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학부모, “독단적 수업, 언어폭력등 교사자질 부족” 주장
최근 전교조충북지부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 초등학교 여교사의 갑작스런 전출인사를 놓고 시비가 벌어졌다. 문제의 여교사는 지난 9월 김영세교육감이 피고인으로 선 청주지법 재판정에 자신의 반 학생들을 현장학습시킨 장본인이었다. 일부 신문에서는 ‘보복성 인사’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전교조사이트에는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학교운영위원장과 학부모들이 ‘여교사의 자질론’을 지적하는 반박글을 올리면서 사이버 논쟁으로 번졌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학습권을 둘러싼 담임교사와 일부 학부모간의 불신과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교실밖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교사와 교과서안의 지식교육을 염려하는 학부모가 정면충돌한 것이다. 여기에 도교육청은 해당 교사에게 징계, 전출인사라는 극약처방을 내려 스스로 ‘보복성’ 시비를 불러들인 셈이다. 결국 하루아침에 담임교사를 잃은 학생들은 교사와 부모, 학교의 3각 갈등속에 가장 큰 피해자로 남게 됐다. 당사자들의 진술과 인터넷 글을 통해 사태의 전모를 되짚어본다.
지난 3월 청주 원평초등학교에 부임한 최정숙교사(40·여)는 6학년 4반 담임을 맡게 됐다. 전교조 복직교사인 최교사는 교과진도 보다는 현장 체험학습을 강조했고 휴일에도 학생들과 프로그램을 함께 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지난 9월 10일에는 청주지법으로 일부 학생들을 인솔해 김영세교육감의 재판과정을 참관토록 했다.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교육감과 그 뒷모습을 지켜보는 초등학생들의 삽화는 이튿날 지역 일간신문에 화제기사로 다뤄졌다.
그로부터 10일 뒤 6학년 4반 일부 어머니들의 서명 움직임이 포착됐다. 최교사의 학습방식에 반대하는 서명작업을 벌여 13명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교사를 묘사한 ‘폭군일지’라는 제목의 진정서를 작성해 관계기관에 접수하기로 했다. 진정내용을 보면 최교사가 사설학원에 대한 거부감으로 하교시간을 늦추고(오후 5시) 학원 다니는 아이들을 차별한다는 것. 또한 직설적인 화법으로 사춘기 학생들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정도를 벗어난 구타를 했다고 주장했다. 학습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부모에게 ‘나도 아이들을 사랑한다. 나한테 맡겨놓은 이상 참견하지 말든지, 아니면 전학시키든지 하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 특히 자모들에 대한 공공연한 험담 때문에 아이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사태가 악화되자 이종렬교장은 서명 학부모를 만나 최교사와 중재에 나설 것을 약속하며 설득했다. 마침내 10월 5일 이교장과 최교사가 함께 자리한 학부모연석회의에서 서명 학부모들은 진정내용의 개선과 학원수강 보장등을 요구했다. 이날 한 학부모의 제안에 따라 상호 사과하고 이해의 계기로 삼기로 하는등 원만한 합의를 이루는 듯 했다. 이에따라 구자행 학교운영위원장은 사태를 알고있는 시교육청에 연락해 교사·학부모간의 갈등이 상호합의를 통해 해결됐으니 불필요한 개입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튿날 최교사는 청주시교육장의 면담을 신청해 자신이 ‘교권탄압의 희생자’라고 주장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상호합의를 통해 마무리된 것으로 여겼던 학부모 진정사태는 결국 교육청 진상조사로 확대됐다. 교육청은 감사결과 학부모에 폭언, 불성실한 수업, 교장지시 무시등 잘못이 인정돼 행정사무규정, 국가공무원법(성실·복종·품위유지의 의무)에 따라 징계키로 하고 지난달 26일자로 최교사는 단양 상진초로, 이교장은 청주 서촌초로 각각 전보발령했다. 결국 김교육감 재판견학으로 ‘눈엣가시’가 됐을 최교사가 교육청에 교권탄압 진상조사를 요청하면서 오히려 발목을 잡히는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다.
구자행 학운위원장은 전교조 인터넷홈페이지를 통해 “교사들은 교권을 말하고 학습권을 강조한다. 그러나 교권의 전제조건은 인권이고 학생과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 또는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전제하에 성립되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사랑’과 아이에 대한 ‘소유’는 다르다고 믿는다. ‘차별’과 ‘차이’의 의미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사랑으로 묶어가는 숭고함이지, 아이와 아이를 아이와 부모를 갈라놓고 교사와 교사를 갈라놓는 끝없는 분열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최교사를 포함한 교육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는 비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인터넷에 오른 조합원 교사들의 글 가운데도 최교사의 주변관계 설정에 우려를 나타내는 부분이 있었다. “그의 거침없는 말투와 일방적인 어법. 그리고 옳지 않다고 여기는 것과는 거의 결벽에 가깝게 맞서는 비타협적인 태도는 일면 독선으로 비칠 소지도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교사에 대한 전출인사에 반발한 6학년 4반 학부모 19명은 서명작업을 벌이고 교육청을 항의방문 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최교사는 “교사를 존중하는 풍토가 아쉽고, 이런 각박함 속에 내가 과연 교사직을 계속할 수 있을까 회의가 든다. 부당한 직권내신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의도적으로 왜곡시킨 진정서에 대해서는 소송을 통해 진실을 규명할 것이다. 학운위원장은 회의석상에서 내게 ‘차라리 대안학교를 가라’고 면박을 주었고 19명의 자모들이 교육청 직권인사에 항의하는 서명작업을 할 때도 ‘그러면 최교사가 해직될 수도 있다’며 만류한 사람이다. 이번 일로 인해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겨준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 권혁상 기자


