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노 칼럼 ‘吐’/ 충주·음성담당 부장

윤호노 충주·음성담당 부장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하는 동안 국제담당 상무로 재직했던 박정웅 시너렉스 대표이사의 책 ‘시련을 사랑한 정주영’을 보면 정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는 정 회장이 살아생전 했던 유명한 어록 “이봐, 해봤어?”의 일화가 실려 있다. 세간에도 널리 알려진 이 말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조선소(현 현대중공업)를 설립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회장의 자동차에 대한 애착은 남달랐다. 처음 제대로 된 사업을 자동차로 시작한 인연도 있었지만 기계공업을 발전시키는 데는 자동차가 최고라는 믿음에서다. 1966년 현대자동차를 설립하고 꾸준히 독자모델 개발에 투자를 계속했다. 하지만 당시 독자모델 개발을 반기는 이는 회사 내부에 많지 않았다. 동생 정세영도 그 중 한명이었다.

정 회장은 동생에게 “이봐 해봤어?”라며 채찍질했고, 당시 정세영 현대차 사장은 정 회장의 지시로 이탈리아에 스타일링과 설계용역을, 유럽 최고 스타일리스트 조지아로에게 해외로 수출이 가능한 모델 디자인을 의뢰했다. 이렇게 탄생한 모델이 바로 ‘포니’다.

정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포니’ 출시와 동시에 1억 달러를 투자해 5만 6000대 규모의 공장 건설에도 착수했다. 지금 세계 5위 자동차회사로 성장한 현대자동차는 이렇게 탄생했다.

500원짜리 지폐 1장과 백사장 인공위성 사진 하나로 2척의 유조선을 수주한 일화 역시 정 회장의 도전정신을 잘 보여준다. 박정웅 대표는 자신의 책에서 이 상황을 이렇게 소개한다.

“실무자들의 얼굴은 단번에 사색이 됐다. 촉박한 날짜와의 사투를 생각해서다. 더구나 그가 요구하는 날까지 배를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직원들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던 정 회장이 간단히 말했다. ‘이봐, 해봤어?’. 되는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돼. 그렇게 되더라구. 그 후 배는 계약 날짜에 정확히 맞추어서 인도됐다.”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은 이렇게 탄생했다.

음성군 생극산업단지를 보고 있으면 정주영 회장이 생각난다. 생극산단은 인구 15만을 만들어 시(市)로 승격하려는 음성군의 신호탄이었다. 생극산단은 생극면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으로 2013년 7월 공사에 착공했다. 조성면적은 45만 7000㎡에 총사업비 720억 원이 투자됐다. 하지만 음성군이 미분양용지에 대한 420억 원을 책임 보증하는 조건으로 추진하며 시행 초기부터 음성군의회와 많은 갈등을 겪어 왔다.

그러나 최근 100% 분양성과로 책임보증 논란은 일단락됐다. 현재 생극산단은 전체 30개 업체가 입주계약을 체결했고, 12개 업체는 이미 입주를 완료하고 가동 중이다. 또 나머지 18개 업체도 대부분 올 하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생극산단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음성시 건설에 기틀이 될 성본산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성본산단도 음성군이 미분양용지에 대한 899억 원 책임 보증 조건 문제로 일부 의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물론 어떤 사업을 함에 있어서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 재다보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시작하기도 전에 지레 겁먹고 포기하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거창하게 기업가 정신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도 ‘무대뽀’ 정신은 필요하다. 이럴 때 정 회장의 말을 따라 하고 싶다. 이봐,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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