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현대차 유성기업 노조파괴 개입자료 확보하고도 기소 안해
금속노조, “공소시효 만료전에 법원이 기소여부 결정해달라” 요청

28일 민주노총과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대전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 법원이 기소해달라"고 촉구했다.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현대자동차에 대한 검찰이 기소독점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은 “검찰이 현대자동차가 노조파괴에 개입한 증거를 확보 하고도 수사를 미뤄 공소시효를 넘기게 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경찰이 기소를 미루면서 현대자동차에 대한 기소여부는 오로지 법원의 결정에 달렸다. 법원의 판단만 남은 상태에서  금속노조는 “현대자동차에 대한 기소가 될 수 있도록 법원에 제기한 ‘현대자동차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범죄행위 발주 행위’에 대한 재정신청을 인용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월 17일, 법원은 노조파괴 혐의로 기소된 유성기업 유시영회장에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는 유성기업이 2011년 5월18일 용역경비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며 시작된지   6년만의 일이다.

법원의 1심 판단이 이렇게 늦어진 것은 검찰의 늑장 기소와 축소기소, 유시영 회장 변호인의 재판지연전술이 영향을 미쳤다. 

금속노조 소속인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2011년 5월 18일 “밤에는 잠좀 자자. 심야노동 중단하라”며 파업에 들어갔다. 유성기업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용역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회사가 고용한 용역경비로 무지막지한 폭력을 당했다. 노조는 2011년 6월 유성기업 유시영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용자와 관리자에 대해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고소했다. 노조원들은 고소장 접수 이후 노숙‧단식‧고공농성 등을 진행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노동부와 검찰의 수사는 번번이 지연됐다. 노조는 노동부와 검찰이 지연 수사, 축소수사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검찰은 노조가 고소장을 접수한지 2년 6개월째인 2013년 12월 유 회장을 노동조합법 위반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늦게라도 기소를 하게 된 데에는 은수미 전 국회의원이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문건을 개입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12년 9월 은수미 전 국회의원은 국회청문회에서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폭로했다. 은 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이 사전 모의한 문건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결국 국회에서 노조파괴 청문회까지 열리고 난 뒤인 2013년 12월 검찰은 유시영 대표이사를 포함한 유성기업 관리자를 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노조파괴 혐의에 대해 핵심인 부당노동행위는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고, 경미한 처벌에 해당하는 일부 부당노동행위 범죄만 기소했다.

그러자 금속노조는 2014년 6월 대전고등법원에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며 추가 기소 여부를 법원이 판단해 줄 것을 요구하는 재정신청을 접수했다. 대전고등법원은 노조가 재정신청을 접수한 지 6개월 되던 2014년 12월 재정신청 내용을 인용했다. 법원이 노조파괴 범죄행위를 인정해 추가공소를 제기한 것이다.

 

이미 공소시효 도과…면죄부 준 검찰, 칼날은 법원 손에

검찰이 늑장축소 수사로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대한 재판이 늦어진 것도 문제였지만 이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이 유성기업에 대한 압수수색과정에서 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 탄압에 직접 개입해 온 증거자료를 확보하고도 불기소 처분 했던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2016년 1월 노조가 재판과정에서 확보한 검찰의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노조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유성기업에 매주 1회 노조파괴 컨설팅업체인 창조컨설팅을 불러서 주간 실적과 다음 주 계획,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이 같은 자료가 공개되자 정치권도 검찰의 비판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대표적인 노동탄압 사례로 꼽히는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의 배후에 거대기업 현대자동차가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이같은 자료들을 확보하고도 현대자동차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고소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니 어처구니 없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노조는 새롭게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2016년 2월4일 현대자동차에 대한 고소장을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접수했다. 하지만 검찰은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에 대한 수사와 마찬가지로 수사를 더디게 진행했다.

검찰이 수사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금속노조는 2016년 9월19일과 2017년 2월14일 공소시효만료를 앞둔 내용에 대해 대전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접수했다. 하지만 28일 현재까지도 대전고등법원은 노조의 재정신청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법원의 결정이 계속 미뤄지자 금속노조가 법원의 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28일 금속노조는 대전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성기업 노조파괴의 배후이자 주범인 현대자동차가 면죄부를 받게 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법원이 유시영 회장에 대한 판결문을 통해 현대자동차가 노조파괴에 개입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명백한 상황이기에, 대전고등법원은 재정신청을 즉각 인용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금속노조가 법원에 제기한 재정신청은 검찰 대신 법원이 직접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앞서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도 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해 기소된 범죄 행위가 추가됐다.


김남균(spartakoo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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