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노 칼럼 ‘吐’/ 충주·음성담당 부장

윤호노 충청리뷰 충주·음성담당 부장

힘의 우위에 있는 자가 약자에게 폭언이나 횡포를 일삼는 이른바 갑질행위가 최근 사회 곳곳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박찬주 육군 대장 및 부인 전모 씨에 대한 ‘공관병 갑질’과 관련해서도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박 대장 부부는 박 대장이 3성 장군이었던 7군단장 시절부터 공관병들에게 팔찌 호출벨을 채워 수시로 그들을 불러댔다.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증언에 따르면 ‘머리는 장식이냐, 머리를 뽑아다 교체해주고 싶다’ 등의 폭언을 했다. 또 공관병들을 세워놓고 칼로 도마를 세게 내리쳤으며, 썩은 토마토와 전을 집어던지는 행위를 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전씨는 군검찰에 출석해 “아들 같은 마음으로 생각하고 했지만 그들에게 상처가 됐다면 형제나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군 당국은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긴급대책회의에서 군 복무 중인 병사를 '노예병사'처럼 부리는 악습을 근절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경찰 내부도 ‘막말 갑질’ 논란이 제기돼 뒤숭숭하다. 경찰 갑질 의혹의 주인공은 지난해 11월 국정농단 사건 촛불집회 당시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해 이철성 경찰청장으로부터 ‘막말성 질책’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전 광주지방경찰청장)이다.

현직 경찰 간부인 김모 경감이 강 교장의 갑질을 고발했다. 김 경감은 경찰학교 재직 시 강 교장의 각종 비위와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내부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뒤 지난 4월 한 달 간 대기발령을 받고 5월에는 감봉 2개월과 전보조치 등의 문책성 징계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갑질로 인한 피해자들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강 교장에 대한 대기발령을 요구했다.

중앙경찰학교가 위치해 있는 충주에서는 또 다른 단체의 갑질이 논란거리다. 임플란트 및 치과진료비를 담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충주시치과의사회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 병원에 대해 압력을 행사해 업무를 방해했는가 하면 치과 직원들의 개인 신상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협회 회원들끼리 공유하면서 재취업을 막는 등의 횡포를 부렸다.

또 까다로운 환자들에 대한 정보까지 공유하면서 진료를 거부하고, 치과위생사와 실습을 원하는 대학 측에 일방적으로 실습생 배정을 통보해왔다. 치과의사회의 갑질은 결국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담합된 치료비를 시민들이 감당해왔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행하는 갑질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지는 이유는 뭘까. 사회 시스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원조분배권을 독점한 미국이라는 ‘슈퍼갑’ 그늘 아래에서 자본 위에도 군림하는 ‘갑’이 됐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 원조가 차관 등으로 대체됐지만, 국외자금을 독점적으로 배분하면서 정부의 위상은 그대로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초대형 갑질은 당연지사였다.

이런 수직적 구조는 그대로 대한민국 내 모든 비대칭적 사회에 전파됐다. 더욱이 고래로 국가가 지배해온 사회인지라 갑질문화도 국가가 이끌어왔다. 이 문화가 바뀌려면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의 문화가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서 ‘갑질’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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