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석 「콩나물을 보면 비비고 싶다」 전문

태양이 어찌 그립지 않을까마는
햇빛 한 줌 비추지 않는 어둔 골방에서, 아니면 어느 후미진 구석에서
그래도 살아야지 않것능감, 서로의 선한 눈망울 맞부비며
그렇게 올망졸망 자라난 콩나물들을 보면
은근슬쩍 삶아내어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무침을 보면
문득 밥을 비벼 먹고 싶다
고추장도 한 술 넣고 참기름도 넉넉히 두르고
큼직한 양푼에 오메 요 때깔 좀 보소, 이리저리 썩썩 비벼
육거리시장이나 서문시장, 아니면 어느 시골 장터 한복판에서
오가는 누구라도 옷자락 잡아끌어 숟가락 쥐어 주고는
좌판의 물건보다 더 많은 삶의 옹이를
워쩔거나 그래서 요로코롬 돼 버렸구만 잉, 마디마디 엮어 듣고
그 끝물에 탁배기 한 잔 쭈욱 들이키고는
세상 복판에 서지 못하면 어떠리
낮술에 얼근히 취해 서로의 어깨를 걸고 싶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 비벼지고 싶다

─ 장문석 「콩나물을 보면 비비고 싶다」 전문(인터넷 Daum 카페 ‘2월시’에서)

그림=박경수

햇볕 한줌 안 들어오는 후미진 구석에서 옹기종기 몸을 부대끼며 사는 콩나물시루 같은 서민들의 쓰라린 삶을 바라보며, 시인은 그들과 함께 비벼지고 싶다고 토로합니다. 재래시장이나 시골 장터의 난전에서 만나는 어쩌다 이렇게 돼버린 삶의 옹이들, 세상 복판에 서지 못하는 서민들의 주름지고 그늘진 삶의 애환을, 토속어도 좀 넣고 소망의 종결어미도 담뿍 쳐서 썩썩 비벼낸 시인의 콩나물비빔밥 솜씨가 정 깊고 맛깔나게 전해옵니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 / 고무신 한 컬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신경림의 시 「파장」처럼, 재래시장 좌판 끝물에 탁배기 한 잔 쭈욱 들이키고는, 낮술에 얼근히 취해 서로의 어깨를 걸고 싶고, 그렇게 그들과 함께 비벼지고 싶다고 진술하고 있는 이 시도, 기실 못난 사람들의 세상을 향한 간절한 찬양이며, 가슴 뜨거운 순민정신이 듬뿍 담긴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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