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하면 양반 고을, 선비의 고장으로 통한다. 옛부터 충북은 산 좋고 물이 좋아 글 좋아하는 선비들이 모여들어 자리를 잡았다. 국가의 중대사를 논하며 학문을 연구하는 선비들이 많았으며 그로 인한 서원 같은 연구기관이 생겨나고 나라 일을 바로 잡고자 목소리를 높여 그 뜻을 전하기도 했다.
대한제국 시대이후에는 나라를 구하고자 초개와 같이 목숨을 던지신 독립운동가의 업적들이 이어져 내려오면서 한 시대의 역사를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며 우리가 지켜 나가야만 할 일 아니겠는가.
대쪽같은 정신으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굶어 죽을지언정 구걸하지 않으며 가문의 명예를 위하여 초개 같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정신이었다.
그러나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요즘 세태를 보면 양반 고장의 명예와 절개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암담하다. 유연한 변화를 요구하는 현 시대에 고전적 가치에 함몰되고 마는 우를 범할 수 있어 양반론 또는 선비론을 거론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너덜너덜 해지는 지역적 가치가 안타까워서 하는 얘기다.
내가 직접 나서기는 싫고 잘 나가는 사람 옆에서 동반 편승하여 어부지리로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지역 정치인은 말 바꾸기로 이리저리 오가며 공조와 파기를 일삼는다. 자기 것과 남의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빼앗아 챙기려고만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오랜 지역적 가치를 손훼시키고 있다.
이들은 勢의 유·불리에 따라 정치적 소신과 사명을 저버리고 있다. 우리 나라의 정치 상황이 정치적 소신에 따라 확고 부동한 자세를 견지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양반 고을 충북에서만큼은 덜 보고 싶은 심정이다.
충북의 양반 정신은 선비들의 그 뿌리가 이어져 오늘날에 교육도시로서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선비의 품성은 선하고 지혜로우며 양보와 이해를 미덕으로 여기고 있다. 베풀며 살아가는 마음 이것이 바로 충북의 전형적인 양반정신이라 할 것이다.
약삭빠르게 변신하지 못해 약간은 손해를 보더라도 그 근본만큼은 묵직한 가치를 지닌 채 버텨줄 때 잃은 것에 비해 얻는 것이 또 있지 않겠는가.
냉수를 먹고 이빨을 쑤시던 실속없는 양반의 체면이야 일고의 가치가 없지만 진중한 버팀은 아무리 전국적으로 세력에 따라 들끓더라도 충북에서 만큼은 언제나 간직하고 픈 덕목으로 여겨진다.
양반정신이 지역적 발전 또는 주민들의 삶의 질과 양식에 득이 될 것인지 실이 될 것인지는 감히 논하기 어렵다고 여겨진다. 현재의 디지털 지식정보 사회에 비춰 충청도 양반 정신은 허세를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는 가운데 실속있는 충북의 이익을 위하여 모두가 한 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한다고 말한다면 일반적인 접근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양반 정신을 지역의 큰 이념적 가치에서 접근하여 굳은 신념과 꼿꼿한 정신세계의 틀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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