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지역구 8명·비례대표 3명 등 총 11명 국회의원들에게 각각 질의

▲ 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29일 3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으나 오히려 여론은 더 악화됐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진퇴문제를 국회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새누리당 의원들,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 전부터 ‘답변 곤란’ ‘고민중’
더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의원들, ‘탄핵 적극 찬성, 가능한 빨리' 주장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월 29일 진퇴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는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퇴진요구에 대한 답이라며 탄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탄핵은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는 “조건없는 하야가 민심이고 즉각 퇴진이 국정을 수습하는 지름길이다. 탄핵을 앞둔 교란책이고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이에 청주시민들도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은 더 시간 끌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명령은 사퇴하라는 것이다. 촛불은 더 활활 타오를 것”이라고 분개했다.
 

보좌관에게 넘기거나 연락두절

현재 국회의석은 새누리당 128, 더민주당 121, 국민의당 38, 정의당 6, 무소속 7석이다. 국회의 탄핵소추가 가결돼도 더 어려운 관문인 헌법재판소 결정이 남아있지만, 탄핵의 물꼬를 트는 것은 국회다. 이로써 공은 국회로 넘어갔고 이목이 국회에 쏠려 있다. 야당은 탄핵 정족수인 재적의원 2/3인 200명을 채우기 위해 여당에서 40명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헌법상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재적의원 2/3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있다. 이 때문에 비박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충북지역 국회의원들 생각은 어떨까. 본지는 대통령 3차 대국민담화문 발표 이전에 도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취재했다. 도내 국회의원은 총 11명이다. 지역구 8명에 비례대표 3명.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은 정우택(청주상당)·이종배(충주)·경대수(진천음성증평)·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권석창(제천단양) 등 5명, 더민주당은 오제세(청주서원)·도종환(청주흥덕)·변재일(청주청원)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비례대표는 새누리당 최연혜, 국민의당 김수민, 정의당 김종대 의원 등 3명이다.
 

도내 국회의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결과 새누리당 의원들은 유보 혹은 탄핵반대, 더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찬성으로 모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있는 이 시점에도 탄핵에 대해 찬·반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답변하기 곤란’ ‘아직 고민중’ ‘답변 안한다’ 는 등으로 회피했다.
 

취재과정에서 모든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겼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종배 의원만 직접 전화를 걸어 의견을 전했고 다른 의원들은 보좌관에게 떠넘겼다. 그런데 정우택 의원 측은 보좌관조차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의원 사무실로 다시 전화를 걸어 취지를 설명했다. 비서는 전달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아무 연락이 없었다.

더민주당에서는 오제세·도종환 의원,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전화를 걸어 입장을 밝혔다. 나머지 더민주 변재일 의원,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전달했다.

 

정우택 의원 "野 탄핵 밀어붙이면 오버하는 것"

새누리당 의원 중 친박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정우택, 박덕흠, 최연혜 의원이다. 친박의원들은 박 대통령 편에 서있기 때문에 대체로 탄핵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게이트가 터진 이후 노골적으로 박 대통령을 감싸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 11월 19일 충북도청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 때는 성난 청주시민들이 육거리 정우택 의원 사무실까지 행진하고 그 앞에서 ‘새누리당 최대 부역자 정우택은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정 의원은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이후 한 방송에서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이겠다고 하면 오버하는 것이다. 야당이 잘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이 2선후퇴 선언을 한 것이기 때문에 여야 추천 총리를 임명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지난 11월 28일 서청원·정갑윤·최경환·홍문종·유기준 등의 친박 중진의원들과 함께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했다고 여러 언론들이 보도했다.
 

