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그 평가가 다르겠지만 친인척 관리를 잘 했다는 데는 그 누구도 이론이 없을듯합니다.
1961년 쿠데타에 성공해 정권을 잡아 79년 친구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숨지기까지 재임 18년 동안 그의 주변관리는 결벽증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엄격했습니다.
다만 처가인 육(陸)씨 성을 가진 사람 한 둘이 신문 사회면의 가십난을 장식한 경우는 있었지만 박씨 문중의 사람이 이권에 개입하거나 뇌물사건에 연루된 일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당시야 철권통치 시절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을 둘러싼 스캔들이 있었다해도 언감생심 입을 놀리지 못했고 신문들은 알아서 침묵하기에 바빴던 터라 웬만한 사건은 국민들에게 알려질 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도 친인척을 둘러싼 추문은 없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런 특징이 있었기에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많은 국민들이 ‘박정희’라는 이름 석자를 ‘평갗하는 것이 아닐 까 생각됩니다.
요즘 매스컴에 등장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안색이 몹시 어둡고 침울해만 보입니다. 노령에 피로가 누적돼 병원에 입원까지 했었으니 얼굴이 밝아 보일 리는 만무하겠지만 그 보다는 아들들을 둘러싼 온갖 의혹이 연일 신문지면을 뒤덮고 있으니 그러잖아도 굳은 얼굴이 설상가상 더 어두워 보이는 것은 아닌가 짐작됩니다.
그동안 김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부정부패의 추방을 다짐했고 각종 ‘게이트’가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던 지난 2월만 해도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민주국가의 실현은 일류경제 기반을 구축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라면서 “공직은 물론 사회 각 분야의 부정 부패를 철저히 척결해야한다”고 근엄히 역설한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도 온갖 스캔들은 연 주창처럼 잇달았고 급기야 불똥이 처족(妻族) 과 아들들에게까지 번져있는 상황이 되고 보니 대통령의 그런 다짐과 지시들이 한낮 구두선(口頭禪)이 되었음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김대통령은 멀지 않은 과거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을 얻었어야 했습니다. 97년 김영삼 대통령이 아들 현철씨 때문에 수모를 당하는 것을 보았다면 자신의 주변을 엄격히 관리해 전임자의 전철을 밟는 일은 피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그걸 소홀히 했습니다. 모르면 모르되 ‘나는 김영삼과 다르다’고 자만했던 것은 아닐까. 그것이 맞다 면 김대통령은 그 자만심 때문에 오늘 이런 곤궁한 처지에 몰린 것이 틀림없습니다.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이 사회학의 이론입니다. 김대통령은 그걸 경계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에 들뜨고 노벨상에 취해있는 동안 아들들과 측근들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것을 못 보았던 듯 싶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잘 해도 레임덕현상이 나타날 임기 말입니다. 탈이 없어도 누수(漏水)가 생기고 구설(口舌)이 따를 형편에 온갖 스캔들이 우후죽순처럼 불거지니 정권이 위기에 몰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그러니 무슨 수로 대통령의 얼굴에 화색이 돌 수 있을까요. 딱한 일입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김대통령은 알아야 합니다. 1백 만 원짜리 통장하나를 제대로 갖고있지 못한 서민들이 뭐라고 하는지 압니까? ‘어떻게 일군 정권교체인데…, 바꿔 봤자 그×이 그×’이라고 라고 들 합디다. 김대통령은 땅을 치고 통곡을 해야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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