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족하지는 않지만 원흥이생명평화회의-토지공사충북지사 상생의 틀 마련

두꺼비 이동통로 26~56m로, 생태공원과 대체습지도 조성

지역 최대의 현안이자 난제였던 원흥이문제가 지난 23일 마침내 타결됐다. 장장 21개월 만이다.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던 원흥이생명평화회의(이하 생명평화회의)와 토지공사충북지사는 이 날 토지공사에서 만나 ‘상생의 지역개발을 위한 협의서’를 전달했다.

원흥이문제는 환경현안을 이토록 오랫동안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매달려 왔다는 점과 토지공사의 택지개발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정면에서 거론했다는 점에서 환경운동사에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 왼쪽부터 허원· 이철기·계용준 ·김승환교수 / 육성준 기자

생명평화회의와 토지공사 ‘악수’

생명평화회의측은 “상생의 지역개발을 위한 협의서를 통해 다소 미흡하나마 두꺼비 서식지 보전에 대한 가능성을 마련했다는 점, 이를 위해 이미 추진중인 택지개발사업의 계획을 변경했다는 점, 직접적인 당사자들이 서로 양보해 대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상생의 꿈이 실현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계용준 토지공사충북지사장은 “이번에 시민단체에서 많은 양보를 했고 토지공사도 사회단체에 협조를 요청해 타결을 보게 됐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날 극적인 합의를 본 사항은 생태공원, 생태통로, 대체습지 등 두꺼비 서식지 보전구역에 대한 세부계획을 상호 협조하에 추진한다는 것을 비롯해 이 범위내 부지는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며, 두꺼비 이동통로 폭을 26~56m로 한다는 것이다. 또 근린공원내 생태문화관 설치, 원흥이방죽과 생태통로 연결부위 도로 채광 충분히 확보, 두꺼비 서식지 보전 관련 모니터링에 시민단체 참여, 그동안 발생한 고소 고발 등 법적행위 상호 취하 등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지난해 12월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두꺼비 이동통로를 20~30m로 조성하라고 한 계획에서 이는 다소 넓어진 것이고, 생태공원(1300~5000평)과 생태문화관(200평 이상)도 확보하게 됐다. 또 이러한 계획을 토지공사가 단독으로 추진하려고 한 것을 충북도, 청주시, 토지공사, 생명평화회의 등 4자 실무기구에서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실무기구 구성과 충북지역 내 택지개발을 추진할 때 토지공사가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내용은 생명평화회의가 토지공사에 적극 요구한 것으로 막판 진통 끝에 타결됐다. 이 점 때문에 한 때 일괄타결이 어려워 혹시 이번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으나, 현재는 구두로 약속한 상태다.

실무기구 구성은 앞으로 양자가 약속한 것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의견 하에 이뤄졌고, 택지개발시 시민단체 의견 수렴은 원흥이사태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공사가 택지개발을 할 때 공람단계부터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 점은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다. 원흥이문제는 이 점에서 처음부터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미 산남3지구 공동주택지와 공공용지가 매각된 만큼 두꺼비 서식지 보전운동이 너무 늦게 시작됐기 때문. 그래서 초기단계부터 환경단체를 포함한 시민단체가 환경보전운동에 간여한다면 파헤치고 나서 후회하는 일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식부터 원흥이껴안기행사까지

그러나 생명평화회의측에서 보면 이 날 합의내용은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여론이다. 한 때는 원흥이방죽 주변 2만평과 구룡산 일대 38만평을 합쳐 40만평의 생태공원 조성, 법원 검찰청 지구내 위치 변경, 일부 공동주택단지 지구내 위치 조정, 개별 입주자 위치 조정까지 요구하며 지역사회에서 땅 한 평 사기운동을 벌이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특히 원흥이방죽과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한 법원·검찰청 부지에 대해서는 생명평화회의가 끈질기게 위치 변경을 요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생명평화회의는 여러 차례에 걸쳐 ‘아름다운 양보’라는 표현을 쓰며 합의를 위해 대폭 물러섰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토지공사측도 추진중인 택지개발사업 계획까지 변경해가며 생명평화회의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간에는 토지공사가 ‘시민단체에게 밀렸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다각도로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왔으나, 막판에 타협을 위한 발걸음에 동행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충북도의 역할도 컸던 것으로 평가됐다. 생명평화회의가 이원종지사와 충북도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며 충북도민행동을 발표하는 등 여러각도로 압박한 측면도 있지만, 한범덕 부지사를 중심으로한 충북도 실무진에서는 토지공사충북지사장, 유승종합건설 대표, 생명평화회의 관계자 등을 수시로 만나 타협안을 제시했다.

원흥이문제 타결을 위해 생명평화회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은 현장저지활동, 17대 총선 핵심의제 제시, 원흥이탐방축제, 삼보일배, 단식농성, 1000인 시민행동단 조직, 원흥이껴안기 행사, 법원·검찰청 앞 청주시민 60만배, 생명문화제 개최, 토지공사개혁 대토론회, 아름다운 양보안 발표, 도지사 역할검증 프로그램, 맹꽁이 재조사 요구 등을 추진해 왔다. 타결되기 직전에는 김해숙 청주역사문화학교 대표와 시민운동가 10인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앞으로 생명평화회의는 활동백서를 발간하는 한편 12월 중에 보고대회 개최, 4자 실무기구 참여, 법원·검찰청 부지 및 공동주택단지 생태적 시공을 위한 노력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원흥이방죽의 두꺼비를 맨 처음 세상에 알린 사람은 생태교육연구소 터 자연안내자 모임 회원들이다. 이들은 이 방죽에 두꺼비가 많다는 소리를 듣고 자연보전운동 차원에서 어린이 자연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그러다 이곳이 전국적으로 보도되면서 원흥이마을에 생태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일기 시작한 것. 원흥이문제를 주도적으로 끌고 온 생태교육연구소 터 자연안내자 모임과 충북환경운동연합은 전국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선정하는 풀뿌리운동상 본선에 진입, 이 날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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