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임금 안 주고 농사일, 전수조사 필요성 대두
충주시…경찰 수사 의뢰, 인권 침해 신고센터 상시 운영

충주에서 지적장애인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농사일을 시킨 사례 2건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인권 침해 등에 대한 철저한 전수조사가 요구된다. 충주에서는 지난달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 장애인단체 등이 발달장애인 인권 침해 예방을 위한 지원 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 충주에서 지적장애인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착취 의심이 되는 사례 2건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장애인단체 등은 발달장애인 인권 침해 예방을 위한 지원 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충주시는 ‘위기 상황 노출 발달장애인’ 인권 침해 실태 재조사에서 지적장애인들에게 숙식만 제공하며 농사일을 시키고, 이들로부터 수천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농가 2곳을 적발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피해 장애인은 지적장애 1급인 A씨(52)와 3급인 B씨(66)다.

A씨는 2005년부터 C씨(56) 집에서 숙식하면서 옥수수와 콩 농사를 도왔지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C씨는 A씨에게서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인연금 등 3000만 원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도 2011년부터 D씨(61)의 과수원에서 농사를 도왔지만 역시 장애인연금 등 1000만 원을 D씨에게 빌려주고 아직 받지 못했다. D씨는 B씨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차용증은 썼지만 내용이 부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지적장애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했고, 간간이 임금을 줬다고 하지만 입증할 근거가 마땅하지 않다”며 “다만 지적장애인의 근로능력을 고려하고 거주공간이 크게 열악하지 않았던 점 등에서 학대 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충주경찰서는 이 2건에 대해 수사한 뒤 임금 미지급 등 노동 부분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에 넘길 예정이다.

충주경찰서는 지난달 18일 글을 모르는 지적장애인의 동네 후배에게 1년에 100만~250만 원씩 13년 간(총 2740만 원)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생계·주거급여, 장애인 수당 등 86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마을이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후 시는 지역에서 발생한 이른바 ‘토마토 노예’ 사건과 관련해 위기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지적장애인 81명을 상대로 인권침해 실태 조사를 했다. 지난 7~8월 충북도 차원의 지적장애인 생활 실태조사에 이은 두 번째 조사다.

장애인단체, 발달장애인 지원조례 제정 요구

시는 인권 침해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하는 한편 급여관리, 사례관리 등 장애인 관리를 강화하고 인권상담과 대응 전담기관 지정 등 장애인 인권보호대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충주시장애인부모연대는 최근 충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도 보장 못하는 장애인 돌봄 서비스 단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애인부모연대는 “장애인 돌봄 서비스 단가가 지나치게 낮아 활동보조인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으며, 중개기관은 노동법을 준수하지 못해 기관장이 범법자로 내몰리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에게 2017년 최저시급(6470원)에 4대 보험과 수당을 제공하려면 시간당 단가가 최소한 1만 1000원은 돼야 한다”면서 “최근 국회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단가 9800원은 이런 현실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현실적인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 단가가 계속 유지되면 활동보조인 부재 상태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제2의 오지석 사건’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던 오씨는 지난 4월 활동보조인과 어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인공호흡기에 이상이 생겨 뇌사에 빠져 결국 지난 6월 숨졌다. 장애인단체들은 “오씨가 동거인이 있다는 이유로 하루 4~9시간만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다가 사각 시간대에 호흡기가 빠져 생명을 잃었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충주장애인부모연대는 최근 충주에서 발생한 ‘바가지 미용 요금’, ‘노동력 착취’ 등 장애인 관련 사건과 관련해 충주시에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발달장애인 지원 조례 제정과 소득보장을 위한 자산 형성 지원 사업 시행을 촉구한 것이다. 아울러 △발달장애인 지원 체계 구축과 발달장애인 가족 참여 보장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중심 주거 모델 개발과 시범사업 운영 △현장 중심 발달장애인 직업교육 지원 체계 도입 △자조단체 육성·발굴 △평생교육센터 설치 △위기 발달장애인 쉼터 운영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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