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8 청주의 봄'은 '1987 서울의 봄' 이 되선 안된다

(사진=뉴시스 제공)

민주당 청주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주자는 4명이다. 관료 출신인 정정순 전 행정부지사, 한범덕 전 청주시장과 386운동권 출신 유행열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이광희 도의원이다. 관료 출신은 60대, 386 예비후보는 50대로 세대 차이도 뚜렷하다. 따라서 민주당 청주시장 공천 경쟁의 프레임은 관료 : 386 정치인, 60대 중진 : 50대 신진의 대결로 압축됐다.

당연히, 지역의 진보 진영은 50대·386정치인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2017년 3월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청주 성안길 촛불시민의 열망이기도 하다. 관료 기득권의 지방권력 교체 필요성이 이때 이미 진보적 시민들 사이에 교감됐던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2018 지방선거 시민후보 출마론이 논의되기도 했다.

결국 시민후보 '명분론'은 당선 가능성이라는 '현실론'에 밀려 몇몇 진보적 활동가들이 민주당에 입당했다. 청주시장 시민후보 1순위로 회자됐던 활동가는 막판에 뜻을 접어야 했다. 결국 재선 의원인 민주당 이광희 도의원이 진보 진영의 지분을 가장 많이 차지한 예비후보로 부각됐다. 더구나 이 도의원은 지난 3월 공천경쟁자이며 똑같은 386후보인 연철흠 도의원과 1차 후보단일화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후보단일화 이후에도 민주당 청주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 도의원은 2위권에 올라오지 못했다. 뜻밖에 가장 늦게 출마선언한 유행열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2위권(선두는 한범덕 전 시장) 주자로 등장했다. 항간에선 '문재인 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이란 직함으로 여론조사한 결과라고 깎아내렸다. 하지만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조사한 <충청매일> 여론조사 결과도 2위였고 정정순 예비후보는 박빙의 3위였다.

결국 4번의 선거로 인지도에서 앞선 한범덕 전 시장을 둘로 갈라진 386후보가 상대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또한 민주당 충북도당의 경선 룰이 결선투표 없는 4인 여론조사 실시로 굳혀지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여론조사 1,2위간에 최종 결선투표 실시를 기대했던 386후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지난 8일 유·이 예비후보는 전격 회동을 가졌고 이튿날 참모진 등을 통한 2차 단일화 논의가 진행됐다. 두 사람 모두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단일화 방식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바로 이런 와중에 9일 낮 12시 민주당 도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유 예비후보를 겨냥한 미투 글이 올라왔다.

32년전 대학 재학 시절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이었고 유 예비후보는 '사실무근의 정치공작' 이라며 선관위 신고와 수사기관 고소를 병행했다. 유 예비후보가 지적한 '정치공작'의 진원지는 이 예비후보측이 아닌 지역내 한 시민단체를 지목하고 있다. 경선 과정에 예기치않은 '미투 폭탄'이 터졌지만 다행히 유·이 예비후보측은 냉정을 유지하고 있다.

예상컨데, 32년전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위를 가리는 일은 만만치 않다. 앞서 민주당 우건도 충주시장 예비후보 사례처럼 경찰 수사는 수사대로, 경선 일정은 일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선 연대로 논의됐던 2차 후보단일화 협상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미투'의 바람에 휩쓸리면 '관료 : 386 정치인, 60대 중진 : 50대 신진'이라는 선거 프레임도 날아가 버릴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세대교체, 지역권력 교체라는 지역 진보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2018 청주의 봄'은 결코 '1987 서울의 봄'의 재판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 해 김대중·김영삼 양 김씨의 대선후보 단일화가 성사됐다면 우리 현대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30년전 양 김씨의 아집이 만들어낸 결과(노태우 대통령 당선)에 가장 아파했던 세대가 바로  유·이 예비후보의 386세대였다.

이제 누구누구의 얘기를 듣기에도 촉박한 시점이다. 고독한 결단이 아니라면 흔쾌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치는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는 것'이란 사실을 두 예비후보가 내세우는 노무현·문재인 전현직 대통령이 보여주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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