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얼마전 사내 공용어로 영어와 중국어를 채택하겠다고 선언했다. 곧 다가올 중국시대에 대비한 조치라는 것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10년 후 무엇으로 먹고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하라”며 계열사 전 경영진에게 최근 주문했다.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엄청난 흑자를 기록한 삼성전자 등 몇몇 기업에 만족하지말고 또다른 ‘내일’을 준비하라는 명령이었다.
사실 오늘의 삼성전자가 있기까지엔 십 수년전 반도체 산업 진출을 결정한 이 회장 선친 이병철회장의 혜안에 가까운 결단이 있었다. 반도체 사업은 어마어마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굳게 지키던 인텔사는 80년대 중반 위기에 처했다. 시장 침체기에 양질의 제품을 보다 싼 가격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일본 경쟁자들 때문이었다. 당시 인텔의 CEO 앤디 그로브는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 회사를 먹여 살려 온 메모리 사업이 이젠 회사의 진물을 빼먹는 애물단지가 된 이상 무슨 결단이든 내려야 함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그의 선택은 메모리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었다. 대신 그는 인텔을 세계 최고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왕국으로 재건키로 작정했다.
회사의 모든 중심 아이디어와 시스템을 변혁하고 R&D에 총력을 쏟아 부었다. 대담한, 동시에 고통스런 그의 이런 결정은 실행과정에서 기업 관료제의 저항 등 숱한 난관에 부닥쳤다. 그러나 그의 의지는 더 강했다. 1987년 2억4800만 달러에 그쳤던 인텔의 순수익은 1996년 52억 달러로 20배 이상 폭증했다.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의 패자(점유율 88%)가 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요즘 경기가 풀린다는 데도 웬만한 기업들의 설비 투자 심리는 좀체 풀리지 않고 있다. 기업의 영속을 위해서 전제돼야 할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기업 스스로 고갈시키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업보다 가계대출에 더 혈안인 은행들 탓도 있지만 불투명한 ‘내일’ 때문에 오늘의 투자를 미루는 기업들의 집단심리 현상도 끼어 있다.
지역의 제2 금융기관 관계자 말이다. “기업인들은 사업 변화를 모색하거나 중대한 투자를 결정하는 등 경영의 고유영역에까지 노조가 간섭하는 것을 마땅찮게 생각하고 있다. 더구나 정권이 바뀌면 하찮은 건설조례까지 바뀌는 현실에서 지금 불투명한 미래를 앞두고 투자한다는 것에 큰 위험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새 정권의 경제정책 운영기조를 보고 투자 여부와 투자방향, 시기를 결정하려는 분위기다.”
6·13 지방선거와 대선이 목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지방정부→국가에 이르는 모든 단계의 ‘리더십 엔진’을 일제히 교체하는 중대한 정치 일정이 우리의 선택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대한민국을 이끌 강력하고도 새로운 리더십 엔진을 ‘장착’하는 버거운 과업이 성공할 지는 공구대신 곧 붓뚜껑을 잡게 될 유권자의 혜안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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