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포위된 동네슈퍼, 담배 판매도 뺏기고 거리 나앉을 판
충북·청주경실련 “지자체가 담배 판매점 거리제한 강화” 요구

▲ 충북·청주경실련은 골목 슈퍼마켓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편의점 출점을 규탄했다.

시민사회단체가 골목 슈퍼마켓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편의점 출점을 규탄하고 나섰다. 또 지방자치단체에 담배 판매점의 거리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담배 소매인 지정기준 개정을 촉구해 요구사항이 관철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충북·청주경실련(이하 경실련)은 최근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 편의점의 점포 수 확장 경쟁이 도를 넘어 근근이 생계를 잇는 동네슈퍼들도 폐점 위기에 몰렸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편의점 업계 1위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담배 판매에 의존해 살아가는 골목상인마저 거리로 나앉을 판”이라며 “충주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담배 판매점 거리제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관련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목상권 다 죽인다”

7월 기준으로 전국 편의점은 3만 3000개를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빅3’로 불리는 GS25(GS리테일), CU(BGF리테일), 세븐일레븐(롯데그룹 코리아세븐) 점포가 2만 9000여개에 달한다. 골목 상권의 슈퍼 가운데 상당수는 담배 판매액이 전체 매출의 4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에는 소매인 영업소 간 거리를 50m 이상으로 하되 거리, 측정방법 등 구체적 기준은 지역별 인구, 면적, 특성을 고려해 지자체장이 규칙으로 정하게 돼 있다. 충주시 담배소매업 지정 기준은 일반소매는 기존 담배소매인에서 5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구내소매는 6층 이상 연면적 2000㎡ 이상인 건축물 등으로 돼 있다.

경실련은 “충주시 연수동 한 슈퍼마켓 주변에는 2개의 편의점이 입점한 가운데 B사가 입점 계획을 세웠다”면서 “최소한의 ‘상도’도 없는 대기업 B사의 행태를 규탄하며 해당 지역에 대한 입점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이후 B사는 연수동 입점을 철회했다.

실제 충주시 연수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이상복 씨는 요즘 가게 앞에 문을 열 대기업 편의점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10년 전 대형 마트 입점으로 사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던 이씨는 또 다시 생계 수단을 잃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씨는 “2007년 300평 크기의 슈퍼를 열었는데 주변에 대기업 점포가 잇따라 들어와 막대한 타격을 입어 부도가 났다”며 “10평짜리 슈퍼를 꾸려가며 겨우 먹고사는데 바로 50m 위에 세븐일레븐이, 그리고 7m 앞에 CU가 들어온다는 얘기가 있어서 지금 어떡해야 될까 고민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대형마트와 대기업 편의점이 충주지역에 속속 입점하면서 지난 2001년 430여개였던 골목슈퍼는 올 2월말 현재 230여개로 모두 200개 점포가 사라졌다. 따라서 경실련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편의점 입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와 같이 무분별하게 편의점이 문을 열면 동네 슈퍼뿐 아니라 편의점 업주 또한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담배판매점 거리 제한 촉구

경실련은 “담배영업소 간 거리제한 규정은 일반 소매점끼리의 지나친 경쟁을 막고 청소년들의 담배접근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하지만 편의점이 난립하면서 이런 규정은 강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제대로 된 대기업이라면 골목상인들의 피와 눈물을 빨아먹고 성장해선 안 된다”며 “편의점이 난립하면 편의점 점주도 ‘제살 깎아먹기’ 출혈경쟁에 내몰린 채 본사의 배만 불려주게 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서울시 서초구를 모범사례로 제시하며 지자체의 동참을 촉구했다. 서초구는 최근 담배소매인 지정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담배판매점 신설 시 판매점 간 거리제한을 50m에서 100m로 넓혔다. 6층 이상, 총면적 2000㎡ 이상 건축물 또는 공항, 버스터미널 등에 담배소매점을 새로 낼 때도 50m 거리제한이 적용된다.

경실련은 “충주시도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이 걸려있는 담배 판매점의 거리제한을 강화하는 규칙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며 “도내 지자체 역시 골목상권 보호 등을 위해 이 규칙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충주에서 성업 중인 대기업 편의점은 150여개로 조만간 동네 슈퍼를 추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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