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읽어도 울림이 있는 소로우의 <월든>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김상수 충북재활원장
 

▲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강승영 옮김. 도서출판 이레 펴냄.

아주 오래 전 소로우가 지은 책을 읽었습니다. 친절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괴팍했으며,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미국적 가치와 많이 달랐습니다. 제가 소로우처럼 도전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추구했던 가치는 종종 강렬하게 저를 건드렸습니다. 언젠가 미국갈 일이 있으면, ‘월든’을 꼭 보고 오리라는 열망도 가졌습니다.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측면이 질병에 걸린 듯 아픕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이때 단호하고 투박한 언어로 말하는 소로우의 목소리를 다시 펼쳐봅니다.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의 책 ‘시민불복종’에서도 잘 드러나 있지만, 그에게 삶은 맹목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진리라 해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 믿음은 당장이라도 버려야한다’는 신념이 호수의 삶으로 이끌었습니다. 인간에게는 불멸의 영혼과 신성이 있다는 확고한 믿음으로, 강제된 이데올로기와 인습으로부터의 해방만이 온전히 자유롭고 주도적인 자신으로 설 수 있다고 했습니다.

흑인노예제도의 천박성은 인간이 사실상 그 스스로를 노예로 부리는 노예감독들로서 자신을 착취하며, 절망의 인생을 조용히 살고 있는 것의 표현이라는 예리한 통찰을 놓지 않습니다. 문명에 길들여진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동북부 콩코드시의 호수 ‘월든’에서 살게 된 이유가 그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흙의 노예로 전락한 채, 만연한 가난과 착취에 노출되어 삽니다. 평생 갚을 수도 없는 빚의 대물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필요성’이라 말하는 거짓운명에 대해 반문하지 않고, 불확실성에 맡긴 채 나이를 먹습니다. 새로운 세대가 ‘난파된 배를 버리듯, 지나간 세대가 벌려놓은 사업을 버리지 않으면’, 자기가 쓰던 도구의 도구가 된다고 강한 어조로 말합니다. 게다가 ‘사람들의 낡은 생각을 압착기에 넣고 짜내 버리기도 곤란하다’는 식의 표현도 서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도시화와 출세를 욕구합니다. 그것의 증표이기도 한 하버드 출신인데도 미국사회 주류의 가치에 편승해서 살지 않았습니다. 땅을 사 모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되, 고스란히 땅주인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가 땅에 욕심을 낼 때는 단지, 있는 그대로 간섭 없이 두고 보기 위해서입니다. 숲속의 노래꾼인 새들, 호수에 비치는 해, 안개, 물결, 숲의 모든 생물들이 이웃이었습니다. 이 2년의 기록은 생생한 호수와 숲과 생태가 170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살아서 전해집니다.

“이 곳 만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 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을 따르기를 원치 않았다. 나는 인생을 깊게 살기를, 인생의 골수를 빼먹기를 원했으며, 강인하고 스파르타인처럼 살아, 삶이 아닌 것은 모두 때려 엎기를 원했다.’

‘우리가 진실로 인디언적인, 식물적인, 자석적인 또는 자연적인 수단으로 인류를 구제하려고 한다면, 먼저 자연 자신처럼 소박하고, 건강하게 되도록 하자. 그리고 우리의 이마 위에 어른거리는 구름을 걷어내고 우리의 숨구멍에 다소나마 생명을 받아 넣어보자. 가난한 사람들의 감독관이 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세상의 가치 있는 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소로우의 말을 나의 심약한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여, 그의 육성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그가 강조합니다. 이곳만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우리에게, ‘이 곳 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며, 방식을 바꾸어볼 것을, 더 단순한 삶을 살아볼 것을, 자연과 자신의 내면을 깊이 탐색하여 내면의 신세계를 발견할 것을, 무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상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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