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테크노폴리스 내 공장 신축 발표…건물만 2조 2000억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40조원 낸드플래시 시장 재편 예고

SK하이닉스의 투자 약속이 현실화됐다. 청주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공장 신설을 발표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처음 언급됐던 매머드급 투자 약속은 한동안 가시적인 투자계획이 발표되지 않아 이런저런 억측을 낳았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투자 불확실성은 모두 해소됐다. SK하이닉스는 청주공장 신설을 발판삼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게 됐고, 청주시는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청주시와 SK하이닉스는 지난 22일 이승훈 시장과 장종태 SK하이닉스 청주지역본부장, 안성기 청주테크노폴리스 대표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청주시청에서 청주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입주·분양 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의 15조 5000억원 투자가 본격화된 것이다.

15조원 투자약속 현실화

SK하이닉스는 먼저 내년 8월부터 2019년 6월까지 2조 2000억원을 투입해 청주테크노폴리스 내 23만 4235㎡ 부지에 반도체 공장 건물과 클린룸을 건설한다. 이후 장비투입시기는 시장상황과 회사의 기술역량 등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투자를 지난해 8월 ‘M14 준공식’에서 선언했던 중장기 투자계획의 일환이라고 밝히며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는 휴대전화·컴퓨터 등에 폭넓게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로 D램과 함께 메모리반도체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할 수 있으며 데이터를 자유롭게 저장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현재 낸드플래시는 3차원(3D)으로 발전하고 있고, 대용량 저장도 가능해지면서 전자기기 성능향상과 함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빅데이터, IT기기 성능 향상 등 ICT환경의 고도화로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40조원에 이르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5위에 머무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에이치에스(IHS)테크놀러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34.9%)가 가장 높고, 이어 도시바(20.4%), 웨스턴디지털(15.0%), 마이크론(11.4%), 에스케이하이닉스(10.7%), 인텔(6.7%) 순이다.

지난해 823억 기가바이트(GB) 수준이던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연평균 4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에는 5084억GB 규모가 될 전망이다. 수요가 커지면서 가격이 반등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메모리반도체는 기술발전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지만 수요가 이 같은 공식을 깨버릴 정도로 폭발적인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청주공장 신설을 통해 낸드플래시를 강화하려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청주에 2008년 준공 이후 지속 생산능력을 확충해 온 낸드플래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부터 이천공장 M14 위층에서 3D 낸드플래시 양산도 시작한다. 하지만 3D 제품이 견인할 중장기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기반의 선제적인 확보가 필요하고, 통상 반도체 공장 신설에서 가동까지 2년 정도가 소요돼 지금을 적기로 판단한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그룹편입 직후인 지난 2012년, 전체 반도체 업계의 투자가 축소되는 불투명한 환경 속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결단에 따라 시설투자를 10% 이상 확대하는 선제적 투자를 실시한 바 있다.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연이은 사상최대 실적 창출을 이루며 안정적 경영활동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고 자평했다. 이번 투자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 지난 22일 청주시청에서 안성기 청주테크노폴리스 대표이사와 이승훈 청주시장, 장종태 SK하이닉스 청주지역본부장(사진 왼쪽부터)이 청주테크노폴리스 입주 계약을 체결했다.

낸드플래시 빅5 ‘치킨게임’ 예고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72단 3D 낸드플래시 본도체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는 계획도 내놓았다. SK하이닉스는 3D 2세대로 불리는 36단 제품을 2분기부터 판매했고, 3세대 48단 제품도 지난달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62단 제품이지만 이를 건너뛰고, 내년 상반기 72단 제품 개발을 완료해 하반기부터는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72단 3D 낸드플래시는 64단 제품에 비해 집적률이 1.13배 높다. 이를 통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기술격차를 단숨에 줄이고 초고용량 ‘테라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업계는 과거 치킨게임을 통해 시장이 재편되는 경험을 했다. D램 이야기다. 이 치킨게임에서 승리한 하이닉스와 삼성, 마이크론 3개 업체만 남고 모두 시장을 떠났다. 업계에서는 낸드플래시도 이 같은 양상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위 업체인 도시바와 3위 업체인 웨스턴디지털이 손을 잡고 점유율 확대에 나섰고, 1위 삼성전자도 평택공장에 15조원을 투입하고 중국 시안공장 설비를 증설하는 등 수성에 나선 상태다. SK하이닉스로서는 기술 개발과 선제 투자가 중요한 시점이다.

청주시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자회사인 장애인표준사업장 행복모아㈜를 비롯한 SK하이닉스 신규공장건립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주시 100만 도시건설 및 지역균형발전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며 “지역경제활성화 및 지역발전을 위해 협력관계를 지속해 나가자”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SK하이닉스 박성욱 사장도 화답했다. 박 사장은 “청주에 건설되는 신규 반도체 공장은 4차 산업혁명 등 미래를 대비하는 SK하이닉스의 핵심기지가 될 것”이라면서 “적기에 공장이 건설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 준 정부·충청북도·청주시에 깊이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새 공장 가동은 2019년 말로 전망된다. 청주시는 청주테크노폴리스 내 생산시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10년간 48조 4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1만 4000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또한 공장건립과 가동에 지장이 없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기반공사를 마무리하고, 인허가 등 행정·재정적 지원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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