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맞이해 또하나 진지해져야 할 태도는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개방적 관점이다. 국어사전에서는 가정 (家庭)을, ‘부부를 중심으로 혈연관계자가 함께 살고 있는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은연중에 한부모, 재혼가족이나 무자녀, 비혼, 입양,공동체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은 비정상 가족으로 간주하는 통념이 있으며 게다가 이와같은 (정상)가족 해체를 방지하고 기존의 가부장적 가족형태 고수를 위해선 끝까지 호주제가 필요하다고까지 목소리를 높이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이미 사회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98년 한 해동안 결혼한 쌍의 1/3이 이혼을 하고 있으며 전혀 새로운 가족형태가 출현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 우리는 가족을 외형적 형태로서가 아니라 성원 모두의 인권이 존중되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로서의 소속감을 갖는 것으로 재개념화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에 대한 폭력 폭언이 난무하거나, 가계의 혈통을 잇는다는 명분으로 남아출산을 강요하거나, 혹은 사랑이란 명목으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등은 오히려 더 이상 정상가족이라 불리워질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호주제의 존재로 재혼여성의 자녀가 친부의 호적에 그대로 있어 새로운 가정에서 성이 달라 당하는 고통은 허울좋은 가족법이란 미명하에 우리 사회가 아동을 어떻게 학대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진정한 가족공동체를 위해 무엇이 가장 시급한 것인가를 우리는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내가 아는 40대의 한 남성은, 자신의 삶에서 ‘가족’은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사회에서 남성 가장의 어깨에 짊어진 고된 책무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면서 그것이 얼마나 비장한가를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제 우리 여성들도 그 짐을 나누고자 한다. 독점된 책임과 권력이 분산될 때, 공동체 성원들의 주인의식은 한층 고취되리라. 한마디 더, 6살 딸에게 폭언을 쓰며 꾸짖는 엄마에게 ‘엄마가 자꾸 그러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했다는 옆집 아이의 우스개 항변이 버릇없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어린 아이의 인격도 충분히 존중하고 보장하는 것이 민주적인 가족 공동체의 질서라는 것임을 눈부신 5월에 생각해본다.
충청리뷰
ccreview@korne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