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주지 임명 반대측 인력동원 신도들과 마찰
신도들 퇴거요구 불구, 법적심판 내세워 ‘버티기’

조계종 등록과 함께 법주사의 주지임명을 둘러싸고 법적분쟁에 휘말린 청주시 상당구 A사찰의 내부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법주사가 C스님을 임명하자 옛 이사회측이 지지하는 B스님은 사찰내에 기거하며 ‘불안한 동거’를 계속하고 있다. 이 와중에 외부인들이 경내로 무단진입해 신도들과 몸싸움이 벌어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해 5월 전 주지스님의 입적 이후 진행된 A사찰의 ‘한지붕 두가족’ 내막을 정리해 본다.
 

A사찰은 법주사 주지 임명에 따라 ‘화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청주 도심의 대규모 사찰인 A사찰은 신라시대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며 1953년 중창된 사설 사암(개인 사찰)이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전 주지 스님이 조계종 등록을 추진했고 절차가 마무리되던 시점인 지난해 5월 9일 주지스님이 갑자기 입적했다. 특별한 유언을 남기지 않아 후임 주지 스님 임명을 놓고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사찰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이사회에서는 자체 정관에 따라 승려 이사인 B스님의 주지 승계를 희망했다. 하지만 반대측 신도들이 모인 ‘발전위원회’는 조계종으로 등록된 이상 종단 헌법인 종헌에 따라 창건주의 상좌(제자)인 C스님을 추대했다.

실제로 전 주지스님 입적후 B·C스님이 사찰내 다른 방에 기거하며 ‘불안한 동거’가 시작됐다. 이사회측과 발전위원회측이 상호비방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갈등이 표면화됐다. 특히 C스님이 법주사에 3000만원을 시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사회측은 크게 반발했다. 3000만원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법주사는 엉거주춤 되돌려주게 된다. 전 주지스님의 49재 기일을 맞아 A사찰 추모행사에 법주사 주지인 정도스님이 참석했다. 행사가 끝난뒤 사찰 접견실로 C스님을 불러 3000만원을 건네주고 영수증은 되돌려받았다는 것.
 

3000만원, ‘시주금’- ‘매관매직’ 논란

이사회측은 이같은 사실을 종단 호법부에 진정했지만 작년 10월 조계종 총무원장 선출이 겹쳐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A사찰의 후임 주지 임명은 ‘한지붕 두가족’ 내분으로 표류하는 상황이 됐다. 마침내 작년 12월 조계종은 창건주의 상좌였던 C스님의 창건주 권리승계를 확정했다. 하지만 주지 임명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않고 보류했다. 일단 다수 신도들이 참여한 발전위원회측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이사회쪽 ‘눈치보기’를 병행한 셈이다.

이에대해 일부 이사들은 전면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창건주 지명 행위 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법에 내고 B스님에 대해서는 불법점유를 이유로 한 퇴거요청 가처분을 청주지법에 냈다. 이사회측 지지를 받아온 승려이사 B스님은 2월 14일 불교 매체를 통해 ‘탈종공고’를 냈다. 조계종 승적을 포기하겠다는 공식 선언이며 사실상 승려 신분을 내려놓겠다는 의미였다. 이와관련 모 불교계 신문에서는 “조계종의 회유와 압박을 견디다 못해 호법부만이라도 피하려 승적을 내려놓아야 했다”고 표현했다. 호법부가 A사찰 내부분쟁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자 창건주 자격도 잃은 B스님의 심적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B스님측은 조계종 등록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당시 등록업무를 주도했던 모 이사는 “우리가 법주사에 5월 2일 가서류를 제출해 이상유무를 확인했고 ‘이대로 올리면 된다'고 해서 4일자로 정식서류를 접수했다. 그런데 9일 전 주지스님 입적후 법주사가 보내온 임명장을 보니 2일자로 기재돼 있었다. 이렇게 서류도 변조하고, 종교법인의 승려이사로 주지 승계 자격이 있는 B스님을 배척하는 법주사를 신뢰할 수 없다. 등록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법주사측은 "전 주지스님 생존시 모든 서류가 접수됐고 주지 임명장 발송 직전에 입적하셔서 늦게 전달된 것 뿐이다. 모든 것은 절차에 따라 이뤄졌고 이사회측에서 법주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 없다”고 말했다.
 