최정숙 교사 일문일답-교육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최교사는 지난 88년 초등교사 임용을 받았으나 이듬해 전교조 교사 무더기 해직사태로 교단을 떠났다. 이후 YS정부 출범이후 94년 복직돼 옥천 죽향초교에서 재직하다 올 2월 청주 원평초교로 발령받았다. 최교사는 이번 사태의 충격으로 팔다리 마비증세가 생겨 청주한방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따라서 직권내신 발령지인 단양으로 가지 못하고 병가를 신청한 상태다.

-최교사와 반대입장에 서서 13명의 자모가 서명을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들을 학원에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있었던 것 같고 서명을 주도한 자모도 학원수강 정상화를 내세워 백지상태로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스스로 100점짜리 교사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입장이다. 교육방식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학부모들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감정에 휩쓸린 몇몇 학부모들이 과장·왜곡된 진정서를 작성해 교사를 교단에서 밀어내려는 시도는 명백한 교권탄압 행위다”

-수업진행 상황을 인터넷으로 동시송출하는 문제는 전교조에서도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른 교사들이 대부분 반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반 학부모들이 모두 찬성했고 학교장도 구두로 승낙했기 때문에 내 자비를 들여서 시설을 갖추고 지난 7월 시험송출을 한 것이다. 교육 소비자인 학부모에게 수업을 공개하면 검증절차도 거칠 수 있고 새로운 교육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전교조가 반대하는 것은 내 자신도 유감이다”

-담임반 자모회를 강제해체시켰다는 주장이 사실인가?
“사실상 고학년인 6학년은 학교생활에서 자모들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다. 자모회가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불필요한 말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어서 내가 자모회에 언급했다. ‘앞으로 자모회는 담임교사과 무관하게 하라’고 결국 자체적으로 만나면서 이번 진정서도 작성한 것 아닌가? 우리 반 1번부터 차례로 부모님 학교면담을 해왔고 가정방문도 했기 때문에 굳이 자모회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최교사의 수업방식에 대해 일부 학부모와 동료교사들이 힘들어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학생들을 수업의 주체로 내세워 스스로 찾고 깨닫도록 유도하고 있다. 교과진도만 생각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오해를 한 것 같다. 또 체험학습에 비중을 두고 학교뒤뜰 야영, 역사탐방 소풍등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동료교사들이 불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은 타협이나 흥정의 대상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필요로하고 찾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교사의 책무하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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