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씨앗학교 도입 3년, 40여개교로 늘어
다양한 활동으로 긍정적인 변화 이끌어 내

2015년 10개 학교로 시작한 행복씨앗학교는 3년 동안 40여개로 늘어났다.


충북형 혁신학교 행복씨앗학교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났다.

2015년 10개 학교로 시작한 행복씨앗학교는 3년 동안 40여개로 늘어났다. 분명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많은 행복씨앗학교에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만족도는 ‘기대이상’의 성적표를 내고 있다. 교사교육운동단체인 ‘새로운학교네트워크’가 지난 6월 8일부터 14일까지 1주일 동안 ‘행복씨앗학교 운영에 따른 학교생활의 변화’를 중·고등학생 400명에게 질문한 결과 ‘매우 긍정적’, 또는 ‘긍정적’이라고 답한 학생이 51%에 달했다. 또 학부모들은 65% 이상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방관자’에서 ‘주인공’이 됨에 따라 학생들 얼굴엔 활기가 넘치고 ‘학교도 재미있고 괜찮은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행복씨앗학교 취지에 걸맞게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전교생이 모여 학교 현안에 대해 토의하고 학교 규칙을 학생들 스스로 만들고 지키며, 어겼을 때 책임도 학생자신이 진다. 다양한 체험과 고민으로 진로와 미래를 설계하기도 한다.

물론 많은 논란과 혼란도 있었다. ‘학력이 떨어지면 어쩌나’, ‘지금 하는 일도 바쁜데 여력이 없어서 못한다’, ‘그럼 고등학교, 대학교는 어떻게 하나…’. 선례와 합의가 없어 주저하는 학교도 여럿 있었다. 실제 지난해 행복씨앗학교 준비교였던 제천고등학교는 동문과 학부모,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건 알지만 그래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아 행복씨앗학교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행복씨앗학교 3년째를 맞아 충북인뉴스에서는 6회에 걸쳐 충북지역 행복씨앗학교의 목적과 현황, 행복씨앗학교의 핵심가치인 민주성, 자발성, 공동체성, 창의성이 실제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잘 구현되고 있는지, 미흡한 점은 없는지, 나아가 타시·도에서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와 전문가를 통해 행복씨앗학교의 미래상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행복씨앗학교 넌 누구냐?”>


전 세계 72개국(OECD 회원국 35개국, 비회원국 37개국) 중 읽기 3~8위, 수학 1~4위, 과학 5~8위. 반면에 학습동기를 뜻하는 ‘즐거움’(-0.14, OECD 평균 0.02) 61위, 과제를 스스로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자아효능감’(-0.02, OECD 평균 0.04) 41위.

총 72개국 만15세 학생 약 54만 명이 참여(한국에선 168개교 5749명이 참여)한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 : 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결과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단적인 지표다. 공부를 즐거워하지 않는데도 성적은 높았다. 억지로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는 뜻이다. 2012년 PISA 결과에 비해 내적동기, 도구적 동기, 자아 효능감, 자아개념 등 학생들의 행복감을 나타내는 항목의 수치가 다소 향상되긴 했지만 아직도 ‘행복한 학생’과는 거리가 있다.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라는 통계자료를 구지 인용하지 않더라고 우리교육의 현실과 문제점은 이미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행복씨앗학교는 이러한 공교육문제를 이제는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바꿔보자는 반성에서 시작됐다.

3년 전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고 해서, 또 공부대신 놀이와 체험활동 시간이 많아진다고 해서 학부모와 학생들을 놀라게 했던 행복씨앗학교는 이러한 ‘공교육의 문제를 개선해 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특히 2015교육과정개정과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등 시대적 변화에 따른 새로운 공교육 모델이 필요해짐에 따라 행복씨앗학교는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에서 협력으로, 모두를 위한 책임지는 교육, 학교공동체’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문화 개선이 핵심

 

