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이 시간에도 외로움과 고독함으로 힘겨워하실 대통령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부디 박근혜 대통령을 믿고 힘을 보태주시기 바란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대권행보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박근혜 대통령 지지글이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 지지도가 급전직하하는 상황에서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직무를 수행하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뜻하지 않은 일로 국정운영의 진심과 사랑이 꺾이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고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발언 자체만 떼놓고 보면 친박을 발판으로 여의도 입성을 꿈꾸는 ‘박근혜 키드’의 수준이다. 발언 1주일만인 1일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으니 지금쯤 정 의원도 후회막급하고 있지 않을까? 필자는 단연코 ‘아니라고’ 판단한다. 집권여당 4선 최고위원을 지낸 정치 8단 ‘노병(老兵)’이 말이 아닌 활자로 필화를 만들진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험(?)을 불사한 발언의 의도는 무엇일까.

지역 정치계 일각에서는 비상내각의 총리를 꿈꾸는 것 아니냐는 뒷담화가 나왔다. 장관, 도지사에 집권당 최고위원이면 총리 후보 자격의 경력으론 손색이 없다. 4선 당선직후 내세운 중부권대망론은 반기문 총장에 막혀 한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다. 충남을 건너다보면 이완구 정진석도 만만치 않다. 오리무중의 상황에서 ‘만인지상’ 총리직은 돌파구일 수 있다.

대통령 지지발언 역풍을 겪고난 이후 행보도 ‘총리 노림수’ 설을 뒷받침 한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국회의 총리추천과 대통령 국정배제론에 발끈하고 나섰다. 지난 1일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공당의 대표를 지냈다는 분이 사실상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대통령 탄핵을 선동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망국적 정치선동"이라고 반박했다.

광화문 광장에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대 2만명이 운집한 상황에서 정치 8단이 할 얘기는 아니었다. 심지어 당지도부가 결정한 거국내각 구성도 거부하고 나섰다. “거국내각은 무책임 내각, 정쟁 내각이 될 것”이라고 반대이유를 밝혔지만 역시 ‘총리 노림수’로 볼 수 있다. 거국내각은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뽑아야 하는데 야당이 정 의원의 총리 임명을 찬성할 리 만무이기 때문이다.

1979년 박정희 정권은 당시 신민당 김영삼 총재를 서울지법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내몰았다. 문제의 재판부는 총재 직무대행자로 정운갑 전당대회 의장을 선임했다. 야당 대표를 이런 식으로 핍박한 건 정당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최악의 위기속에 김영삼은 '박정희 하야'라는 초강수로 맞섰다. 그런데 정운갑이 직무대행을 '덥썩' 받으면서 신민당은 두쪽으로 갈리고 박정희 유신체제는 1년뒤 종말을 맞게 된다. 이 정운갑씨가 바로 정우택 의원의 아버지다.

‘박근혜 하야’ 목소리가 커지는 지금 박근혜 지지를 용기있게 외치는 정의원은 과연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위기속에 직무대행을 움켜쥐듯 정 의원이 국무총리가 되더라도 과연 이 정권이 버텨갈 수 있을까? 역사는 닮은 꼴이라고 하지 않던가. 부디 대망론의 미망에서 벗어나 산적한 국정과 지역구 현안에 분골쇄신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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