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격외도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전시작전권 환수’가 문재인 정권 국방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를 태세다. 지난 28일 있은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이 군 개혁을 강력하게 주문하는 가운데 이를 언급함으로써 어차피 이 문제는 국가적 공론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전시작전권을 되찾는 일은 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무려 110년동안 실제적인 군사 작전권이 없는 나라로 운영되고 있다. 1907년 대한제국의 군대가 일제에 의해 강제해산 된 후 미 군정을 거쳐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는 전시상황에서의 군사작전권이 없다.

물론 미 군정이 끝나 미군이 잠시 물러났던 1949년 6월부터 6.25전쟁이 터지기까지는 한국군이 임시로 군사 작전권을 소유한 바 있었지만 큰 의미가 없다. 6.25가 발발하자마자 국민을 속이며 한강 다리를 폭파시키고 부산으로 도망간 이승만이 그해 7월 14일 한국군 작전권을 통째로 맥아더에 넘기는 바람에 단 1년간의 얼치기 ‘주인 행세’는 종을 고한다. 이후 우리나라에서의 전작권은 주한미군이 틀어쥐고 있다. 요즘 김정은의 핵도발로 눈만 뜨면 ‘전쟁’이라는 단어를 접하지만 자기나라 군대의 통제권도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저 참담할 뿐이다.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해 가장 집착을 보였던 역대 대통령은 물론 노무현이다. 2006년, 당시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환수를 언급한 후 이듬해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2012년 4월 17일 자로 전작권을 반환받기로 최종 합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이를 뒤집고 반환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다가 이어 박근혜 정권에서 무기한 연기를 선언함에 따라 전작권 반환은 사실상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06년 12월 21일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회 자리에서 터져나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갈,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을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기입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요”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귀에 선하다.

무슨 선거철만 되면 안보장사 이른바 ‘북한팔이’로 재미를 보는 보수권력은 전쟁불사를 외치며 북한에 대한 응징을 늘 전면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그 실체를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2010년의 연평도 포격만 보더라도 그렇다. 연평도 포격은 똑 떨어지는 우리 강토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침공이었다. 천안함 피격이나 DMZ 목함지뢰 폭발처럼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하고도 그 가해자를 확실하게 규명하지 못한 사건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이런 상황에선 K-9 자주포에 의한 엉거주춤한 대응사격이 아니라 그보다 더 한 보복사격으로 임했어야 맞다. 그런데도 틈만 나면 북의 도발에 두배, 세배의 응징을 공언하던 이명박-김관진 지휘라인은 되레 확전을 우려하며 말 폭탄만 쏘아댔다. 그렇게 전쟁불사를 외치던 그들이 막상 위기가 닥치자 꽁무니를 뺀 것이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앞에서는 구국을 외치면서도 뒤에선 나라까지 팔아먹으며 개인의 영달만을 꾀했던 친일파의 전형적인 행동양식이라고 비난했다.

말이 나온 김에 천안함 피격에 대해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합동조사반의 최종 결론은 ‘북한 잠수함(정)에서 발사된 어뢰에 의한 폭침’이었다. 이를 100% 믿는다고 해도 절대로 간과해선 안 될 일이 있다. 그날 서해바다 현장에선 ‘한미연합의 대(對) 잠수함 훈련중’이었던 사실이 밝혀진 이상, 결과적으로 북한 잠수정이 우리의 작전지역까지 침투해 어뢰를 쏘아댄 꼴이 된다. 그런 마당에선 당시의 지휘라인은 옷을 벗었어야 마땅하다. 만약 전시상황이었다면 이는 총살감이 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후에도 이 사건을 안보타령으로 승화(?)시켜가며 승승장구했을 뿐이다. 그 결과가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수천억원 혹은 수십조원 규모의 방산비리와, 북한의 45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쏟아붓고도 여전히 미군의 휘하병력에 안주하는 사이비 군대를 만들어냈다.

저들의 논리 즉 미국은 우리민족을 일제로부터 해방시켜준 나라, 6.25전쟁에 참전해 민주주의를 지켜준 나라, 경제원조로 오늘의 한국을 일으켜준 나라, 북한의 침략시 우리의 안보를 지켜줄 나라, 누가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방문해야 할 나라, 이 모든 것이 다 옳다고 하자. 그리고 이를 혈맹이라고 하자.

그렇더라도 선진국에 들어선다는 우리나라가 조국의 운명과 민족의 생사여탈권을 상징하는 전시작전권을 남의 군대에 맡긴다는 게 과연 정상적인가를 묻고 싶다. 광주학살을 묵인한 미국은 결코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미 그들의 공식문서로도 확인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가짜 권력을 지키는 가장 큰 힘은 가짜 안보를 부추기는 것이다’. 요즘 들어 이 말이 더욱 실감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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