충청북도에 행복씨앗학교가 시작된 것은 다른 시도에 비해 늦었다. 행복씨앗학교와 같은 개념인 혁신학교는 2009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2011년에 강원, 광주, 서울, 전남, 전북의 6개 교육청으로 확대되었고 이후 7개 시도교육청이 추가로 참여하여 현재 13개 시도교육청에서 시행되고 있다. 초창기에는 보수적 언론과 교육계로부터 상당한 공격을 받았지만 확산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충북지역에서는 김병우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서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후발주자인 만큼 다른 시·도의 과오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2015년 초창기에 시작한 10개 학교는 교사 및 학생, 학부모들간의 공감대 형성에 초점이 맞춰져 학생들 스스로 학생회를 조직하고 안건을 토론하며 결정하는 등 학교의 기본적인 환경과 문화를 바꾸는데 중점을 두었다. 행정위주의 교육환경에서 진정한 배움의 장소를 만드는 것이 혁신학교의 본질이니만큼 문화를 변화시키고 구성원들의 의식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 과정에서 교사와 학부모와의 갈등도 잦았다. ‘학습’과 ‘행복’을 반대개념으로 설정하고 동어반복식의 질문과 답변이 자주 오고갔다. 각 학교마다 십여 차례 이상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의견차를 좁히는데 노력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의견을 좁히는 노력을 하는 동시에 교사들의 실질적인 행정업무 경감을 위한 노력도 진행되었다. 업무전담팀 구성, 애로사항 해결을 도와줄 수 있는 컨설팅 팀과의 연결, 각 지역 교육지원청에 행복씨앗학교 역량강화를 위한 추진지원단을 구성하기도 했다.

초창기 각 학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을 이용해 교과를 자율적, 창의적으로 운영했다. 예를 들어 동화초는 자연과 생태, 성화초는 전교생 1000여명이 넘는 큰 학교인 만큼 학년제로 운영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보였다.

 

대박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

 

충북교육청은 지난 7월 충북교육정책포럼을 통해 행복씨앗학교 평가는 한마디로 ‘대박은 아니지만 그래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점수와 연계된 연구학교 형태가 아니라 재정지원과 연계된 방식으로 행복씨앗학교를 선정하였고 예산지원 규모도 교당 평균 4000만 원 정도로 교육의 불평등성이 심하게 야기되지 않았다고 교육청은 강조했다. 또 4년에 걸쳐서 40개의 혁신학교가 지정되어 혁신학교의 확산 속도도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충북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교육열이 높은 청주에서 행복씨앗학교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낮고 다른 교육청에서 이미 문제가 되었던 고등학교 수준에서의 학교 혁신과 관련된 창의적인 발상을 하지 못했다. ‘기-승-전-수능’, ‘기-승-전-내신’이라는 웃지 못할 말이 있는 것처럼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고등학생들에게 아직까지 토론과 합의, 체험과 고민 등은 먼 나라 얘기다. 올해 행복씨앗학교를 신청한 청주시 서원고등학교와 충북고등학교, 자율형 고등학교이자 한국교육개발원(KEDI) 협력학교로 지원을 받고 있는 진천 서전고등학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외에도 행복씨앗학교의 한계는 곧 김병우 교육감의 정치적인 한계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제천고등학교 동문들 사이에서는 ‘행복씨앗학교를 추진하는 것은 곧 김병우 교육감에게 찬성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거스를 수 없는 교육의 흐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씨앗학교는 대세임이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 도래로 인한 교육환경의 변화와 2015년 교육개정, 이에 따른 대입제도의 변화와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 회장이자 창설자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필요한 교육은 감성지능과 관계·공감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이른바 신기술이 주도하는 시대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기술이나 획일적인 지식이 아니라 감성과 공감이라는 얘기다. 문화·예술교육, 체험교육이 중요시되는 이유다.

행복씨앗학교를 거스를 수 없는 이유는 2015년 교육개정에도 있다. 2015년 교육개정에서 가장 강조하는 미래세대의 중요핵심역량은 다름아닌 △지식정보처리 △창의적사고 △심미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이다. 이는 행복씨앗학교의 핵심가치와 상당부분 일치한다.

대입전형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수시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학생들의 자기주도성, 자발성은 평가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의 성현진 장학사는 “교육환경은 이미 많이 변했고 행복씨앗학교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며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하는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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