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안고있는 심각한 난제중 하나는 지역간 불균형 즉,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다. 수도권 과밀과 지방의 상대적 빈곤에 따라 정부는 80년대 중반부터 수도권 억제와 지방분산을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이 수도권정책이 몇 년째 술렁이기 시작하더니 최근에 와서는 그 기조가 무차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의 공장입지를 허용하는 쪽으로 공장총량제를 완화, 수도권의 빗장을 활짝 열더니 경기도에는 신도시 개발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정부는 또다시 외국인투자기업의 입주범위를 확대하고, 30대기업의 공장신증설, 모든 규제를 배제하는 지식기반산업육성지구 지정을 통해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규제완화가 아니라 수도권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수도권 정책은 기본적으로 ‘수도권억제→지방분산→국토균형발전’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이는 수도권을 억제하지 않으면 지방분산도 국토균형발전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규제완화론자들의 억지가 정책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그들은 수도권 억제가 지방분산으로 이어지지 않고 해외로 빠지거나 수도권내 무등록공장만을 양산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사결과 이같은 논리엔 한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80년대 후반 본격적인 수도권 억제정책을 추진한 결과, 수도권내의 제조업 비중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지방(비수도권)의 비중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 지방(충남북, 강원지역)으로 이전한 제조업체중 65%가 수도권 억제정책 및 지방분산정책에 따라 옮겨 왔다고 응답했다.
그러니까 산업기능의 수도권 억제와 지방분산에 수도권정책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그동안 수도권 억제정책이 없었다면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란 추론은 그래서 힘을 얻는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수도권 내부의 폐해는 물론 지방의 산업경제기반을 붕괴시키고 나아가 국민적 부담으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 및 산업의 적정배치를 통해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정부의 일관된 수도권 정책은 지속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과감한 제도개혁도 필요하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모든 세금의 세율을 이원화해 수도권과 광역시 이상 대도시에는 세율을 현행대로 적용하는 한편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20∼30%정도로 인하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지방에 대한 집중적 투자와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추진 중인 지역균형발전법에서 이런 기대를 할 수 있는 데, 지역균형발전법은 기본적으로 지방에 대한 집중투자를 제도화하고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는 제도로서 손색이 없는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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