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송재봉 충북NGO센터장

송재봉 충북NGO센터장

서점은 일반 자영업과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서점이 사라지면 동네에 도서관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서점은 한 도시의 독서 문화 증진을 위한 기반시설로서 책과 독자의 만남,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커뮤니티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서점은 지식과 정보를 접하는 학습 공간, 만남과 추억의 공간,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지적 감성으로 문화생활을 즐기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동네서점 가치를 아무리 잘 포장해도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에 밀려 우리 주변에서 하나 둘 자취를 감추는 등 고사위기에 내몰려 왔다. 그동안은 여러 가지 의미부여에도 불구하고 동네서점은 다른 자영업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시장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행정기관, 정치권, 시민사회 그 어느 곳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문제였다.

그래서 역사 문화도시, 직지의 도시 청주를 서점과 출판사가 없는 삭막한 도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작은도서관, 서점, 시민단체, 출판사, 지역작가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네서점 이용하기 캠페인을 시작하였으며, 작은도서관들은 동네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작고 소중한 움직임은 결국 2016년 6월 21일 지역문화의 실핏줄을 유지하고, 시민의 독서문화 진흥에 기여하며,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운동을 이끌어갈 지역출판동네서점살리기협의회(이하 상생충북)을 발족하였다. 상생충북은 동네서점, 출판사, 작가, 도서관, 시민단체가 상생협력하여 지역출판사와 동네서점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자는 시민문화운동으로 출발하였다.

상생충북운동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은 민간에서 공공기관의 참여로 확산되었다. 청주시의회, 청주시 도서관평생학습본부, 충청북도교육청이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동네서점살리기운동에 동참하였다. 특히 청주시는 2017년부터 공공도서관에서 구매하는 책을 동네서점 23곳을 통해 수의계약으로 구매함으로써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2014~2015년 청주시 도서구매 현황을 보면 불과 6개 업체에서 66%를 납품하였으며, 매장이 없는 전문납품업체에서 47%를 납품하는 등 대부분의 동네서점은 공공도서관에 납품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한다. 청주시의 획기적인 도서구매 정책의 변화는 고사위기에 있던 동네서점에겐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충청북도교육청도 함께하고 있다. 교육청 산하 도서관과 학교도서관 도서구매에서도 동네서점에 우선권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적극모색하기 시작했다.

서점들도 지역출판사와 작가들의 책을 서점에 전시 판매함으로써 상생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출판사들은 책을 발행해도 유통망을 갖추지 못해 판매의 어려움 겪고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청주와 충북에 동네서점이 늘어나고, 지역출판사도 생존하는 등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우선 청주시를 포함 충북도내 모든 지자체, 그리고 충청북도교육청 산하 각급 도서관에서 구입하는 도서는 동네서점에서 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안정적인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충북문화재단과 기초자치단체 등이 작가들에게 도서 발간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지역출판사에서 책을 제작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셋째, 지역출판산업 진흥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상태로는 지역출판사의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출판사들이 1년에 단 몇 권이라도 기획출판을 할 수 있도록 기획비와 디자인, 유통 비용 지원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지역의 독서문화 진흥을 위해 묵묵히 희생해온 출판사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을 무관심하게 바라보기만 해서는 청주가 문화도시로 발전하기는 어렵지 않을까한다. 끝으로 동네서점과 작은도서관, 출판사 등 독서관련 문화 인프라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서점에 가서 우리 지역과 이웃의 이야기가 있는 책을 구입하는 시민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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