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정진수 충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정진수 충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우리는 살면서 ‘과학적’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이 내용은 과학적으로 검증 되었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믿는다. 그러나 상업적인 선전에서 이런 말을 듣는다면 조심하라. 소비자가 잘 모르는 과학적 단어를 나열하며, 소비자를 속이기 위한 유사 과학(사이비 과학, 과학이 아니면서 과학인 척 하는 주장)적 전략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이란 말은 어떤 의미일까? 이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소위 과학철학자들이란 사람들이 일생을 걸고 해결하려는 질문이다. 이 글에서는 이 말을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알려주면 좋은지를 소개한다. (science for all americans online을 검색하면 전문을 볼 수 있다.)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함께 공유하는 신념과 태도가 있다. 이를 과학적 세계관이라 하자. 첫째, 과학자들은 ‘세상이 이해 가능하다’고 믿는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각종 첨단 기기나 도구를 사용하기도 하고, 겉으로는 서로 달라 보이는 현상을 같은 원리로 설명을 하기도 한다. 뉴턴은 지구에서 낙하하는 물체와 우주에서 행성의 운동을 한 가지 운동이론으로 설명하였다.

둘째, 그들은 ‘과학적 이론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과거의 이론을 수정하거나 버리기도 한다. 셋째, ‘과학적 지식은 내구성이 있다’고 믿는다. 뉴턴의 운동 이론이 좀 더 정교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주선의 발사 궤적을 구하기 위해서는 뉴턴의 이론을 사용한다. 넷째, ‘과학이 모든 질문에 완벽한 답을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초자연적 존재, 삶의 목적, 선과 악 등의 질문은 본질적으로 증명되거나 반증할 방법이 없으므로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탐구 방법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과학 분야에서 모두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과학적인 이론을 구축하는 데에 몇 가지 생각을 공유한다. 첫째, ‘과학은 증거를 필요로 한다’. 증거를 얻기 위해 과학자들은 적극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기도 하고, 실험을 위해 인위적으로 자연적으로는 발생하지 않는 조건을 만들기도 한다.

둘째, ‘과학은 논리와 상상의 혼합이다’. 과학적 이론은 가설에서 출발한다. 가설이 이론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증거와 논증으로 동료 과학자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가설을 만들고 이를 어떻게 시험할 것인지를 생각해내는 일은 시를 쓰고 작곡을 하는 것만큼 창의적이며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나머지 두 가지는 과학과 유사과학을 구분하는 데에 꽤 유용하다. 셋째는 ‘과학은 설명하고 예측한다’는 것이다. 좋은 과학적 이론은 현재의 관찰과 실험의 결과를 설명할 뿐 아니라, 나중에 발견될 수 있는 많은 사실을 예측해 준다. 넷째는 ‘과학은 권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위의 논의를 사용하여 과학과 사이비과학을 구분해 보자. 2011년에 MBC ‘불만제로’라는 프로그램에서 ‘신등’이란 제품의 선전 내용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신등은 단순한 온열 치료기였다. 그런데 광고가 현란했다. 세라믹, 희귀원소 등은 그래도 봐 줄만한데 양자파동의학, 4세대 원적외선 등은 과학적 단어를 억지로 결합해 놓은, 존재하지도 않는 단어다. 100 가지에 달하는 병을 치료한다는 과대 광고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중국 공장에서 9만원에 구입하여 169만원에 팔고 있었다.

건강 신발, 스포츠 목걸이, 젊어지는 음식 등 많은 건강관련 제품의 선전도 과학적 단어로 포장된 것이 많다. 그러나 이들은 증거도 빈약하고, 논리적 설명도 없다. ‘은 나노’, ‘퀀텀 닷’을 외치는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선전을 하는 기업도 그 제품을 사는 소비자도 그냥 ‘과학적’이라고 생각되는 단어의 권위에 함께 속고 있을 뿐이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이란 예측도 없다. 내구력도 없어서 대부분의 건강 제품은 5년, 길어야 10년 정도면 자취조차 사라진다. ‘과학적’이란 단어의 의미만 제대로 알아도,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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