 과연 예술의 핵심이라고 하는 창의력은 무엇이고 어떻게 변화하는가? 미래세대에게 적합한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인가?”

청주에서 서울 마포까지 왕복 약 5시간, ‘다소 쉽지 않은 취재’를 하게 된 이유다.

데니스 홍, 특별연설자로 나서

‘2018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 미래의 문화예술교육 방향 모색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일까? 1부의 특별연설은 로봇공학 분야에서 요즘 한창 ‘핫하다’는 데니스 홍(UCLA RoMeLa) 연구소장이 맡았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이 주체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브라이언’을 개발한 사람으로 2009년 ‘제 8회 과학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에 선정된 인물이기도 하다.

데니스 홍은 ‘다르게 보기, 새롭게 연결하기’라는 주제로 자신이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와 개발과정에서 느끼는 희노애락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한국의 로봇개발을 평가하기도 했고 미국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예술이란?’, ‘기술이란?’, ‘문화예술교육이란?’

2부에서는 미래기술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탐색하는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콜롬비아 초대 문화부 장관 ‘라미로 오소리오 폰세카’가 전하는 문화예술교육의 변하지 않는 가치와 역할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그는 “존 듀이가 말했듯 예술은 경험이고 자신을 진심으로 표현하려는 모든 이의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절대 변하지 않는 문화예술의 가치, 그것만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김현주 교수, 홍콩시티대 창의미디어대학 리차드 윌리엄 앨런, teamLab의 타쿠야 타케이, PluginHUMAN의 베티 서전트&저스틴 드와이어, 릴리쿰의 박지은 씨 등 예술교육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각 연사들은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지, 기술과 예술의 접목된 모습은 어떤지, 또 미래사회의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예술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까지 다소 무거운 질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예술과 과학기술의 협업

홍콩시티대 창의미디어대학 리차드 윌리엄 앨런 씨는 홍콩시티대 창의미디어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커리큘럼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예술가들은 깊이 있는 과학적 지식을 알아야만 하고 숙달해야 한다”며 “예술과 과학기술은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창의적인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예술작품이 변형되고 확장되어야 한다. 학교와 사회는 이를 기다려주고 특히 지역사회는 예술과 과학이 접목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현주 교수는 이른바 ‘T자형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자형 인재’란 전공분야뿐 아니라 세상의 다양한 분야와 맥락을 융합하는 '융합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깊이 있는 지식을 알되 다른 분야와도 유연하게 결합할 줄 아는 능력을 일컫는다.

타쿠야 타케이 씨는 예술가, 프로그래머, 애니메이터, 공학자,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했던 과정을 설명했다.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지?”

발제를 들으며 우선 다양한 방법으로 최첨단 과학기술과 예술의 접목됐다는 점이 놀라웠다. 동시에 기술을 빼놓고는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전통적인 예술방식은 곧 소멸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불안감도 들었다.

그리고 곧 패배주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우리 현실과 맞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예술작품이 창작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대학, 기업, 지자체는 우리나라에는 없다. 특히 기술과 예술을 모두 배우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와 여유를 갖는 사람도 흔치 않다.

“문화, 예술, 기술이 열악한 청주에서 뭘 어쩌라는 거지?”

관건은 협업할 수 있는 능력

마지막으로 듣게 된 릴리쿰의 박지은 씨 발제는 그래서 참 반가웠다. 그녀는 “기술의 의미를 하이테크놀로지에 국한시키지 않고 이른바 로우테크,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기술을 통해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 자세가 중요하다”며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직접 만들고 그 속에서 느끼는 재미와 창작의 기쁨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기술이 로봇코딩이나 최첨단 기술만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같은 맥락으로 2부 진행을 맡은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 학과 김주섭 교수도 “행복을 추구하는 예술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다만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 예술의 주제가 변했을 뿐이다”라며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접목하되 예술의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예술과 기술의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를 적절히 조합하고 나누며 다른 사람과 협동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문화예술교육자들이 추구해야 할 방향인 셈이다. 데니스 홍과 라운드 토크를 한 미디어 아티스트 이윤준 씨는 “미래사회 문화예술교육의 핵심은 예술의 역사교육, 소통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다소 ‘과한’ 질문을 갖고 이번 심포지엄을 찾았다. 여전히 ‘예술이란?’, ‘기술이란?’, 그리고 ‘미래사회에 적합한 문화예술교육이란?’ 어느 것 하나 명확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예술은 나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고 기술 또한 소수 엘리트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장장 7시간동안 진행된 심포지엄. 청주로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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