B,C스님이 교계 신문을 통해 공지한‘탈종 공고’와 ‘참회문’

‘탈종 공고’와 ‘참회문’ 게재

조계종은 C스님을 사찰 창건주로 확정한 데 이어 5교구 본산인 법주사는 3월 13일 주지 임명을 발표했다. 3개월간 ‘눈치보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명분을 C스님이 제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스님은 3월 7일 불교신문에 광고 형식의 '참회문'을 게시했다. 핵심 내용은 “(이전 생략)성급한 마음에 미숙하게 일을 진행하면서 실언을 하였으며 이로인해 사부대중들의 오해를 갖게 된 것은 모두 본인의 허물이며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잘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구본사 주지스님과 소임자 스님들 그리고 신도님들께 큰 심려와 염려를 끼쳤다”는 것이었다. 결국 3000만원 시주금 때문에 '군색해진' 법주사를 C스님의 참회문을 통해 짐을 벗게 해준 셈이다. 법주사는 참회록이 게재된 지 4일만에 주지 임명을 발표했다.

이에대해 A사찰 관계자는 “법주사측에서 진작부터 참회문을 원했지만 사실상 C스님이 거부해 온 것이다. 3000만원 시주금도 그쪽에서 원해서 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 문제가 되니까, 직접 찾아와서 억지로 돌려주고 간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C스님에게 모든 허물을 쓰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사찰 안정화를 위해 3개월만에 참회문을 게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C스님의 주지 임명에도 불구하고 탈종공고를 낸 B스님은 계속 A사찰 안에 머물렀다. A사찰로 오기 전 주지로 있던 경북 청도군 모사찰에서 스님 4명까지 합류해 5명이 기거하고 있다. 결국 신도들은 마당 한켠에 ‘B스님은 사찰을 떠나달라'는 방을 내붙이고 내방객들을 주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 1일 일요법회가 끝난 대낮에 신원불명의 성인남녀 20여명이 경내로 몰여들어와 신도들을 밀쳐내고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탈취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연행자는 없었고 부상당한 일부 신도들에 대한 폭행여부를 조사중이다.

사찰의 주인은 스님인가? 신도인가?
이사회측 신도총회 해결방식 반대, 법적방식 주장

A사찰 취재과정에서 전 주지스님을 도와 조계종 등록업무를 주관했던 모 이사에게 질문했다. “사찰의 주인은 스님인가? 신도인가? 주지스님이 부재중인 상황이라면 신도총회가 결정하는 것 아닌가?” 이에대해 모 이사는 “사찰은 신도가 주인이 될 수 없다. 스님이 주체가 되어야하고 A사찰은 종교법인이기 때문에 법인이사회가 권한을 가진 곳”이라고 답했다. 세속적으로 보면 법인조직에서 이사회가 실권을 갖는 게 맞지만 큰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이뤄진다.

실제로 A사찰도 개인 사찰에서 조계종 등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신도총회를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미궁에 빠진 주지스님 임명 문제도 신도총회를 통한 의견수렴을 제안했던 것이다.

지난해 입적한 전 주지스님이 조계종 등록을 추진할 당시 이사회는 물론 발전위원회쪽 중견 신도들도 반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사찰은 수년간 보좌스님 3명이 ‘자의반 타의반’ 떠날 정도로 신도회 입김이 강한 곳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같은 상황에서 전 주지스님이 조계종 등록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A사찰 관계자는 “조계종 등록을 하면 종단과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많은 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종단의 기본적인 운영체계가 갖춰지면 신도회의 역할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창건주로 인정을 받으면 후임 주지 지명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 주지스님이 추진하셨다고 본다. 하지만 입적후에 주지 임용 분쟁이 생기니까 조계종 등록을 반대했던 쪽이 종단에 의지하고, 등록을 추진했던 쪽은 취소를 요구하는 촌극이 벌이진 것이다. 신도 총회의 신임을 통해 하루빨리 정리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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