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 우상화 논란에도 1000억짜리 ‘반기문교육랜드’ 추진
충북, 지난해 ‘반기문예산’ 90억… 청주시민 1만 명 복지예산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음성군은 반 전 총장의 고향답게 반기문 생가 및 기념관, 반기문마라톤 대회, UN평화관 등 10여개의 반기문 관련 사업이 진행돼 왔다. 일각에서는 선거법 위반 소지까지 제기되면서 이필용 음성군수가 직접 나서 선거법 위반 접촉여부를 확인 하는 등 요란하다. 충주도 상황은 마찬가지. 음성군과 반기문 마게팅 경쟁을 벌이고 있는 충주시도 반기문의 착한집 ‘반선재’와 반 전 총장의 조형물 등을 경쟁적으로 설치했다.

지난 14일, 반 전 총장이 음성군과 충주시를 잇따라 방문하자 각 지자체 소속 민간단체들은 대규모 환영행사를 마련하며 반기문 마케팅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반 전 총장의 외갓집인 증평군, 처갓집인 괴산군 일부에서도 ‘우리도 반기문 사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 충주시에 위치한 반기문 전 총장의 본가. 충주시는 엽서로도 제작해 반선재를 홍보했다.

음성군, 1000억짜리 ‘반기문 사업’ 추진

반기문 전 총장의 고향 ‘음성’, 음성군에 들어서는 주요 길목과 거리에는 반 전 총장의 홍보 입간판과 현수막은 물론 가로수 보호천막까지 반기문 마케팅에 사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반기문 우상화 사업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워싱턴 포스트> 도쿄 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는 ‘반기문 생가’를 둘러본 뒤 기사를 통해 “김일성을 찬양하는 북한 박물관이나 기념물을 보고 온 사람이라면 북한으로 착각 할 수 도 있다”며 북한과 음성군이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거기다 최근 반 전 총장이 대권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선거법접촉여부와 반기문 우상화 시비 등 반 전 총장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음성군도 부담을 느꼈는지 사업을 축소하고 사업명을 변경하는 등 조심스러운 눈치다. 취재진이 2017년 음성군 세출예산사업명세서를 확인한 결과 반기문 마라톤 대회를 전국마라톤 대회로 명칭을 변경했고 반기문 전국 백일장도 전국 백일장으로 변경했다. 매년 생가 및 기념관 운영비로 들어가던 예산들도 예산서에서 보이지 않았다. 기념관 안쪽에 있던 상반신 밀랍인형, 생가 앞 청동조형물, 반기문평화랜드에 있는 전신 동상 등은 지난해 9월 철거됐다.

음성군은 지난 2007년,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직후 반 전 총장이 태어난 원남면 행치마을에 생가를 복원하고 반기문평화랜드를 각각 15억과 20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또 평화랜드 인근에 유엔반기문기념관도 추가로 만들었다. 이것으로도 부족했던 걸까? 음성군은 지난달 12일, 생가 인근에 유엔평화관 건립을 시작했다. 국비 43억 등 125억 원을 들여 3층 규모의 유엔평화관을 올해 12월에 준공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반 전 총장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전시실과 영상관, 수장고 등이 들어선다.

이 같은 음성군의 예산투입이 SNS등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자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시민들은 ‘아직도 19세기 초에 사는 거 같다’, ‘반신반인 우상화다’, ‘북한인 줄 알았다’ 며 SNS에 비판 글을 게시하는 등 반발했다.

음성군은 이외에도 최근까지 ‘반기문 평생아카데미’, ‘반기문 리더십 학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홍보물 제작’, ‘반기문 인성동요대회’, ‘유엔평화관 건립사업’, ‘반기문생가 초가 이엉잇기’ 등 지난해에만 55억에 가까운 예산을 반기문 마케팅에 사용했다. 조형물, 기념관운영비, 홍보 입간판 등의 예산을 합친다면 그 액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청주시민 1인당 복지예산이 ‘68만원’인 것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금액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음성군의 예산투입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군은 2030년까지 중장기 사업의 일환으로 1000억원(민자 920억원)규모의 반기문교육랜드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또 충북도와 연계해 가칭 유엔여성리더교육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이필용 음성군수는 신년사를 통해 “유엔 평화관 건립사업, 반기문 교육랜드 조성사업, 국제 여성리더 교육관 건립사업을 조기 완공해 음성군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해 관련 사업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 음성읍 반기문광장에 설치된 반 전 총장 흉상.

멈추지 않는 ‘우상화’, 벽화거리 조성까지

‘반기문 마케팅’ 경쟁에 충주시도 빠질 순 없다. 반기문 전 총장은 학창시절을 충주중학교와 고등학교 등 모두 충주에서 보냈다. 음성에 반기문 생가와 평화랜드가 있다면 충주에는 반선재가 있다. 반선재는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살던 선한 집’이란 뜻으로 반 전 총장이 세 살 때부터 20여 년간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집이다. 충주시는 음성군의 ‘반기문 생가’에 대항하기 위해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낸 반 전 총장의 본가를 복원함으로써 지역 자긍심을 높인 다는 취지로 건립했다. 충주시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까지 ‘반선재’ 에만 약 40억 가량의 재원을 투입했다.

충주시의 반기문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반선재 주변 통학로를 중심으로 ‘반기문 꿈자람길’을 조성했다. 충주시는 지난해 ‘반기문 꿈자람길 벽화거리조성’ 사업에 36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충주시는 지난해에만 ‘세계속의 반기문 알리기 국제협력사업’, ‘반기문교실’, ‘반기문 본가 활성화 기본계획수립 설계 용역’, ‘반기문 꿈자람 해외연수 지원’, 등 10여개의 사업에 25억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의 대권행보가 가속화 되자 충주시도 선거법접촉여부를 우려해 대책에 나섰다. 시는 반선재 부근의 전시관 조성 사업을 전면 보류했다. 또 ‘반기문 꿈자람 해외연수’, ‘반기문 비전스쿨’, ‘반기문 해외봉사’ 등 사업 명칭에 사용되는 반 전 총장의 이름을 빼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참여연대 오창근 사회문화국장은 “살아있는 인물에 대한 우상화 사업은 문제가 있다. 사후 업적에 대해서는 평가와 공로를 기릴 수 있어도 현재는 아니다”라며 “개인의 우상화로 볼 수 있는 여러 사업들이 시민들의 소중한 세금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신규 사업을 재검토해야 하며 이미 진행 중인 사업들도 면밀히 재검토해 필요성을 따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민감하지만 사업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반기문 명칭을 쓰는 사업들은 명칭을 조정하고 있다”며 “신규 사업의 진행은 선거법 저촉의 문제도 있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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