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노 칼럼 ‘吐’/ 충청리뷰 충주·음성담당 부장

윤호노 부장

강압감찰을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주경찰서 여경과 관련해 비난여론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충주시 자택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A(38·여) 경사의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하고도 보름 이상이 지났지만 경찰 안팎 및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관련자 징계가 늦어지고 감찰의 발단이 된 ‘익명 투서’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부경찰관으로 1남 1녀를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 온 A경사의 갑작스런 죽음은 동료 경찰관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특히 이번 사건을 놓고 가장 먼저 충북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의 감찰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많은 경찰관들은 그동안 충북청 청문감사관실이 고압적이고 무리한 감찰을 벌였다며 ‘갑질’ 감찰 행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지난 8월 말경 익명의 투서가 충주경찰서 청문감사관실로 접수돼 자체조사를 벌였지만 음해성이 짙고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내부종결 처리됐다. 하지만 충북지방청에서 다시 감찰을 시작하면서 해당 여경을 몰래 미행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잘못을 시인하도록 회유하는 등 무리한 감찰행태를 보였다.

유족들은 객관성 없는 음해성 투서를 가지고 당사자를 중범죄자 취급하는 인권침해적 사찰식 감찰조사에 문제가 많다고 항의했다. 사건 발생 직후 충북청은 감찰과정에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미행이나 동영상 촬영 등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경찰청이 진위 파악에 나섰고 회유성 발언과 몰래 사진 촬영 등 부적절한 감찰이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찰행태 개선을 감사관실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온 경찰청은 이번 사건으로 체면을 구겼다.

경찰청은 충북청의 이번 감찰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관련자를 징계하겠다고 방침을 밝혔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과 박재진 충북청장이 강압감찰 의혹에 대해 사실을 인정·사과하고, 충북청 청문감사담당관과 감찰관 등 관련자 인사조치로 사태는 수습되는 듯 했지만 인사조치 후 관련자 징계가 늦어지면서 유야무야 사안을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다 못한 유족과 시민들이 감찰 관련자를 처벌해 달라며 경찰청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여경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경찰 감찰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련자를 고발했다”고 밝혔다.

충북청은 최근 감찰의 발단이 된 ‘익명 투서’를 공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충북청에 모두 두 차례 접수된 익명 투서에는 작성자의 이름과 소속부서, 직책 등은 빠진 채 ‘충주경찰서 직원’이라는 내용만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청은 익명 투서를 ‘내부 고발’로 분류해 감찰을 벌인 셈이다. 그러나 사람까지 죽음에 이르게 한 익명의 투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다른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금이라도 충북청은 진상규명과 진실을 유족 등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감찰규정을 전면 개정해 같은 일이 번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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