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 정리업무 “경비원이 건강을 위해 여과시간에 하는 것”
24시간 근무하지만 8시간만 인정…월급 낮추려 온간 꼼수 사용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가 경비원을 상대로 ‘초갑질’ 근로계약을 맺고 각서를 받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경비원 근무자로서 본 아파트 내 발생되는 재활용품 정리 및 기타 업무는 본인의 건강 활동을 위하여 여과시간을 이용하여 근무 활동하고 있으며...(이하 생략).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가 경비원을 상대로 ‘초갑질’ 근로계약을 맺고 각서를 받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근로계약서에는 법도 인정도 없었다. 오직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한 온갖 꼼수로 가득했다.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24시간 중 16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설정하고 근로기준법의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았다.

심지어 8시간을 초과한 근무는 경비원이 건강 활동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하는 일 이라는 황당한 각서까지 받았다.

청주시 서원구 소재 S아파트 경비원 A씨의 출‧퇴근 시간은 오전 7시 30분. 한번 출근하면 꼬박 하루가 지나야 퇴근할 수 있다. 격일제로 일하며 한 달 기준 대략 15일을 일한다.

그가 하는 일은 다른 경비원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외부인과 방문차량을 관리하고 아파트내 외부인 주차차량을 단속한다. 수도누수나 보일러 고장 등 입주민들의 민원이 있을 경우 업체에 연락해 처리하도록 한다.

주민들에게 배달되는 택배를 받아 보관하고 아파트 단지 내 청소미화 업무도 수행한다. 재활용품 수거장을 정리하고 음식물 수거함 물청소 일도 진행한다.

심지어 수도 검침과 소방점검, 관리비 징수까지 맡았다. 새벽 5시면 일어나 아파트 단지 후문을 개방하고 단지 내 가로등을 소등한다.

근무 시간 중 취짐 시간도 정해져 있다. 취침시간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 식사 시간은 오후 12시부터 한시, 그리고 오후 6시에서 7시까지 별도로 마련된 휴게실에서 하도록 되어 있다.

휴게실은 경비실과 별도로 마련돼 있지만 취침시간과 식사 시간외엔 경비실에 머물러야 한다.

A씨를 비롯해 이 아파트의 경비원은 취침 및 식사 외에는 경비실을 오래 비워둘 수 없다.

청소업무로 경비실을 떠난 사이 주민의 민원전화(예를 들어 수도 누수, 보일러 고장)를 받지 못하면 일부 주민들은 “왜 전화 통화가 안 되느냐”고 질책하기 일쑤다.

택배도 주민들의 주요 민원이다. 단지 순찰이나 청소를 위해 경비실을 비울 땐 보관중인 택배 물품이 도난 될 우려가 있어 문을 잠그고 나가야 한다. 이때 택배를 찾으러 온 주민은 경비실 문이 잠겨 있다며 불편해 한다.

 

월급 줄이려 편법 근로계약

 

24시간 중 경비원 A씨에게 보장된 휴게시간은 취침 시간과 식사시간 등 7시간에 불과하다. 나머지 17 시간 중 대부분은 근무와 관련돼 있지만 월급이 지급되는 근무시간은 8시간 뿐이다.

S아파트와 A씨가 맺은 계약서에는 근무시간은 07시 30분부터 다음날 07시 30분 까지로 이중 16시간은 휴게시간이며 근무한 시간은 8시간이라고 못 박았다.

이 뿐만 아니라 계약서에 퇴직금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기재했다. 계약서에는 “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급여 없이 월 급여만을 지급하며 의의 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갑질’ 근로계약서 뿐만 아니라 별도로 제출받은 각서의 내용은 더 황당했다.

각서에는 “위 본인은 △△ 아파트에 감시직 경비원의 근무자로서 본 아파트 내 발생되는 재활용품 정리 및 기타 업무는 본인의 건강 활동을 위하여 여과시간을 이용하여 근무 활동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S아파트 자치위는 산업재해보상법에 따라 당연히 적용되는 산재도 적용하지 않는다며 각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각서에는 “근무도중 본인의 부주의로 인한 신변의 사고에 대하여는 본 아파트와 무관함으로 이에 대한 모든 사항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산업재해보상법에는 노동자의 과실과 상관없이 근무와 연관돼 발생한 사고는 산재로 인정하도록 되어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최저임금도 무시했다. S아파트가 요구한 각서에는 “월 급여는 국가 근로기준법의 (최)저임금 규정에 관계없이 아파트 자체 임금 결정에 준하여 매월 지급받을 것이며 퇴직 전‧후에도 이의 신청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 확인 각서를 제출 한다”고 돼있다.

법도 인정도 없는 청주시 서원구 소재 S 아파트의 경비원 갑질 계약.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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