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씨, 노조파괴에 괴로워 하다 지난해 3월 스스로 목숨 끊어
탄압, 어느정도 였길래?…고소 1000여건, 해고 징계등 수백건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 지난 17일 노조파괴 혐의로 법정구속

2016년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충북지역 노동자들이 고 한광호씨의 죽음을 불러온 유성기업의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회사의 노조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성기업 한광호 씨의 장례가 353일만에 치러진다. 24일 민주노총은 ‘한광호열사 전국민주노동자장 장례위원회’(이하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3월 2일부터 4일까지 고인의 장례를 치른다고 밝혔다.

장례는 27일 추모기간을 시작해 ‘노조파괴 없는 세상, 한광호 열사 민주노동자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회는 여러 노동‧시민사회단체 인사로 꾸려진다.  최종진 민주노총위원장 직무대행과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이 맡는다. 호상에는 고 한광호씨와 함께 노조활동을 한 김성민 유성기업영동지회장과 윤영호 아산지회장이 선임됐다.

빈소는 고인이 생전에 머물렀던 영동군에 위치한 영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마지막 인사말

고 한광호씨는 지난 해 3월 17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집에 못 갈 것 같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 당시 한 씨는 노조활동과 관련해 회사로부터 부터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를 받아 심리적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고 한광호 씨는 2014년 충남노동인권센터가 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벌인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우울증 의심 진단이 나와 심리치료를 받았다. 당시 진료를 받은 유성기업 소속 노동자 60%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한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난 해 3월에도 노사갈등은 계속됐다. 회사는 금속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고소를 남발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광호씨는 출근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특히 3월 14일 회사 쪽의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를 받고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마저 끊었다.

한광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노조는 ‘회사의 노조탄압으로 인한 간접살인’으로 규정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한광호 씨가 재직한 유성기업에 대해 노동계는 노조탄압과 노조파괴의 상징으로 대했다. 유성기업 노사갈등의 출발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조는 심야시간 작업을 중단하기로 한 단체협약을 이행하라며 파업을 진행했다. 노조의 파업이 시작되자 회사는 용역경비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고 공격적 직장폐쇄를 통해 노조를 고립시켰다.

동시에 제2 노조를 설립해 금속노조를 압박했다. 회사는 금속노조의 간부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을 상대로 해고와 정직 등 징계를 남발했다.

이 과정에서 유성기업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짜고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가동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2012년 당시 은수미 국회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전략을 담은 회의록과 문서를 공개해 충격을 줬다. 이로 인해 국회에서는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를 규명하는 청문회까지 열렸다.

2015년에는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작업을 지휘했음을 보여주는 전자우편이 공개되기도 했다.

고 한광호씨의 형 국석호(왼쪽)씨와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이 죽음에 항의해 상복을 입고 있다.

고소만 1000여건
 

하지만 유성기업 사측은 이에 아랑곳 없이 노조를 계속 압박했다. 고 한광호씨가 사망할 당시 회사가 노조원을 상대로 고소‧고발한 한 사건 수만 1080건에 달했다.

고소가 넘쳐나자 경찰은 아예 유성기업 회사에 출장을 와 조사를 했다. 경찰의 이런 행태에 대해 노조는 ‘출장 조사’라 불렀다.

6년동안 지속된 유성기업의 노조탄압은 결국 법정에서 법정구속이라는 사법적 심판을 받았다.

지난 17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노조파괴, 불법 직장폐쇄 등 노동조합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이날 1심판결은 2011년 노조파괴 시나리오 가동 6년, 검찰 기소 4년만에 이뤄진 것이다.

법원이 선고한 실형 1년6월은 검찰 구형량 실형 1년보다도 높은 형량이다. 법원은 또 현대자동차의 유성기업 노조 파괴혐의에 대해서도 일부 사실로 인정했다.

법원은 유시영 회장의 혐의에 대해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은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노조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유 회장이 개입한 사실을 인정해 유죄로 판결했다. 부당한 직장폐쇄를 통해 노동조합 조원원에게 불이익을 주고 노동조합원에 대한 차별을 한 행위에 대해서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노조는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 구속을 계기로 한광호 씨의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3월 故 한광호가 6년간 지속돼 온 현대차와 유성기업의 악랄한 노조파괴에 맞서다 우리 곁을 떠났다. 억울하게 죽은 동료의 한을 풀기 위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지난 1년 간 노숙을 하고, 단식을 하고, 온 몸으로 땅바닥을 기고, 망루에 올랐다”며 “사과하라고 외쳤다.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절규했다. 하지만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은 사과는커녕 노동자들의 대화 요구마저 매몰차게 걷어 차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2월 17일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이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이제야 한광호열사가 조금이나마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고인의 유족으로는 어머니와 유성기업에 다니는 형이 있다.

 

고 한광호 씨 약력 및 사건 경위

- 1974년 08월 27일 충북 영동군 양강면 청남리 출생

- 1995년 12월 10일 유성기업㈜ 영동공장 입사

- 1999년~2014년 유성지회 대의원 세 번 역임

- 2011년 10~11월 현장복귀 후 징계

- 2013년 11월 14일 노조파괴 항의 투쟁을 이유로 출근정지 2개월 징계

- 2013년 12월 27일 현장순회 쟁의행위 중 관리자들로부터 폭행

- 2014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고위험군으로 판정돼 전문 상담사 상담치료

- 2016년 3월 10일 야간근무 중 징계위 개최를 위한 사실조사 출석요구서를 받음

- 2016년 3월 15일 동료 조합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연락을 함

- 2016년 3월 16일 연락두절

- 2016년 3월 17일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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