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내기 김혜형의 자연살이 <자연에서 읽다>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나경 전 꿈꾸는책방 점장

자연에서 읽다 김혜형 지음 낮은산 펴냄

흔이 되면 시골에서 살리라 마음먹었‘었’다. 텃밭 딸린 소담한 집에서 대추나무랑 살구나무, 앵두나무를 벗삼고 싶었다. 아, 명자나무도 있었지. 울타리 대신 명자꽃을 두르면 위에서 내려다 볼 때 명자꽃이 마치 화관처럼 보이리라.

텃밭에는 이웃과 나눠 먹을 만큼의 작물을 심고 밭과 마당에서 거둔 제철 채소와 나물로 소박한 밥상을 차려야지. 도시의 때를 벗기고 시골에서 사는 일이 녹록지는 않겠지만 스코트·헬렌 니어링 부부처럼 자연과 최대한 동화된 작은 집에서 내 몸 움직여 노동을 하며 살리라.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과거형이다. 시골살이를 위해 서툰 바느질이며 목공도 익혔지만 마흔을 몇 해 남기고 꿈을 접어버렸다. 여건이, 내 의지가 모두 약했던 터다. 비록 꿈은 접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시골살이가 부럽다. 결국 그 부러움은 시골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으며 대신 채우고 있다. 김혜형의 <자연에서 읽다>를 집어 든 것도 그 이유에서다.

이 책의 제목은 두 가지로 읽힌다. 자연을 통해 읽는다는 뜻과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다는 뜻, 일부러 의도한 제목이리라. 새와 애벌레, 갖가지 식물들, 농사일, 이웃을 통해 체감한 것들을 마주앉아 이야기하듯 조곤조곤 풀어놓고, 거기에 마음이 공명한 책의 문장들을 더했다.

도시에서 10년 넘게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던 저자는 어느 날 ‘가슴속 열망을 주체 못하고’ 삶터를 시골로 옮겼다. 스스로를 ‘무지한 도시내기’라고 일컫는 그가 책 대신 땅을 일구며 자연에 깃들어 산 지 10년. 그 시간은 도시와는 전혀 다른 시골의 네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생각을 꺼내고 다듬고 엮어낸 시기였다.

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잃지 않을 것

처음 해보는 자연살이.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몰라서 답답한 것이 아니라 공부거리가 많으니 즐겁다. 저자는 낯선 풀과 나무, 곤충의 이름이 궁금해 도감을 들추며 자연의 미지를 탐색하고 무지를 깨닫는 기쁨을 만나고 이를 통해 ‘우리’가 전체 생명계 안에 작은 그물코로 존재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모르는 것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이자 힘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영역을 다 알거나 다 체험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내가 알지 못한다는 그 사실만은 잊지 않기를, 아이 같은 호기심으로 배울 수 있기를, 좀 더 나은 존재로 진화하기를, 그리하여 광대한 우주 속 티끌의 일부, 촘촘한 연관 속에 기대고 사는 작은 그물코 하나, 그 미약하지만 고귀한 자리에 나라는 존재가 잠시 서 있다 갈 수 있기를 빌 뿐입니다.”

사실 이처럼 자연에서 얻은 깨달음을 담고 있는 책은 많다. 앞서 말한 니어링 부부의 책이 그렇고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를 쓴 전우익 선생의 책이 그렇다.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책들 또한 그러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빛난다. 쉬운 문장 속에 깊은 사유가 들어있고 쉽게 읽히지만 천천히 음미하고픈 글이기 때문이다.

단점도 있다. 우선 부러움이 생긴다. 처음엔 글쓴이의 시골살이가 다음엔 문장이, 마지막으론 삶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사유가 부러워진다. 물론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지 않았다. 사람과 책, 자연 등 저자가 만난 수많은 인연들이 끊임없는 성찰과 만나 만들어낸 것임을 알기에 더욱 부럽다. 그리고 책에서 언급한, 70여 종이나 되는 또 다른 책들을 만나고 싶어진 다는 것. 이 책의 엄청난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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