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증평캠퍼스 통합 시도, 유아특수교육과 폐과 과정에서 갈등 시작

한국교통대학교의 최종 심의·의결기구인 교수평의회가 대학평의회로 변경해 학내 전체 구성원 대표들이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대학 교수회에 따르면 최근 전체 교수 평의원 34명 중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교통대 교수회 규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A학생처장의 보직 해임 건의안 의결, 총장 불신임제 도입을 위한 교수회 규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교수회가 이 같은 일을 추진하게 된 단초는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통대 증평캠퍼스는 당시 충북대와 통합을 논의했다.

증평캠퍼스 학생들은 보건생명대학과 국제사회대학을 충북대와 통합하기를 원했고, 이 캠퍼스 교수들도 동참했다. 여기에 지역민까지 가세해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특히 증평캠퍼스 학생들은 총장 점거 농성을 벌였고, 대학 교수들은 부실 캠퍼스가 됐다며 충북대와의 부분 통합을 원했다.

이에 대학본부는 증평캠퍼스 보건생명대학과 국제사회대학 학장 2명에 대해 직위해제하는 한편 총장실 점거 농성을 벌인 학생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를 두고 ‘스승이 제자의 앞길을 막았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 교통대 관계자는 “대학본부는 이번 건과 관련해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자칫 입장 표명이 교수회와의 더 큰 마찰과 오해로 번질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통대는 올 하반기 기존 8개 단과대학을 5개로, 52개 모집단위(학부 또는 과)를 23개로 각각 줄이는 학사구조 개편 안을 학칙에 반영했다. 이를 두고도 일부 학과 학생 및 학부모 등이 거세게 반발했다. 교통대는 지난 6월 국립대 유일의 유아특수교육학과(유특과) 폐지를 위해 폐과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대학은 지난해 교무회의에서 유특과 폐과를 결정했다. 유특과는 전국에 12개 밖에 없는데 교통대는 국립대 중 유일하게 유특과가 있다.

이에 대해 유특과 학생과 관련 분야 반발이 거셌다. 이 과정에서 교통대는 폐과에 반대하는 유특과 유일 전임교수 박 모 교수를 직위해제하고, 학생들에 대한 고소를 진행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교원소청심사에서 박 교수에 대한 교통대의 직위해제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라는 결정이 내려져 박 교수는 현재 복직된 상태다.

대학본부 “과반수 교수들이 폐과 찬성”

교통대는 유특과 폐지를 위해 2018년 정원 이동 조정 신청을 교육부에 냈지만 거절되자 다시 신청서를 냈다. 정원을 ‘0명’으로 하는 계획서를 제출한 것인데 사실상의 폐과 결정이다. 대학본부 측은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반수를 넘는 인원이 유특과 폐과에 찬성했다”면서 “정원이 15명밖에 안 돼 전임교원 확충 등 학과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유특과 교수와 학생들은 대학 측의 폐과 방침에 반발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냈다. 그리고 이 학과 학생들은 긴급 비상총회를 열고 폐과 결정 즉각 철회, 총장과 처장의 사퇴 등을 요구하며 국회 앞 1인 시위 등을 벌였다.

교육부는 교통대의 내년도 교원양성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도 유아특수교육과 인원감축 또는 폐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아특수교육과를 보유하고 있는 국립대는 교통대가 유일하고 지금까지 교원양성기관 평가를 받지 않았다는 부분 등을 고려해 잠정적으로 유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프라임사업 탈락도 대학본부에는 치명타가 됐다. 프라임사업은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회변화와 산업 수요에 맞는 대학의 체질개선으로 인력의 부조화(miss-match)를 해소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또 현장 중심의 창의적 교육을 통해 학생의 진로 역량을 강화하고 대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이 사업은 대학의 자율성 부여, 대학 구성원간 합의, 대학의 선제적 노력에 대한 재정적 뒷받침을 원칙으로 한다. 교통대는 이 사업에 선정되면 정원을 조정하는 대신 연간 150억 원씩 3년 간 모두 450억 원의 예산을 받을 수 있었다. 교통대는 국립대와 충북지역 대학 (대형, 사회수요 선도대학)으로는 유일하게 1단계 평가를 통과해 최종 평가에서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최종 단계에서 탈락했고, 이 대학 교수 313명이 모두 포함된 교수회는 긴급평의원회의를 통해 “탈락의 책임이 총장에게 있다”며 압박했다. 교수회 측은 “학내 구성원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면서 추진했던 프라임사업 실패에 대해 총장이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며 “총장의 책임 있는 모습과 핵심 보직교수의 교체”를 요구했다.

내년 2월 대학평의회 출범 관심

더욱이 교통대는 지난해 8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내년까지 정원 10% 감축대상이 된데다 프라임사업을 비롯해 ‘재정 지원 빅3사업’이라고 부르는 CK사업, 링크사업에서 모두 탈락했다. 2014년 3월 김영호 총장 취임 후 굵직한 정부사업에서 모두 탈락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 대학은 교육비 환원율과 장학금 지급률이 해마다 감소해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교통대 관계자는 “다른 국립대학이 감히 시도할 수 없는 대담한 구조개혁안을 제시했고,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했음에도 사립대학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되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교수회가 총장 불신임제 도입과 학생처장 보직 해임 건의안을 의결한 것도 이런 일련의 사태와 관계가 있다. 임종국 교수회장은 “대학본부가 학생을 고소하고 이후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약속을 어기는 등 갈등을 야기했다”며 “학생처장이 제 역할을 못해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총장이 보여준 사태 해결과정은 교육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했다”며 “총장 불신임 규정이 없어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교수회는 규정 개정에 따라 대학평의회 출범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뒤 교수회, 학생회, 직원단체 등의 참여비율과 회칙 제정 등 다양한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위가 구성되고 내년 2월 전교 교수회에서 학칙 개정안이 통과하면 대학평의회는 공식 출범한다.

교수회 관계자는 “현재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총장제를 견제하기 위해선 대학 내 3대 구성원의 대표가 참여하는 명확한 대학평의회가 필요하다”면서 “전국 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도 학칙상 대학평의회의 상부기구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단체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한국교통대지부 관계자는 “학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던 직원과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어 직원들도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별위원회가 순조롭게 진행돼 내년 2월 학칙 개정안이 통과돼 대학평의회가 출범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