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의 同床異夢

홍강희 충청리뷰 편집국장

올 여름, 충북도의회가 ‘힛트’를 쳤다. 충북권 수해소식은 뒷전이고 도의원들의 해외연수와 막말, 이후의 징계문제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충북권 소식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가끔 수위를 달리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뜨거웠던 적도 드물 것이다.

지방의회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아니 충북도의회라고 말하자. 도의회는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을까.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한 도의회는 이번 기회에 환골탈태 해야 한다. 차제에 도민들에게 필요한 모습으로 재구성돼야 한다. 김양희 의장이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도민만 바라보고 가는’ 의회가 돼야 하는 것이다. 김 의장은 말로만 도민을 바라본다고 한다. 내부적으로는 갑질, 외부적으로는 정쟁이 판치는 곳이 도의회이다.

도의회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평소 도의원들의 집행부에 대한 고압적인 자세는 상상을 초월한다. 의원과 공무원은 단순한 갑을관계가 아니고 쳐다보지도 못할 상하관계로 형성돼 있다.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실의 과장급 전문위원과 직원들은 의원 모시는 것이 주업무이다.

전문위원실은 의정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챙겨 주거나 기타 공적인 일을 도와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들은 의원들의 사적인 심부름까지 다하고 있다. 의원들의 식사를 챙겨야 하고, 저녁 술자리에 부르면 퇴근했어도 뛰어가야 한다. 출장을 다녀오면 주차장으로 나가 도열해 가방까지 들어준다. 또 애경사라도 생기면 도맡아 처리하고, 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따라가기라도 하면 출발해서 도착전까지 모든 치다꺼리를 해야 한다. 혹시 의원이 책이라도 펴내면 책 팔아주는 일까지 해야 한다. 실제 얼마전 모 전문위원은 책을 팔러 다녔다.

의원들은 집행부가 올린 예산을 컷트하고,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업무를 지적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사업 자체를 못하게 막을 수도 있다. 또 마음에 안드는 공무원이 있으면 여러 수단을 동원해 괴롭힐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의원에게 ‘잘 못 보이면’ 힘든 공직생활을 하거나 아니면 떠나야 한다. 이런 역학관계 속에서 도의원들은 충북도 공무원 위에 군림하고 있다.

도의원들은 내부적으로는 이렇게 갑질을 일삼고 외부적으로는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도의회가 처리하는 여러 의안 중 의견이 갈려 싸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소신이 아니라 철저히 정치적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 요즘은 도의회도 국회처럼 전자투표제를 시행하고 있어 의안의 찬반의사가 바로 투표판에 표기된다.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해 누가 찬성, 반대를 했는지 곧바로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기표하는 것을 여러 차례 봤지만 정당에 따라 정확히 나뉜다. 도민들이 정당정치를 바라는 것이 아닐진대 찬반은 정당별 인원과 정확히 일치한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 후보들의 정당을 보고 투표하지만 일단 당선돼 의회로 들어가면 한 사람의 의원으로 인정한다. 때문에 소신에 따라 행동하고 도민들을 위해 찬반을 던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정치인인 의원들에게는 정당만 있고 도민은 없다.

충북도의회는 기로에 놓였다. 수해 중 해외연수를 떠난 의원들의 징계를 정확히 처리해야 하고, 해외연수를 차제에 없애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해 김 의장이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아울러 평소 만연된 갑질과 정쟁도 중단해 전혀 새로운 의회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도민만 바라보는 의회’라고 인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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