▲ 지난 11월 19일 충북도청 앞에 모인 시민 1만여명은 육거리 정우택 의원 사무실까지 행진하고 그 앞에서 구호를 외쳤다. 사진은 육거리 집회현장. 사진/육성준 기자

그런가하면 박 의원과 최 의원은 명확한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박 의원 측은 “공식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최 의원 측은 “최고위원이라 정치적 의견을 공식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표결 날짜도 잡히지 않았고 고심 중이다”고 전했다. 아무리 최고위원이라 할지라도 정치인이면 소신껏 행동해야 함에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경대수 의원은 중립 혹은 범비박, 이종배·권석창 의원은 친박에도 비박에도 속하지 않는 기타로 분류된다. 경 의원 측은 “탄핵소추안이 올라와도 비밀투표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찬·반 의견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종배 의원은 “언제 시험인지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고 계속 숙고하고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하기를 바랐으나 안하니까 탄핵으로 가는 것 아니냐. 하지만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 의견을 미리 말하기는 어렵다. 아마 공동발의자로 서명한다는 의원 빼고는 의견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권석창 의원은 “이렇다 저렇다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최근 박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수행이 불가능한 4%로 추락했다. 그러자 겉으로는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지지하는 ‘샤이(shy) 박근혜’층마저 없어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가 비인격적인 막말을 쏟아내자 겉으로는 지지하지 않는 것처럼 하면서 투표할 때는 트럼프를 지지한 ‘샤이 트럼프’층이 많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국민들의 판단은 엄정한데 오히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중에는 ‘샤이 박근혜’층이 있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국정수행이 불가능한 선까지 추락했고, 이미 국민들에게 탄핵당했다는 말까지 있는데도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해 숨기 때문이다. 이들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통령 3차 담화문 발표 전에도 탄핵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도종환 의원, 탄핵해야 할 3가지 주장

반면 야 3당 의원들은 모두 찬성의견을 냈다. 더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더민주당은 모두 찬성이다. 스스로 퇴진과 탄핵 두 가지가 있는데 안 나가니 탄핵 할 수밖에 없다. 다만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려면 새누리당에서 29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탄핵 국회가결을 낙관했다.

그리고 도종환 의원은 “3가지 이유에서 탄핵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우선 첫 째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보면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은 공범이고 심지어 박 대통령은 최 씨의 하수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최순실과 차은택 등 측근 인물들이 사익을 취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사회 시스템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씨 딸을 합격시키기 위해 학칙을 개정했다든지 KT인사가 흔들렸다든지 하는 것들은 국민들이 지켜온 시스템을 모두 붕괴시켰다는 것.
 

도 의원은 세 번째로 이 과정에서 비리와 잘못을 지적한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정윤회 문건을 언론에 알린 사람, 승마협회를 감사한 사람 등 정직하게 일한 사람들을 자리에서 쫓아냈다. 순전히 박 대통령이 최순실을 감싸고 보호하기 위해서 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변재일 의원은 “국민을 위해 쓰라고 준 권력을 사적 이익을 위해 썼기 때문에 헌법 위반”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종대 의원 “박 대통령 빨리 퇴진해야”

국민의당 비례대표 김수민 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국민의 뜻에 따라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4·13 총선 직후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김 의원은 현재 박선숙 의원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공판이 있었다. 김 의원 측은 “올해 안으로 1심 판결 결과가 나올지 안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핵에 대해서는 당론과 함께 가겠다고 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김종대 의원은 적극 찬성 입장을 밝히며 “하루가 급하다. 탄핵소추안 발의 날짜가 12월 9일을 넘어서는 안된다. 그래야 국가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할 때는 사실관계 시비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복잡하다. 정파를 초월해 헌법에 위반한 부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헌법재판소 결정과 관계없이 박 대통령은 퇴진해야 한다. 탄핵은 차선이지 최선이아니다. 최선은 퇴진이다. 그러나 차선이라도 빨리 끝내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정권 연명 차원에서 늦추려 하거나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향후 총리문제와 조기대선, 개헌론 등이 대두될 것이나 개헌론은 차기 정부로 넘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헌론까지 겹치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회의원들은 지역 유권자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 식의 행동은 지역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취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촛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약 200만개에 달하는 촛불은 이미 횃불이 되어 이 나라를 지키고 있다. 평화로울 때 같으면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울려퍼지고 송년 분위기에 젖을 12월에도 변함없이 촛불집회는 이어진다.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박 대통령이 퇴진하거나 아니면 탄핵이 결정될 때까지 촛불집회를 계속한다고 밝혔다. 오는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6차 집회가 열리고, 청주 충북도청 앞에서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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