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봉 진천군의원, 자전거로 동네 민심투어…주민 호평
전국최초, 의원윤리강령 제정 기여…미화원 봉사활동 지속

김상봉 진천군의회 의원은 자가용 대신에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공무원노조 해직자 출신인 그는 전국최초로 지방의원의 청렴도를 강조한 ‘의원행동강령조례’를 발의해 국민신문고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상봉 진천군의회 의원은 자가용 대신에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공무원노조 해직자 출신인 그는 전국최초로 지방의원의 청렴도를 강조한 ‘의원행동강령조례’를 발의해 국민신문고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자전거는 멈추지 않았다. 충북지역 최초의 진보정당 출신 기초의회 의원이자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다 해직됐던 전직 공무원. 대한민국 최초로 기초의회 ‘의원 윤리강령’을 제정한 사람. 이런 수식어보다 더 빛나게 하는 것은 ‘자전거의원 김상봉’ (더불어민주당) 이란 단어다.

김 의원은 “자전거를 타고 지역 곳곳을 찾아 민심을 듣겠다”는 출마 때 약속을 했고 이후 8년 동안 약속을 지켰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8년 전이나 오늘이나 똑 같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 곳곳을 누볐다.

또 다른 약속도 지켰다. 김 의원은 8년 전 민간위탁이 돼 고용불안을 호소하는 환경미화원들을 만나 함께 쓰레기를 치우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약속했던 것. 이제 우리나이로 환갑이 돼가지만 그는 여전히 약속을 지키고 있다.

 

8년 전 오늘, 자전거 탄 후보자의 진천 한바퀴

 

2010년 8월 7일 김상봉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 ‘평등세상을 추구하는 자전거의원’에 이렇게 적었다.

“이른 아침 애마2호와 논으로 달렸다. 주민과 인사를 나누며 논에 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장관리, 행정리 논을 둘러보고 원장관 원두막에서 동네 아주머니 세분을 만났다. 안부인사를 나누는 중 소나기가 한줄금 지나간다.”

그해 9월 24일에는 이런 글을 남겼다. “오늘은 역사테마 공원, 장관리, 성석리, 신정리로 돌아 민원을 살펴보기로 하고 애마2호와 함께 역사테마공원 테니스장을 들렀다. 6명의 주민이 운동을 하면서 인사를 나눈다. 한분이 테니스장 비가림 시설이 필요하다고 하신다. ‘사업비가 얼마나 되는가요?’ ‘약 3억원 정도 될 겁니다.’ 문화체육과장님과 상의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김상봉 의원과 자전거는 뗄래야 뗄 수가 없다. 자전거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기엔 자전거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또 서민을 대변한다는 마음가짐과도 딱 들어맞았다. 2010년 4월 진천군의회 선거에 출마한 김 의원은 자전거를 타고 유세를 시작했다.

당시 민주노동당에 인색했던 지역 언론들도 ‘자전거 탄 후보자 진천 한바퀴’, ‘자전거가 굴러갑니다’라며 반응을 보였다.

유권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결과는 대성공. 당선이었다. 충북지역 최초로 기초의회에 진보정당 소속 의원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자전거를 통해 마음을 얻은 만큼 김 의원은 자전거는 유권자에 대한 약속이라고 여겼다. 해만 뜨면 자전거를 타고 논과 밭으로 주민들을 만나러 갔다. 백곡면 끝자락은 20㎞ 정도로 자전거를 타고 가기엔 힘이 부쳤지만 그래도 갔다.

 

 

오늘도 자전거는 굴러갑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변치 말자던 첫사랑의 손 글씨도 누렇게 빛바래 있을 수도 있다. 아침과 저녁이 다르다는 것이 정치인의 약속이라는데 8년이 지난 지금 김 의원은 모습은 어땠을까?

그는 8년 전처럼 현재도 자신의 행적을 기록으로 남겼다. 지난 해 12월 7일 김 의원의 페이스북엔 이런 글이 남았다. “눈‧비가 반복적으로 오고 아침이슬로 남산골 등산로를 이용하시는 주민들이 불편하다. 며칠 전 어르신 한분이 미끄러지셔 큰 부상을 입었다 하시기에 애마와 즉시 방문. 현장에서 등산로 관리 담당 부서에 연락하니 조속한 시일 내에 조치해주신다고 답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지난 달 27일에는 눈 쌓인 배경을 뒤로하고 “그래! 달리며 생각하자. 멈추면 넘어진다”고 적었다. 그의 자전거는 쉬지 않고 오늘도 ‘진천 한바퀴’다.

 

환경미화원과 자전거의원의 약속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동네 곳곳을 누비는 것 외에도 김 의원이 의원에 당선되면서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이 있다.

진천군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청소를 하며 그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일이다. 새벽에 나가 생활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하고 거리에서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며 미화원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 일을 초선 때부터 최근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재미난 일화도 있다. 과거 청소용역업체 미화반장으로 근무했던 한 직원이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청소 일을 도와주는데 너무 열심히 한다. 김 의원이 너무 잘 하면 우리가 못 먹고 산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시작한 청소미화원과의 청소업무. 김 의원은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집회를 계기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주기적으로 청소업무에 나서고 있다.

김 의원의 의정활동의 꾸준함도 정평이 나있다. 그가 의회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명절 날 선물 안주고 안 받기’운동이다.

명절 때면 의회와 군청 주변에 미풍양속을 빙자해 선물을 배달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 운동이후로 그런 모습은 지금은 볼 수가 없다.

김 의원은 예산 조기집행 등 정부정책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2010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재정인센티브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각 지자체에 예산조기집행을 경쟁적으로 부추겼다.

2010년 진천군은 우수단체로 선정돼 중앙정부로부터 특별교부세 1억여원을 교부 받았다. 진천군이 이를 홍보하자 김 의원은 “1억 인센티브 받았다고 좋아했더니 손해는 몇십억원”이라면서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매년 29억원 안팎의 이자수익이 예산조기집행으로 9억원 안팎으로 토막난 것을 제시하며 예산조기집행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초라는 수식어 그리고 의원행동강령

 

김 의원을 수식하는 표현 중 하나가 ‘전국최초 의원행동강령 제정’이다. 2011년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는 모두 23조로 구성돼 있고 이권개입 금지,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거래 제한, 금품수수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누구든지 의원이 이 강령을 위반한 사실을 알면 의장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고 의장은 위반행위를 확인하면 해당 의원으로부터 소명자료를 받아 징계 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령을 위반한 의원에 대해선 임기가 끝나고 다시 의원으로 당선된 경우에도 강령에 따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2011년 2월 22일 197회 진천군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재적인원 7명의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전국 최초의 사례였다.

파급은 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조례를 인용해 의원 간 금품수수 행위 금지, 경조금품 수수 제한, 이권 개입 금지 등 15개 행동기준을 담은 ‘행동강령 조례 표준안’을 만들어 지방의회들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동강령 조례를 제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 공로를 인정해 이듬해인 2012년 김 의원에게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했다. 김 의원의 포상경력도 다채롭다. 2015년에는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인정해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환경운동 대상을 수여했다. 2017년에는 지방자치TV로부터 ‘대한민국지방의회 의정대상’을 수상했다.

김 의원은 “이런 표창보다도 더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8년전이나 오늘이나 주민들이 나를 ‘자전거의원’이라 불러주는 것이다”며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